조덕자는 마치 자신이 상관이 된 것처럼 연구부장 김미순에게 지시하듯 하였다. 이 때 교장이 교감과 복도에서 학교현황을 대충 설명 듣고 있다가 교무실로 들어섰다.

“교장 선생님! 오늘 저녁식사는 저희들과 함께 하시면 어떨까요?”

조덕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그래요. 저녁식사 같이 하며 서로 낯을 익히고 대화시간도 가져 봅시다!”

한기수는 미소를 지으며 부담 없이 편하게 대하였다. 이 때였다. 임초애가 복도에서 뒷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의 테이블에 앉았다. 한기수는 임초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기도 여선생님이 거의 차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럼요. 요즘 여풍시대에 남선생이 밀리는 걸 어찌해야 할까요!”

모두가 호기롭게 웃었다.

“교장 선생님, 축하연은 다음 직원조회 때 의논하여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축하연까지 열 필요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요즘 매스컴에서 교단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는데… 조만간 서로 의논하여 그저 간단하게 갈비탕 정도로 저녁이나 함께 하며 서로 대화의 광장을 한 번 마련하여 봅시다!”

교장의 의견에 그들은 순종하여 결정하였다. 다시 하늘색 레이스 원피스를 입은 임초애가 교실을 둘러보려는 듯 제 자리에서 일어나 뒷 출입문으로 나가려 하였다.

“여봐요, 임 선생! 여기 새로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께 커피 한 잔 타드리면 어떨까요?”

김미순이 자기보다 예쁘장한 젊은 여선생이 어울릴 것 같아 무심코 내뱉었다.

“그러지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임초애는 정수기 근처의 커피포트로 다가갔다. 자신이라면 적당한 농도의 블랙을 하겠지만 보통 사람이 드시기에 알맞게 프림과 설탕을 조절하였다.

“왜 힘드시게 임 선생에게 시키는 거요?”

조덕자는 한층 언짢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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