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봉 "(부정적) 여론 형성을 하고 싶은데 비판 받을 수 있으니 특정 커뮤니티 글을 옮겨 면피하는 것"

靑 "인천공항 비정규직 전환 일자리, 정규직 준비 취준생과 무관"
고일석 "'알바 2년에 연봉 5천만 원 정규직' 사실 확인하는 데 10분도 안 걸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22일 보안검색요원 등 비정규직 직원 1902명을 정규직인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결정이 '정규직 직원의 자리를 뺏는 조치'라는 취업준비생들의 거센 반발을 두고 청와대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2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들의 정규직 전환이 현재 공사에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카톡방에 올라온 '가짜뉴스'를 그대로 기사화해 포털에 올린 매체들. 단 서울신문 한 곳만  팩트체크했다.
카톡방에 올라온 '가짜뉴스'를 그대로 기사화해 포털에 올린 매체들. 단 서울신문 한 곳만 팩트체크했다.

그는 "이분(비정규직 보안검색직원) 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거라면 모두 신규로 채용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으나, 일하던 분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나가야 하는 상황도 공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고 짚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에 들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2017년 5월 12일을 기점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준이 다른 부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들은 필기 전형이 없는, '적격심사' 방식으로, 이후 입사자들은 필기 전형이 있는 공개채용방식으로 채용절차가 진행된다.

황 수석은 "5월 12일 이전에 들어온 분들은 인성검사나 적격심사 등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지만, 이후에 들어온 분들은 전환될 일자리임을 알고 들어와서 필기시험 등 공채 절차를 거친다"라고 전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 중에서도 탈락자가 나올 수 있어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게 황 수석의 설명이다. 2년 동안 근무한 보안검색요원은 외부에서의 지원자들과 함께 공채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모두 '정규직으로 간다'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인천공사 정규직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논란은 한 카톡방에 올라온 글이 실마리를 제공했다. 조롱으로 가득 찬 내용을 보면 분명 많은 취준생을 열불나게 할만하다. 이를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그만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까지 제기되면서 하루 만에 8만 명 가까이 동의했다.

하지만 명백한 '가짜뉴스'였고 많은 언론이 이 메시지 내용을 팩트 체크 없이 기정사실로 받아쓰고 보도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모으는 여론을 조성하고 정부에 대한 원성까지 쏟아지게 만들었다.

서울신문만 "‘신의 직장’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며 토익 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을 따던 취업준비생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동시에 안긴 대화가 23일 온라인에서 온종일 화제였다"라며 이 내용을 팩트 체크해 기사를 올렸다.

'인천공항 근무직원'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카톡방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나 군대 전역하고 22살에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서 190벌다가 이번에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 소리 질러 2년 경력 다 인정받네요~~ 서연고 나와서 뭐하냐 ㅋㅋㅋㅋㅋ 인국공 정규직이면 최상위인데 ㅋㅋㅋ 졸지에 서울대급 되버렸네 소리질러 ㅋㅋㅋㅋ 니들 5년 이상 버릴때 나는 돈벌면서 정규직 ㅋㅋㅋㅋ 요새 행복~~~ 부모님도 좋아함"

24일 인천공항공사는 정확하지 않은 내용으로 시중에 떠도는 급여 논란을 두고 정규직 전환 관련에 관한 입장을 내고 "보안검색 요원의 평균 임금 수준은 약 3850만 원이며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 시에도 동일 수준의 임금으로 설계-운영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오픈카톡방에 올라온 '인천공항 근무직원'이라는 이름의 카톡 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오픈카톡방에 올라온 '인천공항 근무직원'이라는 이름의 카톡 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명백한 가짜뉴스 카톡을 인용해 기사를 찍어내는 시중 언론매체의 보도행태를 두고 전 중앙일보 기자 출신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팩트체크를 해서 보도한 언론은 '서울신문' 한 곳 밖에 없다면서 <언론의 무책임한 퍼나르기도 처벌해야 한다>라는 제하로 따금한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우리는 겨우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배우며 자란다. 어쩌다 거짓말을 하면 야단을 맞고 벌을 받기도 한다"라며 "그런데 어느새 내키는 대로 거짓말을 해도 전혀 거리끼지 않는 사회가 돼버렸다"라고 했다.

이어 "'알바 2년에 공항공사 연봉 5천 정규직'은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그런데 이런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내뱉고 퍼나른다. 거짓말을 해도 야단을 맞기는커녕 때로는 더 각광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이라도 이런 거짓말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야단을 맞도록 해야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더 나쁜 놈들은 언론이다. 언론은 '진실'을 전달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자신이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진실'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라며 "'알바 2년에 연봉 5천만 원 정규직'은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 10분도 안 걸린다. 인천공항공사에 물어보면 된다"라고 했다.

그는 "모든 언론이 ''소리질러!!'를 그대로 퍼나르기만 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의도적이다. 그냥 퍼나르기만 한 게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거짓말에 동참한 거"라며 "언론이 이렇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면 누구라도 '알바 2년에 연봉 5천만 원 정규직' 따위의 거짓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마구 내뱉게 된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렇게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거짓말도 아무 체크 없이 마구 퍼나르는 것도 가짜뉴스로 처벌해야 한다"라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으면 행정조치라도 해야 한다. 방통위에서 종편을 규제하듯이 신문 매체도 이런 식의 뻔한 거짓말을 무책임하게 퍼나르는 행위는 규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를 상담해온 이동철씨는 '오마이뉴스'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다수는 정규직으로 채용이 안 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어도 일반직과는 임금체계가 다른 점은 빼고 언론들이 보도를 하고 있다"라며 "취업 커뮤니티와 국민 청원 등을 근거로 해서 취업준비생들의 상실감을 자극하는 보도를 하는 것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출처도 명확하지 않고 익명으로 올라온 것 아닌가"라며 "기자는 그런 걸 확인하라고 있는 존재다. 사실관계가 확인 안 된 내용을 쓰면, 누군가 피해를 당하거나 사실이 왜곡되어 보도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이) 여론 형성을 하고 싶은데, 본인들 입으로 주장을 하면 비판을 받을 수 있으니, '특정 커뮤니티 글을 옮겨 썼다'면서 면피하는 것"이라며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렇게 쓰면 독자들은 기사가 객관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여론이 왜곡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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