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남루한 현실에도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계획하는 청소년들과 서툰 어른들의 동행기를 이야기하는 연극 <외톨이들>이 지난 1월 23일부터 2월 1일까지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관객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지향하며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러한 가치를 다시금 확산시켜 주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기쁨이와 소라는 '청소년 UCC 공모전'에 출전하기 위해 춤과 노래 연습에 매진 중이다. 소라는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는 엄마에게 반항하기 위해 가출을 해서 기쁨이네 집에 얹혀 살고 있는데, 집을 나갔던 기쁨이의 아빠가 불쑥 찾아온다. 기쁨이를 좋아하는 지호는 기쁨이가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다니고, 그런 지호가 못마땅한 기쁨이가 지호에게 한 마디 하자 지호는 창피함에 눈물을 머금고 자리를 뜬다. 민지와 슬기는 돈을 벌기 위해 빵을 구워 팔기로 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는 게 소원이지만 실직 중인 부모님을 대신해 돈도 벌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파트 장이 서는 날, 민지와 슬기는 빵을 팔기 위해 아파트 장터로 나서고, 기쁨이는 사이가 좋지 않은 아빠를 피해 집을 나선다. 그 때 지호가 카톡 상태메시지를 자살 암시글로 바꾸고 기쁨이에게 문자를 남긴 채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동시대를 바라보는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해 온 극단 명작옥수수밭이 2020년 첫 작품으로 선보인 연극 <외톨이들>은 해체되어 외로운 가족, 불우한 청소년들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연하지만, 유머와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이해와 공존을 이야기하기에 어둡지 않고 밝고 유쾌하고 착하다.
음악, 친구, 가족을 키워드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과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외톨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하는 결말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 함께 하는 미래를 제시한다. 그러한 전개는 청소년들을 어른들의 잣대로 계몽하거나 구원하려 하지 않고, 그들과 눈높이를 함께 하여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이해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이혼을 고민 중인 부모와 성정체성을 고민하던 성소수자 아빠를 부모로 둔 두 소녀는 단짝이다. 그 둘은 부모를 미워하지만, 또 미워하는 만큼이나 부모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결혼이민자인 엄마와 실직자 아빠를 가진 또 한 소녀는 건물주가 꿈이다. 하지만 그 소녀의 그 꿈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해지기 위함이기에 속물적이라 느껴지지 않고 한없이 사랑스럽다.
나아가 자신의 부모를 좌절시킬 만큼 힘들게 하는 현실에 부딪혀 힘들지언정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부딪힌다. 가볍게 말하고 행동하기에 자칫 생각 없고 철부지로만 보일 수 있는 청소년들은 실상은 진지하고 성숙한 내면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꿋꿋하게 이겨내는 이들보다 방황을 하는 이들의 숫자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보호필요아동 발생은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하여 한 해 1만 여명을 넘어섰다가 경제 안정과 더불어 지속적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3년은 연간 5천명 안팎의 요보호아동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보건복지부, 2018) 요보호아동 발생이 경기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감소의 주된 원인을 우리나라 총 아동인구수의 꾸준한 감소가 가장 클 것이다.(김영일 충북가정위탁지원센터 센터장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아동 삶의 질 연구에 대한 토론” 발췌)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회는 온전히 지난 시대를 살아낸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 그렇게 잘못된 방향으로 일궈온 자신들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들을 자식세대에 전가하며 못다 이룬 꿈을 그들에게 이뤄 달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이 스스로 선택한 희생이란 굴레를 족쇄마냥 그들에게 채우는 것은 아이들의 존재를 기본적으로 묵살하는 것일 뿐 절대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할 수 없다.
아프고 힘든 마음을 표현하는 잘못된 방법의 표출인 ‘비행’을 단순히 ‘교화’하자는 주장은 순전히 어른들만의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는 일이다. 오히려 그러한 비행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바꿔주는 적극적인 노력들이 선행된 후에 적절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여긴다. 왜냐하면 물질과 능력이 만능이라는 경쟁구도를 가열시키며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는 어른들의 책임이 아이들의 죄보다 더 무겁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이 행복해지면, 그 사회는 저절로 점점 더 행복해질 것이라 여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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