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막강한 나라

이만도(李晩燾 : 1842~1910)의『향산집(響山集)』에 ‘우리나라는 안팎이 산하로 둘러싸여 있어서 막강한 나라입니다.(我東表裏山河, 莫强之國也.)’라는 말이 나옵니다. 향산(響山) 이만도(李晩燾) 선생은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후손으로 1895년(고종32) 을미사변(乙未事變)이 일어나고 단발령(斷髮令)이 내리자 이에 항거해 의병을 일으킨 구한말의 우국지사입니다.

1910년 8월, 일제에 의해 나라가 병탄되자 향산은 유서를 쓰고 단식 24일 만에 순국하였습니다. 향산이 병인년(1866)에 성균관 대사성에 제수되었을 때입니다. 당시 서양의 군대가 강화도를 함락하여 민심이 흉흉해지고 피난하는 사람들이 꼬리를 물자 향산은 임금께 이와 같이 진언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안팎이 산하(山河)로 둘러싸여 있어서 막강한 나라입니다. 수양제(隋煬帝)와 당태종(唐太宗)이 온 천하의 병력을 동원하고 사해의 재물을 다 쏟아 부었으나 고구려 한 성(城)의 전투력을 당해 내지 못하여 천하 후세에 비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지금 비록 태평세월이 오래되어 백성들이 전쟁을 모르지만, 저들은 숫자가 적고 우리는 많으며 저들은 사악하고 우리는 정의로우니, 많은 수로 적은 수를 제압하고 정의로 사악함을 토벌한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비록 갑옷을 버리고 맨몸으로 싸우게 하더라도 안 될 일이 없을 것이니, 오로지 민심을 수습하고 충성스럽고 용맹한 이들을 격려하기를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150여 년 전, 한 지사(志士)의 적극적인 역사의식과 냉철한 형세판단,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정이 이 몇 줄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그동안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외부 세력에 대해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열강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그 열강을 이용해 우리의 영향력을 더 키울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만 모르고 있거나, 혹은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우리나라의 장점과 저력, 가능성을 깊이 인식하고 보다 지혜롭고 진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 지금의 국난을 돌파할 수 있지 않을 런지요?

북한이 9월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을 한 지 1년 만의 일이지요.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대륙간탄도로케트(IBC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핵실험의 에너지 위력은 4차 핵실험(지난해 1월6일)보다 11.8배, 5차 핵실험 대비 5~6배 큰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결국에는 ‘미치광이 대 미치광이’의 대결이 이어지는 형국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고, 트럼프도 김정은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역설적 안정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있으나 미치광이 이론은 한반도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6차 핵실험은 ‘미치광이’인양하는 트럼프, 김정은이가 벌이는 ‘치킨게임 같습니다.

국내외 언론들은 역대 최대 규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 ‘레드라인’에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북한 핵 · 미사일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골칫덩어리로 부상했다. 문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북한 리스크’가 향후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 레드라인을 밟은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계획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 방법으로 포기하도록 북한을 완전히 고립하기 위한 안보리 결의 추진 등 모든 외교적 방법을 강구하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강대 강으로 나아가 우리나라를 전쟁터로 만들어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막강한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세계 10위권의 대국이고 군사력도 북한에 뒤질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 막강한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땅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그간 우리가 이룩해 낸 이 나라는 물론 북한도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전쟁이 나면 그야말로 우리는 파란고해(波瀾苦海)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러면 그런 생지옥 아비규환(阿鼻叫喚)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가 핵폭탄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강대 강이 아니라 강대 유(柔)’로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 ‘유’가 바로 도덕(道德)입니다.

과학의 문명의 발달로 인해 물질을 사용하여야 할 사람의 정신은 점점 쇠약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사용하여야 할 물질의 세력이 날로 융성하여, 쇠약한 그 정신을 항복받아 이제는 물질의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물질의 세력이 파란고해이며, 핵폭탄인 것입니다. 그 핵폭탄의 위협을 이겨내는 방법은 ‘정신의 세력’을 확장해 내는 것입니다.

정신의 세력을 확장한다는 것은 결국 정신의 자주력을 세우자는 것입니다. 어떠한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고,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정신의 자주력입니다. 여기서 자주력이라는 것은 정신이 요란한 경계에도, 어리석은 경계에도, 그른 경계에도 끌려가지 않고 살아가는 힘입니다.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우리나라를 <어변성룡(魚變成龍)>이 되는 나라라고 전망하셨습니다. 물고기가 변해용이 된다는 뜻이지요. 물고기가 변해용이 된다는 뜻은 핵폭탄이 아니고 도덕사회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덕화만발에서도 맑고 밝고 훈훈한 도덕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 덕화만발에서 추구하는 사회란 바로 이 나라가 도덕의 부모국과 정신의 지도국이 되자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 나라에서 절대로 이 땅에 전쟁의 소용돌이는 일지 않을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일치단결하여 도덕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막강한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이 미증유(未曾有)의 사태를 당하여 진보와 보수, 여와 야 모든 세력이 똘똘 뭉쳐 도덕사회를 건설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저 미치광이들을 이겨내는 막강한 나라를 만들어 맑고 밝고 훈훈한 도덕세계를 이룰 수 있지 않을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9월 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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