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6회 무죽페스티벌

리허설 사진 | 막이 올라가면 빨간 불빛 아래 무대 한 켠에서 한 남자가 음악을 지휘하는 듯하는 동작을 시작한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는 상처를 입은 듯한 사람들이 한 남자 주변을 맴돈다. ​ /ⓒAejin Kwoun​
리허설 사진 | 막이 올라가면 빨간 불빛 아래 무대 한 켠에서 한 남자가 음악을 지휘하는 듯하는 동작을 시작한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는 상처를 입은 듯한 사람들이 한 남자 주변을 맴돈다. ​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깊이 숨어 있는 과거 청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 “뚜껑 없는 열차”가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 극장 동국에서 2020 제6회 무죽페스티벌의 첫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며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함께 생각을 나누고 있다.

리허설 사진_마을사람(신선미), 마을아이(이하랑), 고기집사장(김민수), 우순(홍도영), 국수집사장(이지은), 노숙자(김영웅) /ⓒAejin Kwoun
리허설 사진_마을사람(신선미), 마을아이(이하랑), 고기집사장(김민수), 우순(홍도영), 국수집사장(이지은), 노숙자(김영웅) /ⓒAejin Kwoun

변변치 못한 캐리커처 작가로 무료한 일생을 보내던 우순은 우연한 계기로 해방 직후인 1948년의 시간으로 빠져든다. 옛사람들 사이에서 우여곡절을 겪던 우순은 일본군에게 끌려 ‘뚜껑 없는 열차’를 타고 만주의 위안소로 떠났다가 고생 끝에 돌아온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순심을 만나게 되는데...

리허설사진_ /ⓒAejin Kwoun
리허설사진_순심(이유주), 순심엄마(전형숙), 순심아빠(유영전), 우순(김성훈) | 우순은 소녀상 초상화를 위해 생각하고 있던 이미지와 너무나 닮은 소녀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Aejin Kwoun

우리나라가 일제의 만행에서 벗어난 지 올해 벌써 76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하지만 남과 북의 전쟁, 외세의 정치적 개입에 의한 분단국가가 된 대한민국은 아직도 일제 시절 다치고 부러진 몸과 마음을 여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리허설 사진_영수엄마(김지애), 순심(이유주), 우순(김성훈), 순심아빠(유영전), 순심엄마(전형숙) | 무사히 고국으로 살아한 그네들이건만 왜 가족들을 이웃에게 무릎을 꿇고 빌어야 했을까? /ⓒAejin Kwoun
리허설 사진_영수엄마(김지애), 순심(이유주), 우순(김성훈), 순심아빠(유영전), 순심엄마(전형숙) | 무사히 고국으로 살아한 그네들이건만 왜 가족들을 이웃에게 무릎을 꿇고 빌어야 했을까? /ⓒAejin Kwoun

조선 말기 사회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한다 여기던 가부장적 사상과 유교적 전통은 시간이 흘러 기독교의 순결 강조와 맞물려 여성의 지위를 암묵적으로 무시하였으며, 여성 스스로 순결하지 못하면 더럽혀지고 타락한 것이라는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만들며 억압한다.

리허설 사진_영수(조현철), 우순(홍도영) | 순결하지 못한 과거가 좋아했던 마음조차 단번에 돌아서게 만드는 그런 이유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Aejin Kwoun
리허설 사진_영수(조현철), 우순(홍도영) | 순결하지 못한 과거가 좋아했던 마음조차 단번에 돌아서게 만드는 그런 이유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Aejin Kwoun

그리고 그러한 순결 이데올로기는 위안부로 몸과 맘이 피폐해진 여성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되게 만들었고, 대한민국의 지금 역시 ‘성’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지극히 보수적 성정체성과 감수성을 지닌 사회 통념 아래에서 몇몇 이들이 소녀상을 조롱하고 푸대접 받게 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리허설사진_순심(이유주), 우순(김성훈) /ⓒAejin Kwoun
리허설사진_순심(이유주), 우순(김성훈) | 살아생전 따스히 안아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소녀상 옆에 초상화를 함께 둔 그의 마음은 어떠할까? /ⓒAejin Kwoun

1992년 첫 집회 이후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리던 ‘수요집회’의 20주기 기념으로 만들어진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를 요청하기 위해 대한민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건립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한일협정과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일일본군위안부협상타결을 빌미로 최종적으로 종결되었다고 자신한다.

리허설 사진_우순(김성훈), 순심(이유주) |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던 그 언약들...우리는 그 분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싶다고, 그러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었는지... /ⓒAejin Kwoun
리허설 사진_우순(김성훈), 순심(이유주) |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던 그 언약들...우리는 그 분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싶다고, 그러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었는지... /ⓒAejin Kwoun

마음의 안식처라 여기는 고향에서, 가장 마음 기댈 수 있는 가족에게 부터 거부당하며 부끄러운 기억이라 여겼던 위안부 문제는 가해자 일본의 진정 어린 사과도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 내부에서부터 진정으로 그 분들을 위함과 동시에 우리의 역사에 ‘일제 과거 청산’이라는 단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뚜껑 없는 열차"를 함께 만든 사람들_마을사람/음향(신선미), 노숙자/순심아빠(김영웅), 우순(홍도영), 고기집사장(김민수), 노숙자/순심아빠(유영전), 우순(김성훈), 국수집/영수엄마(이지은), 장용석 연출, 영수/조명(조현철), 하랑어머니, 마을아이(이하랑), 우순엄마/순심엄마(전형숙), 국수집/영수엄마(김지애), 순심(이유주, 손유민) 그리고 우순엄마/순심엄마(손우경) /ⓒAejin Kwoun
"뚜껑 없는 열차"를 함께 만든 사람들_마을사람/음향(신선미), 노숙자/순심아빠(김영웅), 우순(홍도영), 고기집사장(김민수), 노숙자/순심아빠(유영전), 우순(김성훈), 국수집/영수엄마(이지은), 장용석 연출, 영수/조명(조현철), 하랑어머니, 마을아이(이하랑), 우순엄마/순심엄마(전형숙), 국수집/영수엄마(김지애), 순심(이유주, 손유민) 그리고 우순엄마/순심엄마(손우경) /ⓒAejin Kwoun

흙과 자갈을 파 실어 나르는 ‘뚜껑 없는 (화물)열차’에 몸 하나 제대로 뉘일 데 없이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던 그 시절 우리네 여자들의 이야기를 현대와 과거를 오고가며 전하고 있는 이야기, ‘작업그룹 동고동락’의 이 작품은 사람과 삶에 대한 진한 열정을 진하게 담으며, 우리네 가슴을 울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부터 바뀌어야만 하지 않냐고 초상화에 슬픔을 담아 관객들에게 질문을 건넨다.

"뚜껑 없는 열차" 포스터 /(제공=극장 동국)
"뚜껑 없는 열차" 포스터 /(제공=극장 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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