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

한·중·일 3국이 3년 만에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3국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사진=손 맞잡은 韓·中·日 외교장관… 표정은 미묘한 차이 - 한·중·일 3국 외교장관이 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회담을 갖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윤병세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것은 2012년 4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연합통신넷=김현태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 일본 외무대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를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 실제로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발표문이 채택된 것은 2010년 5월 경주 회의 이후 5년 만이다.

2011년 3월 일본 교토, 2012년 4월 중국 닝보에서 회의가 열렸지만 3국간 의견 불일치 탓에 합의문을 내놓지 못했다. 이후 3년간은 중·일관계 악화 탓에 외교장관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정부는 3국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공동 언론발표문 형식의 합의문이 5년 만에 만들어진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22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면서 "3년간 회의가 열리지 못했고 그전에는 3국 간 의견 불일치로 공동 언론발표문 형식의 합의문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합의문을 만들어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던 3국이 그나마 협력체제를 복원할 수 있는 토대를 이번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만들어 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의장국으로서 이견을 조율하고 외교적인 협력을 이끌어 냈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이번 공동 발표문에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이 들어간 것도 성과로 평가했다.
 

중국으로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관련해 한국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참여 시한을 앞두고 정부는 미국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지만 참여 선언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중 간 첨예한 현안이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밀고 당기기를 통해 한국을 흔들면서 일정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AIIB에 한국이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굳이 사드를 둘러싸고 긴장감을 조성해 반중 정서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이번 3국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현안을 얘기하고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뒀다. 기시다 외무상은 지난 21일 박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안부와 함께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아 올해를 더 의미 있는 해로 만들기 위해 3국 정상회의 개최가 중요한데 이해와 협력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3자 협력에 대한 기대 메시지를 보내고 아베 총리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반면 중국이 일본에 과거사 공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향후 정상회담 개최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왕 부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3국 협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길로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를 제시했다. 왕 부장의 이런 표현은 2010년 3국 정상회담 당시 발표한 '비전 2020 문건'에도 나오지만 일본의 역사 인식이 3국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 조건임을 중국이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최근 불거진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문제를 둘러싼 한·중간 이견을 이번 회의에서 부각시키지 않은 점이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중 양국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사드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고 거론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사드 문제가 부각됐다면 3국 협력 체제 복원이란 취지가 퇴색될 수 있었지만 중국 왕이 부장은 이날 사드 문제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3국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3국 정상회담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당장 오는 8월로 예정된 '아베 담화'가 정상회담 개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3국 정상회담이 빨라야 오는 10~11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일본으로서도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성사되면서 한중 공조로 '동북아 왕따'였던 신세를 면할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성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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