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파리바게뜨지회가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카페 노동자 불법파견 및 체불임금 문제 등을 바로 잡기 위한 ‘노사 간 교섭’과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 및 체불임금 문제 등 청년노동자 노동권 보호에 대한 진지한 대화에 임해 줄 것을 바란다”며 교섭을 요청했다. 또 노조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갈등을 조절하기 위한 ‘이해관계자 사회적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는 아닌

파리바게뜨 지회는 지난 26일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뜨 직접고용과 체불임금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 간 교섭과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 등을 제안했다.  9월 22일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업체, 가맹점 등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3396개 가맹점에서 일하는 5378명의 제빵 노동자들을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앞서 지난 21일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카페 노동자 5천여명을 ‘불법파견’ 형태로 사용했다고 판단하고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연장 휴일근무수당 등 미지급 체불임금 110억 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본사는 고용노동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판매하는 빵을 만드는 제빵 노동자는 당연히 파리바게뜨 소속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직영점에서 일하는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빵 노동자들은 본사도 가맹점도 아닌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업무 지시를 해오며 사용사업주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불법 파견 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고용노동부의 판단은 상식적인 것이다.

지회는 “파리바게뜨는 불법파견과 임금체불을 시정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시를 묵살한 채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그러는 사이에 온갖 억측과 근거 없는 주장들이 난무하여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들의 서러운 가슴만 후벼 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불법 파견이 확인된 사례가 많았지만 파리바게뜨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첫 사례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해온 수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로 파장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와 프랜차이즈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발이 거세다.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업체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이번 판정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질문이 이어진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실질적인 업무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 괜찮나? 단지 불법 파견이기 때문에 직접고용을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건가? 불법 파견이 문제인 거면 합법 파견은 괜찮은 건가?

책임지는 사장은 없어

 빵을 만들어 팔아 이윤을 얻는 회사에서 빵을 생산하는 업무는 상시적이고 필수적인 업무다. 그렇다면 빵을 만들 제빵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그런데 왜 제빵 노동자의 인력 수급을 별도로 담당하는 협력업체를 둔 것일까? 근로감독 결과, 파리바게뜨 퇴직 임직원들이 설립·운영해왔다는 협력업체들은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도급비를 착복하고, 소속 제빵 노동자들의 추가노동 수당을 미지급했다고 한다. 협력업체가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는 파리바게뜨에도 이득이었다. 직접고용에 따른 비용을 줄이고 탄력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이익을 챙기는 구조에서 파견노동은 더 이상 예외적이고 특수한 노동이 아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노동의 형태가 되었다.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중간착취는 횡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업무 협정-도급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업체, 가맹점 간에 맺은 복잡한 계약관계는 제빵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상황이다. 근로계약은 협력업체와 맺고 임금도 협력업체로부터 받지만, 일은 가맹점에서 하고, 생산하는 빵은 파리바게뜨 제품인 상황. 이런 조건에서 제빵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고용지속 여부는 파리바게뜨 본사, 협력업체, 가맹점 모두에 달려 있다. 한마디로 제빵 노동자가 상대해야 할 사장이 셋이라는 것이다. 사장이 많아진 만큼 권리가 더 보장되나? 그럴 리 없다. 사장이 많아지면 사장들끼리 책임을 떠넘기고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책임의 소재가 흐려지는 것은 모든 간접고용 형태의 핵심 문제다.

직접고용이 기본이다

이들은 “시정명령 이후, 고용관행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가맹점주들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유포되고 있다”며 “만약 파리바게뜨가 직접고용을 이유로 가맹점주들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려고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또 다른 ‘갑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리바게뜨는 을과 을끼리 싸움을 시켜놓고 뒤로 슬그머니 빠져버리는 졸렬한 ‘갑’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용자가 불명확해지면서 노동자는 권리를 주장하기도 어려운 조건으로 내몰리게 된다. 불만을 제기해도 벽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는 제빵 노동자들이 지난 8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장시간 노동과 가맹점 재배치 절차 개선을 포함한 요구의 핵심은 진짜 사장인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지회는 “이제 파리바게뜨 본사가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회는 “언제까지 파리바게뜨는 무허가 파견업체들인 협력회사하고만 얘기하라고 뒷짐을 지고 있을 것인가”라며 “문제의 본질은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 행위를 했다는 것이고, 제빵 노동자들의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 상당 시간의 노동을 대가없이 제공받은 불법행위를 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파장이 번질까 걱정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항변하기 시작했다. 가맹점에서 직접고용 했다거나, 해당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하지 않는다거나 등을 밝히며 불법 파견이 아님을 주장한다. 하지만 협력업체 소속이든 가맹점 소속이든 이렇게 이루어진 영업 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의 주요 부분을 본사가 가져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책임도 본사가 져야 한다.

직접 고용을 마치 특별한 우대정책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직접고용은 근로계약 관계의 기본이다. 98년 파견법 제정 이후 지난 20년 예외라며 허용된 법의 틈새를 발판 삼아 간접고용이 만연하게 됐다. 이번 판정은 불법 파견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을 넘어, 기본적인 근로계약 관계로서 직접고용의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제빵 노동자들이 일할 맛

지회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이해당사자는 바로 파리바게뜨 본사와 제빵, 카페 노동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이미 고용노동부 발표 전부터 대화를 제의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번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논란으로 우리는 그동안 일상적으로 이용해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빵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대우를 받으며 일했는지 알게 되었다.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며 법적 근거를 얻기 시작한 파견노동은 오히려 직접고용의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 정도로 확산되었다. 이번 판정이 파리바게뜨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직접고용의 원칙을 지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제빵 노동자들의 일은 녹록지 않다. 이른 새벽부터 이어지는 장시간 고된 노동, 화상과 근골격계 질환 등 직업성 질환이나 사고의 위험….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며 빵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쓰디썼다. 그래도 누군가 여전히 맛있는 빵을 만들어주려고 애쓴다면, 그들이 일할 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 않을까. 그런 세상에서 먹는 빵은 더욱 맛있지 않을까. 또 이들은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위법적 고용관행 외에도 이해당사자 간 크고 작은 갈등 문제들이 상존해 있다”며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노동자, 그리고 시민사회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이해관계자 사회적협의기구’의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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