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포스트 식민주의 대표주자 오영진의 희곡을 각색한 연극 <아빠빠>가 지난 2월 1일부터 2일까지 대학로 소극장공유에서 관객들과의 짧은 만남을 가졌다. 오영진 작가의 한국적인 해학을 담은 향토적인 소재의 희곡 중 가장 잘 알려진 “맹진사댁 경사”는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다.
남편 김상훈은 8.15광복기념일을 맞아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함께 귀국하려는 계획을 세우는데 아내와 딸의 심각한 반발에 부딪힌다. 김과 기요꼬 사이에서 태어난 아끼꼬는 한창 사춘기를 겪는 소녀로, 순수혈통의 일본인을 동경하며, 조선인을 혐오한다. 또한 아버지를 ‘더럽다’ 하며 자신의 일본인으로서의 순결함을 주장한다.
이 연극의 원작인 오영진 작가의 <아빠빠를 입었어요>는 1970년대 작품으로 작가의 민족주의적 특성이 거론될 때마다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와 함께 언급되는 대표작이다. 해학적인 면이 가득한 작품일수록 웃음과 울음의 변곡점에 대한 능수능란한 연출과 한쪽 면이 극적으로 강조되는 캐릭터에 대해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필수적이다.
극단 비밀기지 출신 김태윤 배우의 첫 연출작 <아빠빠>는 배우의 첫 연출작일 뿐 아니라, 출연 배우들 대부분 데뷔작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쉽지 않았을 도전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아직 관객들과 만나기에는 이른둥이라 여겨지기에 아쉬움이 크다.
신식민주의에 의해 침략을 당하나 역사의식과 주체성이 없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김상훈과 신식민주의를 자행하는 일본을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기요꼬의 대치는 날만 서 있을 뿐 서로 호흡을 맞춰 나가기보다는 자신들의 대사만을 소화하기 바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의 긴장선이 보이지 않기에 신식민주의에 저항하는 인물을 상징하는 아끼꼬나 극을 설명하는 화자 모두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웃음의 포인트는 사라지고 극은 갈팡질팡한다. 게다가 그들의 방향을 잡아줘야 할 연출은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는 것만도 버겹다.
그렇기에 기모노와 아빠빠(기모노와 대비되며, 이중적인 상징성을 가진다)의 대비는 소설의 내용을 모르는 관객들은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등퇴장과 극단 비밀기지 공연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움직임과 웃음 등의 색채는 극단의 공연을 봤던 관객이 아니라면, 그러한 동작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은 꼭 가져가야 될 부분과 놓고 갈 부분에 대해 각자의 욕심을 덜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처음을 함께 경험한 이들이 만든 연극 <아빠빠>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래서 그들의 ‘설익음’에 관객들이 경험한 ‘떫음’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서서히 익어가는 모습을 앞으로 보여주길 바라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처음 시도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준 작품들의 대부분은 서로 간 깊은 신뢰와 내려놓음이 공존하였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이들과 경험이 적은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의 빼어남을 애써 주장 않고 전체적인 조화를 가장 중시하였다. 그렇기에 <아빠빠>의 무게중심이 되어 줄 존재의 부재가 마냥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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