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천안 여중생 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이 당시 상황을 페이스북에 공개해 누리꾼들의 공분과 청소년범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그 유형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페이스북 이용자 A 씨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천안 여중생 폭행 피해자 본인입니다"라고 밝히며 "처음에 골목으로 끌고 가서 폰을 뺏은 뒤, 피우던 담배를 던지고 다리에 침을 뱉다가 자취방으로 끌고 가서 문을 잠그고 폭행을 당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당했고, 뺨 200~300대를 맞는 등 갖은 구타를 당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칼빵(칼로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을 한다며 칼을 찾고, 자기 칼에 피가 3개 묻어있고 다음 피는 제꺼라는 말. 담배빵을 하려하면서, 저 같은 걸레한테 흉터 하나쯤은 (별 것도) 아니라고 하고 부산 애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파이프로 똑같이 해준다던 말. 집 안 보내고 일주일간 감금시키면서 때리겠다는 말. 누군가에게 말하면 손가락을 자르고 칼빵을 찌르러 온다는 말. 전 그 모든 말들이 상처로 남아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 부산에서 4명의 여중생이 다른 여중생 한 명을 담뱃불로 지지고 쇠파이프로 때리는 등 집단 폭행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자아냈다. 더욱이 올해 초 벌어진 인천 여아 살해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데다 강릉, 창원 등지에서 유사한 학교폭력 사건이 연이어 알려지며 청소년에 의한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에 소년법 폐지 청원이 제출됐으며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판단 능력이 미숙하고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청소년의 특성상 그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보단 근본적인 교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학교폭력은 심각한 상태다.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과 강원도 강릉 10대 여중생 폭행사건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은 어디로 가는가

현재 만 14세 미만의 소년은 촉법소년으로 규정돼 죄를 지어도 형사적으로 처벌받지 않으며,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의 경우 형사적 처벌은 가능하지만 소년법상 특례를 인정받고 있다. 소년법에 의한 처분은 죄의 경중에 따라 1호부터 10호까지로 나뉘는데, 크게 가정 감호위탁(1호 처분)부터 수강명령(2호 처분), 사회봉사(3호 처분), 보호관찰제도(4·5호 처분), 소년보호시설 위탁(6·7호 처분), 소년원 수감(8·9·10호 처분)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장 가벼운 감호위탁 처분은 소년범을 가정으로 다시 되돌려 보내는 처분이고, 수강명령은 소년범이 심리치료나 성폭력 방지 교육을 받도록 하며 사회봉사는 소년범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처분으로, 긴급 재해 복구나 농촌지원활동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보호관찰은 소년범에 대해 방문면담을 실시하거나 심야시간대 외출금지 등의 명령을 내려 다시금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제도이며, 가장 무거운 처분인 소년원 수감은 소년범들을 일정 기간 소년원에 위탁해 교화를 위한 여러 교육을 시키는 것을 말한다.

학교폭력이 주로 음지에서 행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전담경찰관이 각각의 학교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소년범 교화제도는 과연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실질적 효과 없는 수강명령과 사회봉사=상대적으로 죄질이 낮은 2·3호 처분 소년범들에게 내려지는 수강명령 및 사회봉사 처분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봉사는 주로 양로원과 같은 복지기관에서 이뤄지는데, 봉사 대상자들이 소년범들을 비행청소년이라 인식해 그들의 봉사를 받길 꺼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정식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는 “이와 같은 이유로 매번 비슷하고 한정된 수의 프로그램을 반복하다보니 제한적인 틀 안에서만 교육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 연구원도 “사회봉사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한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하지만 봉사 시간이 최대 200시간으로 제한돼 있어 현재로썬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수강명령의 경우에도 교육 내용이 소년범 개개인의 이해도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데다 일방적인 강의 형태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름뿐인 보호관찰, 보호도 관찰도 없다,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의 가해자들이 이미 보호관찰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과연 현행 보호관찰 제도가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가장 먼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십만 명이 넘는 보호관찰 대상자가 있지만 보호관찰소는 16개에 그치며, 보호관찰관 한 명이 담당하는 소년범의 수는 평균적으로 130명에 이른다. 이승현 연구원은 “제대로 된 보호관찰을 위해선 보호관찰관들이 지역별로 촘촘히 배치돼야 하는데, 현재로썬 한 명이 담당하는 지역이 매우 넓어 관리하는 소년범들의 동선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보호관찰관의 증원이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썬 요원해 보인다. 이덕인 교수(부산과학기술대 경찰경호과)는 “현 정부가 대대적으로 공무원을 증원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으나 보호관찰관은 한참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인력 부족과 더불어 보호관찰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례로 보호관찰관이 야외 외출금지 명령을 내리면 그 시간대에 소년범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건다. 이 때 전화를 몇 번 이상 받지 않아도 대부분의 경우 사무적인 보고에 그치거나 소년원 수감같이 보호관찰보다 더 강력한 처분으로 변경될 뿐이다. 이승현 연구원도 “소년범들이 이와 같은 맹점을 파고들어 외출금지 확인 전화가 오는 특정 시간대에만 집을 지키는 등 보호관찰제도가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론 ‘보호’보단 ‘관찰’에 초점을 두고 설계된 보호관찰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식 교수는 “소년범들에게 보호관찰이 처벌이 아니라 도움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보호관찰소가 보호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년원이 교도소가 아닌 교육기관이 되려면, 많은 사람들이 소년원과 소년교도소를 혼동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두 기관은 그 목적부터 확연히 다르다. 형의 집행에 초점을 둔 소년교도소와 달리, 소년원은 주목적이 교육인 특수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최근엔 명칭이 소년원에서 정보고등학교나 정보과학고등학교로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소년원에서 제공하는 교육의 내용이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년원에선 소년범들이 자신의 특기와 흥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는데, 이때 실시되는 것은 주로 직업교육이다. 하지만 이승현 연구원은 “9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은 소년원에서 6개월간 머무르는데, 이 중 입소 직후 적응교육 1개월과 퇴소 직전 준비교육 1개월을 제하면 실질적으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4개월 뿐”이라며 “이 정도 교육으론 바로 현장에 투입돼 일할 수 없으므로 소년원 수감 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내용이 곧바로 취직을 하기 위한 기술 교육에 치중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된다. 김광민 소장은 “검정고시와 같은 학력 인정을 위한 고등교육이 가능한 소년원은 두세 군데밖에 없고, 대부분 제과·제빵기술 등 직업교육 위주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며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소년범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에서 만난 가족은 이들을 품어줄 수 있을까=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받은 소년범을 대상으로 판사의 재량에 따라 형사적 처벌 대신 민간 가정 형태의 그룹홈에 위탁해 교화시키는 시설인 청소년회복센터(사법형 그룹홈)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승현 연구원은 청소년회복센터가 “정부 주도의 교화 시설에 비해 민간센터 관계자들이 일대일로 소년범 개개인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재범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창원지법 관할 지역 내 소년범의 1년 내 재범률은 2011~2012년 평균 44.1%였지만 청소년회복센터를 거친 소년범의 재범률은 30%대로 떨어졌다는 통계도 있다.

청소년회복센터는 일반 가정처럼 소년범들을 돌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컨대 부산에 위치한 반디청소년회복센터는 합창단을 만들고 축구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반디청소년회복센터 이상필 센터장은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땐 서로 패스도 하지 않는 등 제대로 플레이가 되지 않았지만, 1년 정도가 지나면서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며 “3년 동안 40여 명의 소년범들이 거쳐 갔지만 재범은 단 3명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소년회복센터의 개수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아직까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일단 그 수가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나 청소년회복센터는 현재 전국적으로 19곳밖에 없으며, 이마저도 부산·경남 지역에 집중돼 수많은 소년범들을 교화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수용 가능한 인원이 한정적인 청소년회복센터의 여건상 소년범은 최대 6개월까지밖에 머물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상필 센터장은 “6개월은 한 명의 소년을 변화시키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이 최근 통과됐지만 아직도 정부 지원이 넉넉하지 않아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점이 청소년회복센터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승현 연구원은 “예산이 많지 않아 사실상 개인이 사명감만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직업훈련소와 연계해 기술 실습을 나가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 지원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필 센터장은 “예산이 지원되면 실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여주기 식의 행사를 하게 되고, 소년들을 교화의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무부에선 예산 지원을 위한 센터 평가 기준에 센터를 중간에 나간 소년의 비율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청소년회복센터가 정부의 지원을 받기 전보다 소년들을 규제하는 데에 더 주력하게 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근본적으로 민간에서 소년범의 교화를 책임지는 게 올바른 방식이냐는 의문도 존재한다. 이덕인 교수는 “원래 국가가 해야 할 일인데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학교는 학교폭력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방침을 명시하고, 소년범을 다시 소년으로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소년범들의 재범 방지와 교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최우선적으론 보호관찰 등 교화제도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고 예산을 늘리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불어 소년범에 대한 보호·관리가 일시적이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소년원을 출소한 소년범의 재범률은 2015년 기준 23.3%로 성인 출소자나 외국의 경우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인데, 현재 소년원을 출소하거나 보호관찰 기간이 끝난 소년범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정병곤 교수(남부대 경찰행정학과)는 “소년원이나 보호관찰 기간 동안의 교화도 중요하지만, 그 기간이 끝난 후 사회로 나왔을 때도 지속적으로 소년범들에게 관심을 갖고 보호해주는 기관이 있어야 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한정된 사회봉사 프로그램이나 특색 없는 수강명령과 같이 획일화된 현재의 교화정책을 보다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공정식 교수는 “성장 배경이나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각각에게 적절한 교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선 소년범들 가운데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죄책감을 느끼는 변화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선별해 따로 교육을 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면담과 심리검사 등을 통해 소년범 개개인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필수적이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단순히 가·피해자 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환경적 요인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 만큼, 교사, 교직원, 학생, 학부모 모두가 함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질랜드와 캐나다 등의 선진국에서 강력한 사법적 조치만으론 소년범을 줄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끝에 도입된 다이버전(Diversion·전환) 제도 역시 해결책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다이버전 제도는 소년범에 대한 형사적 처분 대신 경찰관, 보호관찰관, 지역사회 관계자 등이 참여해 소년범 개개인에게 결핍된 부분을 찾아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김광민 변호사는 “이제까지는 사법적인 제도를 통해 소년범을 사회로부터 격리했다면, 이제는 교화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대신 기소하지 않는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통해 소년범이 다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융합할 수 있도록 사회와 학교, 가정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을 경우,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을 교육하고 일차적으로 교사에게 신고 혹은 보고하거나, 경찰 등에 신고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 누군가의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친구들이 싫어하거나 가해학생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평소에 고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엔 소년범이 처했던 환경이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그들을 성인 범죄자와 다를 바 없이 바라보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소년범에 대한 처벌 위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정작 교화 대책에 대한 토론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덕인 교수는 “소년범들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을 가하기 전에 과연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반성하고 이들을 어떻게 사회에 융합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년범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갑이 아니라 이들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주는 따듯한 장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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