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식탁' 공연사진 /ⓒAejin Kwoun
'1인용 식탁' 공연사진_무(이화정), 일(허영손), 오인용(류혜린), 애(김시영) | 복싱 스텝을 밟으며 링 위 당당한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강약약 중강약약’의 리듬과 ‘원 투 원 투’의 복싱 스텝이 만나, 혼자 밥을 먹어도 외롭게 느껴지지 않도록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연극 “1인용 식탁”이 지난 6일부터 오는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관객에게 위트와 비트가 담긴 감동을 경쾌하게 전하고 있다.

'1인용 식탁' 공연사진 | '혼자 밥을 먹는 학원'에는 '오인용' 같은 이들이 함께 '혼밥'에 대한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온다. /ⓒAejin Kwoun
'1인용 식탁' 공연사진 | '혼자 밥을 먹는 학원'에는 '오인용' 같은 이들이 함께 '혼밥'에 대한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온다. /ⓒAejin Kwoun

직장생활 9개월 차, 갓 신입사원 딱지를 뗀 인용은 회사에서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한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나름 노력을 하지만 아무도 인용과 밥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 의기소침해진 채 매일 꾸역꾸역 혼자 밥을 먹는 인용은 결국 ‘혼자 밥 먹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학원에 등록하기 이른다. 짜장면, 파스타, 한정식까지 혼자 먹겠는데...고깃집에서 고기를 혼자 구워 먹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인용 앞에 혼자 먹기의 달인이 나타난다.

'1인용 식탁' 공연사진 | 혼밥의 달인으로 등장한 그녀는 주변의 시선 따위 아랑곳 없다. /ⓒAejin Kwoun
'1인용 식탁' 공연사진_사(윤성원), 애(김시영), 무(이화정), 유(김연우), 일(허영손) | 혼밥의 달인으로 등장한 그녀는 주변의 시선 따위 아랑곳 없다. /ⓒAejin Kwoun

2010년 ‘혼밥’을 가르쳐 주는 학원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주목을 받았던 윤고은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2009년 대산대학문학상 희곡부문을 수상하며 등단 후 여성과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써내려가는 극작가 이오진이 각색을 맡아 2010년의 이야기를 2020년 현재의 우리에게 공감가는 이야기로 이야기를 더욱 빛내었다. 그리고 연극, 뮤지컬 등 항상 기대 이상의 무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기쁨 연출의 참여로 특유의 역동성과 리듬감을 살린 리드미컬한 무대로 관객들에게 지루할 여지는 전혀 주지 않는다.

'1인용 식탁' 공연사진 | 함께 먹는 시간은, '모두'에게 즐겁기만 한 시간일까? /ⓒAejin Kwoun
'1인용 식탁' 공연사진 | 함께 먹는 시간은, '모두'에게 즐겁기만 한 시간일까? /ⓒAejin Kwoun

‘혼밥’에 대한 ‘어색함’과 ‘낯섦’은 유독 동양권에서 그리고 남자일수록 강항 경향이 있다. 문화와 심리학은 서로 밀접한 관계라 이야기하는 문화심리학에 따르면 동양과 서양의 상이한 문화적 배경이 사회구조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두 지역에서 사회화 과정을 겪은 개인들의 상이한 사고습관을 주조한다는 진화론적 설명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과연 밥은 ‘함께’ 먹는 것이 당연하다는 개인적 인식과 함께 ‘혼자’ 밥을 먹는 상황을 좋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멋대로 예측하는 동양의 사회적 인식은 당연한 것일까?

“힘을 빼라, 고개를 돌리지 말고 똑바로 정면을 보라.

나의 리듬으로 상대방의 리듬을 끌어오라.“

'1인용 식탁' 공연사진 |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시기를! /ⓒAejin Kwoun
'1인용 식탁' 공연사진 |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시기를! /ⓒAejin Kwoun

개인과 사회이 당연하다 여기는 시선과 숨겨진 생각들을 “1인용 식탁”은 온 몸에 힘을 빼고 정면을 바라보라고, 나의 리듬을 밟으며 상대방의 리듬을 파악하라고 이야기를 건넨다. 그리고 링의 종이 울리면 이제 그만 애쓰지 않아도 되고 서로를 살펴보라는 아름다운 스포츠맨십을 보여준다.

'1인용 식탁' 공연사진 | 홀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진정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는 오인용(류혜린) /ⓒAejin Kwoun
'1인용 식탁' 공연사진 | 홀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진정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는 오인용(류혜린) /ⓒAejin Kwoun

‘나’와 ‘너’는 ‘우리’가 함께 공존하기 위해 서로를 탐색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의 세상’이 ‘우리의 세상’과 모두 함께 같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리듬’을 찾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오인용’이 홀로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은 오히려 ‘함께’ 즐거워지는 세상을 보게 만든다. 결국 ‘하모니’도, ‘불협화음’도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2013년부터 매년 다른 주제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현상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함께 고민해 오고 있는 ‘두산인문극장’은 2020년 올해에는 ‘푸드 FOOD’를 주제로 5월부터 7월까지 연극 “1인용 식탁”의 시작과 함께 사회학과 인문학, 과학 등 각 분야에서 강연자를 초청하는 강연 8회 및 공연 3편을 진행한다.

연극 “1인용 식탁”부터 두산인문극장은 모두 무료로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1인용 식탁' 포스터 /(제공=두산아트센터)
'1인용 식탁' 포스터 /(제공=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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