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위지

요즘 자기 말만 제일이고 옳다는 사람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요? 제일야당인 ‘한국 당’이 하는 짓을 보면 꼭 그렇습니다. MBC 김장겸 사장의 영장발부를 이유로 국회를 보이콧 했습니다. 그리고 국회를 뛰쳐나와 시위를 하며, 정부와 여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일은 모두 잘못 되었고 틀린 것이라고 날을 세웁니다.

어찌 정부여당과 대통령이 하는 일이 모조리 잘 못한 일인지요? 참으로 가슴이 답답합니다. 잘 한 것은 잘 했다고 흔쾌히 칭찬과 합력을 하고, 잘 못 된 것은 잘못했다고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이 참으로 국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다행한 것이 대규모 장외집회를 끝내고 오늘부터는 국회로 들어간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지지위지(知之爲知)’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논어(論語)》<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이 말은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원문을 보면「子曰 由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공자께서 말씀하셨다.󰡒유야 너에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아는 것이다.󰡓입니다.

자로(子路 : 由)는 힘이 세고 용기가 있으며 무술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남에게 지기를 싫어하는 사람이지요.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자로의 이러한 성격은 자로로 하여금 자기가 모르는 것을 인정하거나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자로를 깨우치고 싶어 말을 걸었습니다. “유야.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우쳐 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 남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른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실력자입니다. 실력이 없는 사람은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두려워 모른다는 대답을 하지 못 합니다. 자신 있는 사람만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유몽인(柳夢寅 : 1559~1623)의『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몽인이 임진왜란 때 중국사람 황백룡을 만났습니다. 그가 유몽인에게 조선 사람은 몇 가지 경서를 공부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유몽인은 이렇게 대답했지요. “삼경(三經) 또는 사경(四經)을 읽지요. 심지어는 제비나 개구리, 꾀꼬리도 경서 하나쯤은 읽을 줄 압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제비도《논어》를 읽을 줄 안답니다. 그래서 ‘지지위지지(知之謂知之), 부지위부지(不知謂不知), 시지야(是知也)’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개구리도《맹자(孟子)》를 읽을 줄 안다는 얘기는《맹자》<양혜왕(梁惠王) 하편> 가운데 ‘독락악여중락악숙락(獨樂樂與衆樂樂孰樂)’이란 구절이 나옵니다. 이것을 또박또박 소리대로 읽으면 개구리의 ‘개굴개굴’ 하는 소리와 흡사하기에 이르는 말입니다.

또 꾀꼬리는《장자(莊子)》를 잘 읽습니다.《장자》에 “이지유지지비지(以指喩指之非指), 불약이비지유지지비지(不若以非指喩指之非指), 이마유마지비마(以馬喩馬之非馬), 불약이비마유마지비마야(不若以非馬喩馬之非馬也)”란 말이 나옵니다. 이 구절을 빨리 읽으면 꾀꼬리의 노래하는 소리와 흡사했던 까닭으로 유몽인이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이 뜻은 “엄지를 손가락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엄지가 아닌 것을 가지고 손가락이 아니라고 하는 것만 못하다. 백마를 말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백마가 아닌 다른 동물을 가지고 말이 아니라고 하는 것만 못하다”라는 뜻이지요.

이렇게 조선의 제비는 능히《논어》를 읽을 줄 알았고, 개구리는《맹자》읊었으며, 꾀꼬리는 그 어려운《장자》를 노래할 줄 알았습니다. 하물며 이 나라의 미물들도 진리를 얘기하고 진실을 논하는 세상입니다. “모른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실력자입니다. 실력이 없는 사람은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두려워 모른다는 대답을 하지 못 합니다. 자신 있는 사람만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만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정에 몽니를 부립니다, 하지만 국회 보이콧의 근본적 배경은 따로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9월 1일자 한국갤럽여론조사에 의하면, 당 지지율이 8%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76% 지지라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지요. 이를 막아내지 못하면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질질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국회를 외면하고 거리로 나갔다는 관측입니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민심의 위세가 여전한 것도 부담일 것입니다. 거기다가 MBC라는 공중파마저 놓칠 경우 사실상 마지막 보루마저 상실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겠지요. 또 내년 지방선거에서 싸움을 벌이기도 전에, 여론전에서부터 경쟁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린 게 아니냐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일반적 여론은 “자신들의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미룬 채, 새 정부의 언론장악이라는 공격 논리를 만들어 언론장악이란 프레임을 꿈꾸는 한국당은 정도를 넘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에게 필요한 건 ‘국회 보이콧’이나 정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12년 만의 대규모 장외투쟁을 끝으로 당의 결집력을 최대한 끌어 올렸으면 국회로 들어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만하면 이번 장외투쟁을 통해 당내 결속력이 한층 강화되고, 야성(野性)도 회복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또다시 장외투쟁을 벌이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벌인다면 국민은 영원히 자유한국당을 외면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는 어느 한 편에 권리가 집중되는 것은 아니 됩니다. 모든 시정(施政)은 간이(簡易)하게 하고, 법은 상하가 다 엄중하게 지키며, 국가의 정론(正論)을 세운 후에 애국정신과 공중도덕을 국민들이 지키게 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그리고 무리로 나를 선전하고, 모략으로 남을 공격하면, 혹 일시적 인심선동은 가능하나 최후의 승리는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무엇이나 극하면 변고(變故)가 생기고 과하면 폐단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지지위지’라 했습니다. 솔직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정에 복귀하는 것이 용기이고 당위(當爲)입니다.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고 국회로 복귀해 중요한 마음을 터놓고 국정을 논의 하시면 좋겠네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561년, 원기 102년 9월 1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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