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조작>(연출 이정흠, 극본 김현정)은 유도선수 출신 한무영(남궁민 분)은 형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애국신문’이라는 군소매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가진 게 하나도 없는 그는 조작을 일삼는 거대 보수신문 ‘대한일보’와 맞서고 있다. ⓒ SBS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거대언론에 맞서 사회부조리에 대한 현실을 파헤치는 기자들의 치열한 삶을 담은 '조작'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재벌을 비롯해 검경의 부패 권력을 파헤치는 고발성 짙은 드라마가 관심을 받은 가운데 언론사 비리를 들추는 드라마가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애국신문 이무영 기자는 자신의 형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기자가 되었고 이 과정에서 거대언론사인 대한일보와 검찰, 경찰 등 권력의 조작을 밝혀나간다는 줄거리다. 조작이란 소재는 영화에서도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이병헌이 주연한 영화인 내부자들에서도 정치인과 언론인, 기업총수는 극중 깡패인 안상구의 폭로를 덮기 위해 과거의 치부를 들춰냄으로써 안상구가 저지르지도 않은 죄목을 덧붙여 신뢰할 수 없는 쓰레기로 매도한다. 이 과정에서 안상구의 지시로 청부 살해를 했다는 인물을 돈으로 매수해 거짓 증언을 조작해 위기를 벗어난다. 올해 누적관객수1000만명을 돌파한 택시운전사를 보면 5·18 당시 광주 민주화 운동을 얼마나 조작 왜곡해 국민들에게 알렸는지 잘 알 수가 있다. 

과거 드라마에서 언론인은 기자나 PD라는 직업의 특수성에 주목한 ‘전문직 드라마’(MBC<스포트라이트>)의 소재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사건의 중심에 언론사가 연루돼있거나 기자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에서 언론인을 주목하는 것과 달리 한국사회에서는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다.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신조어)라는 말이 일상화됐을 정도로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 여론이 팽배하다. 이러한 시점에 고개를 든 ‘언론 드라마’는 언론이 무엇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드라마 조작을 본 시청자나 영화 내부자, 택시운전사를 본 관객은 "현실 같지 않은데 현실이더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어떤 형태로든 많은 조작이 일어나고 있고 또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작은 돈과 권력,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스포츠에서는 야구, 축구, 농구, 종합격투기 등을 가릴 것 없이 적게는 수 백만원, 많게는 수 억원을 챙기기 위해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이 적발되고 있다. 돈이다. 단편적으로 비교해보면, 미국 HBO 드라마 <뉴스룸>에서 권력과 자본에 맞서며 공정하고 올바른 보도를 위해 험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언론인의 현장을 그려내 인기를 모았다. <뉴스룸> 열풍은 국내에서도 ‘미드 마니아층’ 사이에서도 불었다. 그러나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 언론인은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거나 부패한 모습으로 그려지기 일쑤다. 실제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공영방송의 몰락과 권력에 대한 감시와 보도의 책무를 저버린 현실과도 맞닿아있다. 이를 딛고 선 <조작>과 <아르곤>과 같은 언론 드라마들은 어느 것이 정통 언론이고, 사이비 언론인지, 나아가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등의 주제의식을 환기시킨다.

조작은 일을 거짓으로 그럴 듯하게 꾸며낸다는 의미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정의 방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조작에는 큰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수십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도 있고, 전 재산을 잃은 사람도 있다. 명예를 실추한 사람, 생명에 위협을 받은 사람 등 그 피해 또한 다양하다. 드라마 '조작'이 진실을 밝혀낼지 좀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조작'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SBS <조작>(연출 이정흠, 극본 김현정)은 유도선수 출신 한무영(남궁민 분)은 형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애국신문’이라는 군소매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가진 게 하나도 없는 그는 조작을 일삼는 거대 보수신문 ‘대한일보’와 맞서고 있다. 무영은 직접 발로 뛰며 조작의 증인을 찾아내지만, 대한일보의 견고하고 높은 벽에 부딪힌다. 그럴수록 무영은 권소라(엄지원)를 끌어들여 사건을 재조사하고, 권력과 언론이 결탁한 부조리한 현실을 들추는 데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1일 방영된 방송은 9.7%, 11.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 지상파 3사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장남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 대학원 동료라고 주장하는 자가 문준용의 특혜 취업 의혹에 대해 증언한 음성 파일을 공개해 취업특혜 의혹을 조작했다. 

최근에는 MBC 해직PD인 최승호 <뉴스타파> 감독이 연출한 <공범자들>이 개봉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시절 공영방송 KBS와 MBC가 권력에 의해 어떻게 장악됐는지를 상세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가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되고, 실제 제작현장에서 벌어지는 보도 및 제작 검열 과정을 담았다. MBC 기자와 PD 다수가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간데 이어 아나운서들도 잇따라 제작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한무영이 대한일보와의 싸움의 판을 키워가고, 계약 만료 3개월을 앞둔 이연화(천우희 분)가 ‘아르곤’팀에 합류해 ‘팩트’를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 쓰는 모습이 공개됐다. 드라마와 현실, 양 쪽의 세계에서 언론인이 현장에서 뛰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언론윤리와 보도책무를 다하는 언론인의 모습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국정원이 '사이버 외곽팀'으로 동원된 민간인 3500명, 모두 30개 팀으로 짜여 조직적으로 2012년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 대선여론조작을 한 것이 확인됐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다. 

살충제 달걀 파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허술하기 짝이 없는 친환경 인증제가 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 퇴직 관료와 짜고 친 대국민사기극이란 점에서 볼 때 조작이나 다름이 없다. 조직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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