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들"을 함께 만든 사람들 /ⓒAejin Kwoun
"외톨이들"을 함께 만든 사람들_김윤아 오퍼레이터, 강수현 연출, 김태은 진행, 배우 김동현, 이갑선, 최원종 작/연출, 배우 배소현, 김설빈, 조수지, 김범석, 박석원, 정아람, 김여진, 이창민, 김수민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요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문화다양성이다. 문화다양성은 다양한 삶의 가치들이 차별받지 않고 존중되는 사회를 추구하며, 차이를 인정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지향한다.

작품 <외톨이들>은 각종 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2017년 서울연극인대상 젋은연극인상을 수상했던 최원종 연출가가 희곡을 쓰고 연출하였다. 복잡하지 않으면서 따스함을 가지는 작품의 연출을 계속 해 오고 있는 최 연출은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생기발랄한 배우들과 함께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 시절 가족들과 친구들의 애틋함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풀어낸 작품 <외톨이들>의 연출과 배우들의 따뜻한 속내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함께 나누어 보았다.

힘든 현실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라는 청소년들과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 온전한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의 외로움과 위로를 따스하게 이야기하는 작품 <외톨이들>는 ‘단짝’이란 단어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여러 계층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내기 위한 무대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들이 무엇이었을지 듣고 싶습니다.

- 최원종 연출 ; 더 더 리얼한 대사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인물들 각자가 삶에 더 가까이 붙어 있을 수 있게 더 진실 되고 더 리얼한 대사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사람들은 겉으로는 많은 말을 하지만, 정작 자신 속의 깊은 이야기는 잘 드러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하는 그 많은 말들을 잘 귀 기울여 들어보면 우리가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지, 그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하고, 공감하고 싶어 애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등장인물들의 수다, 특히 여고생들의 정신없는 수다에 웃고 즐거워하다가 어느덧 그 수다 속에 숨겨진 삶의 상처와 아픔,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 경비원 역 최영도 배우 ; 제 역할 ‘경비’는 아마 유일하게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물론 외톨이죠. 경비 역할을 표현하는데 중요하게 여긴 점은 다른 인물들에게 아파트 내 규범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그들을 규범 안으로 넣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경비의 그런 행위가 상대적으로 다른 인물들(청소년들, 아파트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돋보이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이 어렵고 힘들어도, 날 위해 울어줄 이 하나 있다면 많은 힘이 될 것입니다.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단짝’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세요.

- 최원종 연출 ; 저의 단짝은 지금의 아내인 이시원 작가 겸 연출입니다. 항상 연극을 함께 해 왔고 힘들 때나 고통스러울 때, 기쁠 때 함께 해 준 사람입니다. 앞으로 연극을 해 나가면서 늘 변치 않고 연극을 함께 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또 다른 단짝은 저의 딸입니다.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함께 고민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외톨이들 배우들 /ⓒAejin Kwoun
외톨이들 배우들_장현(김동현), 지호(박석원), 지호(이창민), 경비원(김수민), 노숙자(이갑선), 소라(김설빈), 기쁨(정아람 |김여진), 슬기(배소현) /ⓒAejin Kwoun

- 장현 역 김동현 배우 ; 자신이 살아오면서 평생을 단짝으로 만나 온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고등학생 때, 군대, 학교, 극단 등 사회생활에서 잘 적응해서 그런지 그 때마다 단짝 같은 친구들을 만나왔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단짝 같은데...단짝이라는 말을 해서 그런지 20대에 연극하면서 함께 고생했던 단짝이 불현 듯 기억납니다. 그 친구는 뭐하고 있으려나? 단짝...추억 같은 말입니다.

- 노숙자 역 이갑선 배우 ; 세상 무엇보다 가족과 동료가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일 것입니다.

- 기쁨 역 김여진 배우 ; 기쁨이의 절제된 감정을 무대화시킬 때 가장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처음 대본을 리딩할 때 제가 아빠와 감정씬에서 눈물을 쏟아냈을 때, 기쁨이가 안아주고 싶다거나 불쌍해 보이지 않게 보이길 원하셨습니다. 처음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다가 무대에 와서 연기하고 보니, ‘기쁨이의 아빠에 대한 아픔을 신파로 감정에 호소하면 안 되겠구나’, ‘오히려 절제되고 미워 보일 수 있는 그 모습이 더 기쁨이를 보는 관객이 원하는 데로 해석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기쁨 역 정아람 배우 ; 저는 파트너였던 소라 역 설빈 언니가 가장 사랑하는 동료이자 친구입니다.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기쁨을 느낀 것도 잠시, ,공연 연습 중 언니가 다리를 다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언니의 상태가 심각해서 공연을 못 할 정도였기 때문에 너무나 속상한 나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니의 열정과 의지로 모든 걸 극복하고 함께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었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 소라 역 김설빈 배우 ; 단짝에 대한 좋은 기억도 많지만 요즘은 그 끈을 오래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단짝을 당연한 존재라 여겼던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이해가 필요한지 느끼기에,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슬기 역 배소현 배우 ; 저에게는 6살짜리 단짝 친구가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못했을 때는 그 애 옆에서 혼자 그 날 일과를 재잘대곤 했었습니다. 지금은 어른보다도 말을 더 잘하게 되었고,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아직도 쉬지 않고 재잘대곤 합니다. 같이 그림을 그리고 게임도 하고 핸드폰을 보고 공부를 하고 둘만의 비밀얘기를 하고 시원 비는 시간을 갖곤 하는 소중한 저의 단짝은 바로 제 조카입니다.

- 민지 역 조수지 배우 ; 저는 사실 친구들이 많습니다. 단짝도 한 두 명만 있는 게 아니라 그룹별로 있습니다. 제 친구들의 특징은 생전 연락을 안 하다가도 막상 만나면 어제 만난 것 같은 점입니다. 우리와 함께 놀던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단짝 친구 중 한 명이 공연을 보러 왔습니다. 고등학교 동아리 생활을 함께 한 친구입니다. 그리고 이 친구는 기숙사에서도 같이 지내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 보냈습니다.

제가 무대에 서기 시작한지 8년이 되어 가는데, 이 친구는 그 동안 한 번도 보러 오지 못했었습니다. 시간이나 물리적 공간이 안 따라주어서(저희의 고향은 부산입니다), 늘 꼭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고, 친구도 보고 싶어 했지만 잘 성사되진 않았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친구가 서울에서 인턴쉽을 하면서 보러 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친구에게 공연을 보여줘서 너무 기뻤습니다. 친구가 선물을 사오려 하는데 편지를 써 달라 부탁했습니다. 저는 힘들 때 친구들의 편지를 읽어보는 습관이 있거든요.

친구가 편지에 “어쩔 수 없는 것들은 너무 걱정 말고, 잘하는 것, 잘해오고 있던 것들로 잔뜩 채워나가는 멋진 배우 조수지를 응원할게, 알랍♡” 써준 걸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응원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 지호 역 이창민 배우 ; 저의 단짝은 일상을 함께 하는 우리 극단의 단원들입니다. 단원들은 제가 힘들 때 항상 위로해 주고 같이 술을 마셔주며 저랑 시간을 함께 보내줍니다.

- 지호 역 박석원 배우 ; 연극동아리를 함께 했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가 잘 통해서 대학생활 내내 붙어 다니며 놀았습니다. 저보다 훨씬 더 연극을 좋아했던 그 친구 덕에 좋은 연극도 많이 보게 되었고, 밤새 연극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저는 연극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지만, 요즘도 만나면 연극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 경비원 역 김수민 배우 ; 제게는 15년지기 친구가 있습니다. 지금은 서로 바빠서 1년에 1~2번 밖에 보지 못하지만, 명절 때 우리는 서로 보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부모님께 잠시라도 들러 인사를 드리곤 합니다. 저는 명절에 그 친구의 본가에, 그 친구는 저희 집에 선물을 놓고 가곤 합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확인할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친구입니다.

- 경비원 역 최영도 배우 ; 돌아보면 초중고 시절과 대학 시절 모두 항상 제 옆엔 단짝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연극 <외톨이들>의 학생들처럼 서로 투덜댔던 모습은 기억이 나지를 않고, 항상 서로를 챙기고 위로해 줬던 모습만 생각납니다. 아마 <외톨이들> 속의 인물들도 20년 쯤 지나 돌아보면 저처럼 좋았던 기억만 남을 겁니다.

늘 한 편이 되어주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외톨이들> 연극에서 연출님과 배우님들 대사들 중 가장 인상 깊은 대사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최원종 연출 /ⓒAejin Kwoun
최원종 연출 /ⓒAejin Kwoun

- 최원종 연출 ; 기쁨의 아빠가 영상 속에서 딸 기쁨에게 하는 말입니다.

장현 역 김동현 배우 /ⓒAejin Kwoun
장현 역 김동현 배우 /ⓒAejin Kwoun

- 장현 역 김동현 배우 ; 자신의 가치를 믿음으로 실현해 낸 말이라 생각합니다. 전 항상 저의 가치를 스스로 깎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노숙자 역 이갑선 배우 /ⓒAejin Kwoun
노숙자 역 이갑선 배우 /ⓒAejin Kwoun

- 노숙자 역 이갑선 배우 ; 애드리브이었지만...이유는 이게 우리들의 삶 자체가 아닐까 생각해서입니다.

기쁨 역 김여진 배우 /ⓒAejin Kwoun
기쁨 역 김여진 배우 /ⓒAejin Kwoun

- 기쁨 역 김여진 배우 ; 노숙자 아저씨의 말이 기억에 가장 남습니다. 가슴에 가장 와 닿고요.

기쁨 역 정아람 배우 /ⓒAejin Kwoun
기쁨 역 정아람 배우 /ⓒAejin Kwoun

- 기쁨 역 정아람 배우 ; 항상 아빠의 편에 섰지만 실상 받은 것은 상처뿐이었던 기쁨이가 분노하며 쏟아냈던 말입니다. 기쁨이는 사실 마음속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말을 할 때마다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항상 떨리고, 서럽고, 분했던 것 같습니다. 기쁨이와 더 가까워지게 된 대사라고나 할까요?

소라 역 김설빈 배우 /ⓒAejin Kwoun
소라 역 김설빈 배우 /ⓒAejin Kwoun

- 소라 역 김설빈 배우 : 저 역시 학창시절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족 구성원에 속하지 못하고 겉돌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소라의 대사 중 가장 공감이 가고 이해되던 대사여서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슬기 역 배소현 배우 /ⓒAejin Kwoun
슬기 역 배소현 배우 /ⓒAejin Kwoun

- 슬기 역 배소현 배우 ; 이유는 친구 민지가 우는 게 싫어서 멈추게 하려는 슬기 나름의 위로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친구들은 이렇게 걱정이나 슬픔을 극복하곤 하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지 역 조수지 배우 /ⓒAejin Kwoun
민지 역 조수지 배우 /ⓒAejin Kwoun

- 민지 역 조수지 배우 ; 밝은 미래를 상상하다가도 친구가 죽자고 하면 같이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고등학생답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민지가 슬기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밟아가는 순간에 우리의 추억이 생각나는 듯 해, 이 대사를 좋아합니다.

지호 역 이창민 배우 /ⓒAejin Kwoun
지호 역 이창민 배우 /ⓒAejin Kwoun

- 지호 역 이창민 배우 ; 저는 실제 지호의 나이일 때 ‘내 것은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지호 역 박석원 배우 /ⓒAejin Kwoun
지호 역 박석원 배우 /ⓒAejin Kwoun

- 지호 역 박석원 배우 ; 지호가 외톨이로 느끼는 감정이 집약된 것 같습니다. 저 또한 힘들 고 외로울 때 정말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서 공감이 되었습니다.

경비원 역 김수민 배우 /ⓒAejin Kwoun
경비원 역 김수민 배우 /ⓒAejin Kwoun

- 경비원 역 김수민 배우 ; 어린 시절 가난한 우리 집을 생각하면, ‘돈 많은 부모님을 만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그런 생각을 했던 저는 정말 철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으니까요.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경비원 역 최영도 배우 ; 살다보면 원래 알았던 사람을 만나는 경우와 그 곳에서 새롭게 알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외톨이들’에게 다가가 “나 당신 알아요”라고 말하는 순간, 너와 내가 외톨이가 아닌 것이 될 것입니다.

극단과 연출님 그리고 배우님들의 차기작 소식이 궁금합니다.

- 최원종 연출 ; 2020년도에는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쇼케이스 “깐느로 가는 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쇼케이스를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올해 12월 달에 정식 공연을 올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올해 7월에는 “메이드 인 세운상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 김여진 배우 ; 저는 매체(영화, 드라마) 쪽에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 정아람 배우 ; 2020 두산아트랩에서 추태영 연출님의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김설빈 배우 ; 2월 20일부터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두산아트랩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를 올릴 예정입니다.

- 배소현 배우 ; 신종코로나 19로 인해 차기작으로 잡혀 있던 공연이 무산되었습니다...당분간 휴식과 자기 개발의 시간으로 삼으려 합니다. 어서 바이러스가 물러나길 바랍니다.

- 조수지 배우 ; 두산아트랩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에 단원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외톨이들>과 다른 표현방식이라서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 이창민 배우 ; 극단의 단원들과 연출단원인 주태영 연출이 함께 작업하는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라는 다큐멘터리 연극을 두산아트센터에서 2월 20일부터 22일까지 공연합니다.

- 박석원 배우 ; 두산아트랩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를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 김수민 배우 ; 두산아트랩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를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 최영도 배우 ; 3월 초에 있을 창작산실 실연발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깐느로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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