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고전은 왜 많은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까? 고전작품을 공연이나 영화로 만드는 작업은 고전의 재현일까, 재창조일까? 고전작품을 있는 그대로 작가의 세계를 옮겨오지만, 원본의 내용을 충실히 보여주려는 작업에서 제작진의 작품 해석과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과 서사의 구축은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세계를 보여주는 작업일 것이다.

몇 백 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깊은 내면과 생각들은 완전히 달라질 수 없기에, 그 달라지지 않은 현실 앞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쉬이 겪을 수 없는 감정과 조우하게 된다.

외양의 추함을 상품화시키는, 외모지상주의와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그려낸 에밀 졸라의 “보완물”, 그리고 제 나름의 과거를 짊어진, ‘옛날에는 사람이었던’ 몰락한 인간들이 하루하루 생활의 중압감에 신음하고 있는 밑바닥 생활이 그러져 있는 막심 고리키의 “밑바닥에서”는 ‘인간의 인간다움’에 대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인간'을 탐구하고 있다.

공연사진 /ⓒAejin Kwoun
"보완물" 공연사진_연출;양지모, 출연;라선영, 민아람, 고다희, 서현우, 양승호, 조현민 | '추함'을 가진 이들은 이를 밑천으로 자신을 상품으로 판다. /ⓒAejin Kwoun

‘소설시장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했던 럼버잭프로젝트의 작품 “보완물”은 아무런 장식 없이 까만 장막만 있는 속에서 온전히 배우들의 힘과 적재적소의 조명만으로 무대를 채워나간다.

“미는 자연의 동전, 모아 두어서는 안 되며 유통되어야 한다. 그것의 좋은 점은 서로 나누며 갖는 기쁨이다.” - 존 밀턴 -

공연사진 /ⓒAejin Kwoun
"밑바닥에서" 공연사진_연출;김결, 출연;김결, 김수로, 강성진, 정상훈, 김원중, 고재천, 임도후, 윤대성, 강별, 강승우, 이우철, 류성진, 노시아, 이예원, 조가비, 이연, 서혜원, 김준호, ,김민진, 안지아, 정사라, 김명지 | 따닥따닥 성냡갑 같이 햇빛도 들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미래는 없는 것일까? /ⓒAejin Kwoun

신인배우의 등용문을 되어주려 기성배우가 콜라보로 연기를 펼치며 무대를 만들어주고 있는 새싹연극의 세번째 작품 “밑바닥에서”는 수만 가지 이유를 가진, 더 이상 떨어질 바닥이 없을 것만 같은 인생들을 이야기한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한 채의 쪽방 건물에는 평균 10.7명이 산다. 대부분 공용 화장실 한 곳을 나눠 쓰고, 아예 변기 자체가 없는 건물이 17.8퍼센트에 달한다. - 이혜미 저, "착취도시, 서울"-

사실주의 이전 문학들에서 무시당했던 중하류 층의 서민들과 평범한 사람들을 소재로 철학적으로 비판적 리얼리즘을 주도한 막심고리키와 사실주의에서 좀 더 발전하여 현실을 의도적으로 고르지 않고 훨씬 더 충실하게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 자연주의를 표방한 에밀졸라의 철학 기조들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연극으로 표현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시적 언어와 과장된 말투 대신 일상적인 행동과 말처럼 보이는 연기와 대사를 사용한 사실주의 연극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이 겉모습만 화려할 뿐 실상 18~20세기 그 시절의 평범한 사람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함을 말하고 싶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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