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김덕권칼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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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반갑습니다
  • 김덕권
  • 승인 2017.09.0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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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산 김덕권 칼럼니스트, 전 원불교 문인회장

반갑습니다

우리 원불교에서는 언제나 법회를 보거나 강연을 할 때 처음 인사를 반드시 <반갑습니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반갑습니다.’라는 말의 뜻을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을 잘 뜯어보면 우리나라 고유의 사상과 문화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가 처음 인사한 말 중에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말에도 상당히 심오한 의미가 들어있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발표에 의하면, ‘반’이란 말에는 ‘반드시, 반했다, 반듯하다, 반들반들한’의 뜻이 있다고 합니다. ‘반’은 고대 우리선조들이 ‘신(神)’이라는 뜻의 인칭대명사로 썼다고 하지요. 지금도 몽골에서는 ‘반’을 신이란 개념으로 사용하며 고대 몽골이나 만주, 조선에서 ‘반갑습니다.’는 ‘반(신)과 같은 사람입니다.’라는 뜻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최상의 인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나 ‘고맙습니다.’ 하는 말 역시 ‘감’이나 ‘고’는 ‘신(神)’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감’은 God처럼 인격적인 신이 아닌 우주만물의 근본을 나타내는 진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가마’는 바로 ‘감’에서 파생된 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경전인《삼일신고(三一神誥)》속엔 ‘나의 뇌 안에는 이미 하늘이 내려 와 있다’는 뜻의 ‘강재이뇌(降在爾腦)’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 ‘가마’는 하늘의 신이 ‘뇌’ 속으로 들어오는 곳을 말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의 ‘고’도 감의 옛 말 ‘고마’에서 온 말로 풍요롭고 아름다운 땅의 신을 뜻한다고 하네요. 귀엽고 통통한 아이를 ‘땅꼬마’라고 했듯, 땅신(地神), 고마에서 곰, 검, 금이 파생되었습니다. 상대방을 일컫는 ‘님’자도 ‘니마’라는 옛 말로 높고 빛나는 신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높고 빛나는 신 ‘니마’에서 파생된 것이 사람의 신체 중 ‘이마’이듯 우리 선조들은 하늘, 땅, 사람 모두를 같은 ‘신격 체(神格體)’로 보았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천지인(天地人)의 삼원사상(三元思想)이 정립된 것입니다.

우리말은 우연히 부르기 좋게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 되기 위한 수련을 통해 삼원사상과 자신의 본질을 성찰한 결과이지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쓰는 ‘말’은 ‘마음의 알’이란 뜻입니다. 마음의 ‘마’는 사람이 태초에 표현해내는 소리로 맏딸, 맏사위처럼 처음의 참됨을 뜻하는 긍정적인 소리이고, ‘음’은 원래 ‘움’으로 ‘움’이 싹, 씨를 뜻하는 것처럼 처음으로 싹트는 것이 마음이며, 이 마음의 알(아리 : 밝음)이 ‘말’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마음의 알맹이를 쓰는 것이 ‘말씀’인 것이지요.

이와 같이 우리말의 ‘고맙다’도 어근(語根)인 ‘고마’의 뜻이 바로 ‘신’을 뜻하는 것입니다. 다만 ‘고맙습니다.’의 ‘고마’가 위로 올라가려는 신을 가리키는 반면, ‘반갑습니다.’의 ‘반’은 아래로 내려오는 신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고마’는 천신(天神)과 일치되는 경우가 많으며, ‘반’은 지신(地神)과 일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갈래의 신은 ‘한’(태양)이라는 범위에서 통일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반’은 말뜻이 넓어져서 ‘환하다’, ‘하늘의’ 라는 뜻으로도 쓰였으며, 스스로를 태양(하늘)의 후예로 여기던 전통 때문에 ‘혈통의’라는 뜻으로도 쓰였습니다. 만주어에서 ‘바닌’(banin)은 ‘한님’이 내린 성품을, ‘바닌타이’(banintai)는 한님이 주신 모양새를 가리킵니다. 우리말에서도 ‘반듯하다’는 ‘바닌타이’와 그 뜻이 같고, ‘반드시’는 신의 뜻처럼 이라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그러니까 ‘반갑다’는 ‘반과 같다’ 는 뜻이고, 상대방에게 ‘반갑습니다.’하고 인사하는 것은 ‘당신은 하늘의 신과 같이 크고 밝은 존재입니다’ 라는 찬사를 보내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반갑다는 말은 인간에 대한 최고의 존중과 축복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옛 조상들은 사람의 인성(人性)이 본래 신성(神性)과 하나임을 알고 있었기에 늘 하는 인사말을 통해 사람의 존재가치를 깨우쳐 주고자 하였던 것이지요.

비슷한 예가 또 있습니다. 인도와 네팔 지역에서는 상대방과 인사를 나눌 때 ‘나마스테(Namaste)’라고 하면서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읍니다. 나마스테는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경배합니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우리도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말의 의미를 바르게 알고, 바르게 알리고, 서로 그 참다운 의미로 인사를 한다면 먼저 자신이 변하고, 다음으로 인간관계가 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고맙다’의 뿌리가 되는 글자인 ‘고’는 높은 신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그 ‘고’에 여성을 뜻하는 ‘마’가 붙으면서 ‘고마’는 여신, 풍요를 상징하는 땅의 신(地母神)을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한편 고마는 ‘곰’으로 소리가 축약되어 여신을 상징하는 동물로 불렸지요. 곰이 여자가 되어 한웅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고조선을 세웠다는 단군왕검입니다.

단군의 어머니는 고마(곰)를 받드는 부족출신의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소도(굴)에서 엄격한 수행을 거친 뒤에 마침내 한웅의 부인이 되었습니다. 땅의 사람(地孫)이 하늘의 사람(天孫)으로 거듭나는 이 사례는 이후 수행을 통해 자기 안의 신성(神性)을 밝히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의 문화를 이루는 본보기로서 널리 전해지지 않았을까요?

‘고맙다’는 말은 이렇듯 ‘고마’를 풍요의 신으로 받드는 문화를 거치면서 탄생한 것입니다. 서로 먹을거리를 나눈다거나 도움을 받으면 ‘고맙습니다.’ 즉 ‘고마와 같습니다.’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은 ‘당신은 신과 같은 사람입니다’라며 그 은혜에 고개를 숙이는 일인 것입니다.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이 곧 신인이라는 의식에서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정신이 나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알고 이를 존중하는 사람이 ‘홍익인간’이요, 그 가치를 실현한 세상이 ‘이화세계(理化世界)’입니다. 이런 큰 깨달음이 우리 정신문화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고, 그 뿌리로부터 한민족의 문화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가 무심코 말하는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에 이처럼 큰 진리가 들어 있을 줄이야!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는 내가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세상을 위해 매일 가장 쉽게 줄 수 있는 선물입니다. 우리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원한다면,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깊은 뜻을 알고 쓰면 빨리 실현되지 않을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9월 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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