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인적교류가 왕성한 일본이 한국인의 입국을 사실상 금지한 것은 충격적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5일 오후 열린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이달 말까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하고 일본 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도록 했다. 말이 좋아 격리지 오지 말라는 얘기다. 무비자 입국도 금지했다. 여기에는 중국인도 포함되고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달렸으나 사전 예고나 상의 없는 일방적 조치였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맞불 조치로 일본인에 대한 비자면제 정지와 함께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을 중단했다.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인 여행자제로 상향하고, 일본이 이착륙 공항을 제한한 데 대해서도 추후 비슷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 등으로 최악의 상태인 양국 외교 관계가 더욱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됐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대응 부실로 여론이 악화하고, 7월로 예정된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에 빨간불이 켜지자 이런 초강수를 뒀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최근 들어 일본은 자국내 감염자 수가 1천명을 넘어서면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미 CNN에 감염자 수를 3천명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지만, 일본 학계 일각에서는 1만명이 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강화 요구엔 귀를 막은 채 최근 확진자 급증세가 꺾인 한국과 중국에 빗장을 걸어 잠근 아베 총리의 이번 조치는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의 한국인에 대한 입국규제 강화 조치에 대응한 상응 조처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9일 0시부터 일본에 대한 사증면제조치와 이미 발급된 사증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의 한국인에 대한 입국규제 강화 조치에 대응한 상응 조처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9일 0시부터 일본에 대한 사증면제조치와 이미 발급된 사증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외교 관계는 최악이지만 민간교류는 가장 활발하다. 작년에 일본을 찾은 우리나라 방문객은 550여만명에 달했다. 갑자기 일본이 입국을 차단하면서 우리 국민과 기업의 고립감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6일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일본 정부가 사전 협의 없이 부당 조처를 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고, 외교부는 이날 저녁 곧바로 상응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우리의 적극적 방역 노력을 세계가 평가하고 확산 방지 노력이 성과를 보이는 시점에서 취해진 일본의 조치에는 방역 외 다른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자신에게 쏠린 부정적 여론을 돌리기 위해 한국과 중국을 '제물'로 삼은 게 아닌지 의심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 또는 금지한 국가가 100개국이 넘은 마당에 유독 일본에만 다른 잣대로 대응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조치가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주요국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동요와 과학적 근거없는 대세 편승을 막아야 한다. 특히 경제 의존도가 높고 상징성이 큰 미국이 일본과 비슷한 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미국까지 뚫린다면 우리나라는 당분간 국제적 고립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입국 제한·금지 국가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경제에 미칠 충격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이미 관광 산업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관광업계가 빈사 상태에 빠졌고, 노선이 줄줄이 폐쇄된 항공사들도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국내 기업인들의 출국과 해외 바이어들의 입국이 막히면서 기업의 세일즈나 투자 활동이 어려워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으로 교역과 투자에 제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수출과 투자 협력 확대, 해외 인프라 수주를 전례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가장 좋은 것은 코로나 19의 늪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지만 사태의 장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특단의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해외 비즈니스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기업으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우선순위를 정해 신속대응팀을 가동하는 등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특히 해외영업망이 잘 갖춰진 대기업에 비해 국외 네트워크가 부족한 수출 중소기업이 이번 사태에 휩쓸려 좌초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길 바란다. 홍 부총리가 얘기한 것처럼 이제 우리 경제는 버티기 싸움이다. 살아남아야 미래도 열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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