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새 시대, 새 역사의 지도자상- 11대 전두환 대통령의 당선을 경하하며 아울러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국민의 간절한 뜻을 이 자리를 빌어 드리고자 한다… 10·26사태 이후 두어 차례나 위급한 고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앞에는 안팎으로 닥쳐오는 난관이 겹겹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에 모든 여론들이 한결같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노산 이은상 시인의 공(功)과 과(過)>

가고파 시인 이은상… 우리나라 문학계 큰 별(?)이다. 그런데 그가 살아 온 길은 누구나 좋아하는 시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다. 이승만정권 하에서 전남대학교 재단이사장, 이충무공기념사업회 회장 등 굵직한 직함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1960년 이승만 자유당 정권 부정선거에 항거하여 일어난 3·15의거를 ‘무모한 흥분’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로 비하하며 마산시민들에게 자중할 것을 당부한다. 박정희 정권의 민주공화당 ‘창당선언문’을 작성하는가 하면 1972년 10월 유신을 지지하며 “무질서와 비능률을 배제하여 국기를 공고히 하려는 박 대통령의 영단에 적극 찬동한다”하고 학살자 전두환에게 용비어천가를 부른다.

<백선엽장군의 공(功)과 과(過)>

이은상 시인을 후세 사람들은 존경받아야 하는가 비난해야 하는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백선엽예비역대장의 주문과 현충원 안장을 두고 말이 많다. 백선엽을 6·25전쟁에서 다부동전투에서 승전과 낙동강 방어선을 수호한 ‘구국의 영웅’이라고 극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독립군을 토벌한 ‘민족반역자’라고 한다. 백장군이 100세를 일기로 지난 10일 타계했다. 백장군의 빈소에는 촛불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고 정세균국무총리를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백장군의 사후 장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가 타계하기 전부터 논란이 됐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고 독립군을 토벌한 사람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자가 반역자가 되어야 하는가..하는 논쟁이 그치지 않은 가운데 백선엽장군은 지난 15일 국립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 안장됐다.

<박원순시장의 공(功)과 과(過)>

박원순서울시장이 전직 비서 성추행 고소 뒤 자살했다. 박원순시장은 서울시장(葬)으로 결정하고 일부 공중파방송에서는 생방송으로 현장을 생중계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망자를 조롱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원순시장의 죽음과 시장(葬)을 두고 정계는 물론 한목소리를 내던 시민단체 사람들까지도 애통과 비난이 엇갈리고 있다. 박원순시장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며 권인숙 성고문 사건, 부산 미문화원 점거 사건, ‘말지’보도지침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아 약자의 대변자로 살아 왔다. 참여연대를 설립 국민생활최저선 운동, 사법 개혁 운동, 작은 권리 찾기 운동, 소액주주 운동, 예산감시 정보공개 운동, 아름다운 재단 설립, 희망제작소 설립, 부적절한 국회의원 후보자에 대한 공천 반대 및 낙선운동을 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다.

서울시장을 맡은 9년간 탁월한 행정가로서 그는 서울시민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 일해왔다. 박 시장은 이전의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이 했던 개발·토건 중심의 행정에서 사람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시정을 이끌어 시민들로부터 칭송과 존경을 받아 온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박시장의 서울시장(葬)을 두고 나라가 두 갈래로 갈라진 분위기다. 정의당 신상정대표의 조문거부로 정의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당내부의 찬반논란과 탈당행렬이 이어지자 정의당은 “유가족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심상정대표가 스스로 조문에 참여했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는 여전히 ‘성추행 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추모가 부적절하다며 반발이 만만찮다. 박시장의 상중에 성추행사실을 폭로한 여성의 전화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박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격노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사과하기도 했다.

역사는 말할 것도 없지만, 개인에 대한 평가 또한 편견(偏見)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문단의 큰 족적을 남긴 업적 때문에, 혹은 625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전쟁영웅이기 때문에, 혹은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함께해 온 오랜 동지이기 때문에… 그들의 공(功)만 보고 과(過)는 덮어도 좋은가? 공과 사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하고 잘못을 공으로 상쇄하거나 변제되어서는 안 된다. 공은 공이요 과는 과다. 그렇다고 이은상과 백선엽 혹은 박원순을 같은 맥락에서 재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해관계나 동문이기 때문에 내로남불해서 안 된다는 얘기다. 인간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그것이 역사에 기록돼 후세 사람들에게 반면교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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