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김덕권 칼럼] 황혼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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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황혼의 열정
  • 김덕권
  • 승인 2017.08.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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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열정

▲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어느 젊은이가 물어오셨습니다. 황혼(黃昏)에도 열정(熱情)이 남아 있느냐고요. 그럼 열정이란 무엇인가요?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입니다. 황혼이라고 열정이 없을 리가 없지요. 저도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저도 *덕화만발*로 온 몸을 불살라 이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결코 늙지 않습니다. 돋보기를 잘 쓰면 구름 낀 날에도 종이를 태울 수 있다고 합니다. 마찬 가지로 노년에도 에너지를 한곳으로 잘 모으면 금석(金石)도 녹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열정은 남보다 더 큰 에너지를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열정은 자신의 힘을 모아 지속시킨다는 뜻이지요.

누구나 아름다운 노년을 꿈꿀 것입니다. 나이가 많이 들었어도 무엇인가에 열정을 보이는 사람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때로 나이 탓을 하면서 합리화하고, 자신들이 늙어 힘이 없는 것을 우울해 합니다. 그러나 노년을 열정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97살 까지 산 ‘첼로의 성자’ 파블로 카잘스는 “선생님께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로리스트로 손꼽히시는데 아직도 하루에 여섯 시간씩 연습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지금도 연습을 통하여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네.”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96세에 세상을 떠난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타계 직전까지 집필을 계속했습니다. 역시 어느 기자가 “아직도 공부하시냐?”는 질문에 “인간은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와 같이 황혼의 열정을 불태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많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돈이 없어서 열정적인 삶을 누릴 수 없다고 합니다.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에 돈은 넘쳐 나는데 그것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아니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릅니다.

왜냐하면 온갖 고생과 근면 절약을 하여 어렵사리 돈을 벌었기 때문에 돈 버는 것 외에는 아무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옛 양반들은 향리(鄕里)에 전답(田畓)이 있어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적당한 시기가 되면 벼슬을 고사(固辭)하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문 사 철(文, 史, 哲)’ 즉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논하고, 서로 지은 ‘시 서 화(詩, 書, 畵)를 품평하며, 음악과 노래, 춤을 즐기며 인생의 완성을 추구하였다 합니다.

은퇴하고 30년을 ‘황금의 나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열정과 취미 생활을 즐기면 늙지 않습니다. 열정을 가지면 마음이 늙지 않고, 마음이 늙지 않으면 황홀한 황혼의 열정이 솟아나는 법입니다. 분명히 은퇴 후 제 2의 인생은 있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 산업화의 주역이었습니다. 오늘 날의 대한민국을 이룩해 낸 세대이므로 우리도 황혼의 정열을 불태울 자격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삶의 각박함에 빼앗긴 인생의 즐거움을 보상 받아야 합니다.

그럼 우리가 황혼의 열정을 되찾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만의 보물창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물창고에 가득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본인은 알지 못합니다. 그 잃어버린 보물을 찾아내는 사람만이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전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가는 곳에는 어디든 사람들이 함께하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당연히 황혼의 열정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습니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이 아닌지요? 그 잃어버린 보물 황혼의 열정을 찾아내어 지속적으로 불태우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면 될지 생각해 봅니다.

첫째, 자신의 강점을 적어보고 확실하게 믿는 것입니다.

나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걸 수첩에 적어보는 것입니다. 저는 재주가 메주입니다. 그래도 딱 하나 세상의 모든 일들을 글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이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그 찾아낸 일이 즐겁고 계속하고 싶은 것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35여 년 동안 수행에 전념해 왔습니다. 일직 심으로, 일구월심(日久月深), 오직 그 한길을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원불교여의도교당 회보를 쓰는 것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글을 써왔습니다. 그 결과 8권의 수필집과 3권의 시집을 발간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그 일을 3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가다가 아니 가면 황혼의 열정을 불태울 수 없습니다. 뚜벅 뚜벅 가는 것입니다. 그걸 저는 <지성여불(至誠如佛)>이라고 표현 했습니다. 지극한 정성은 우리를 불보살의 위(位)로 올려줍니다. 정성이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결 같이 가는 것입니다.

넷째, 위의 질문에 ‘네!’ 라는 대답이 나오면 그대로 행동에 옮기는 것입니다.

어떠한 일이라도 좋습니다. 다만 위의 세 가지 물음에 합당해야 황혼의 정열을 불살라 우리의 마지막을 황홀하게 장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읽을 수 있는 좋은 글이 많습니다. 슬쩍 지나치면서라도 본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쩌면 세상일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행동하지 않고 무심히 넘기는 일이 많습니다. 내면의 열정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일수록 아주 단순합니다. 우리 내면의 보물을 찾아내는 네 가지 방법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소시(少時)에 진리를 깨치고, 중년에 제도 사업(制度事業) 하며, 말년에 해탈(解脫)하면 원만한 일생입니다. 그래서 결심은 특이하게 하고, 처신은 평범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발원(發願)이 없고, 향상코자 노력함이 없는 사람은 결코 황혼의 열정을 불사를 수 없습니다. 황홀한 낙조(落照)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8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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