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분향소에서,. ⓒ뉴스프리존DB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연장하기로 지난 13일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소한 1심 선고 전까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불구속 재판 원칙 등을 거론하며 석방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2차 구속 기간은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4주기인 내년 4월 16일까지다.

그런데, 이번 구속 연장 기한이 매우 상징적이다. 내년 4월 16일까지. 예, 4.16이라는 날짜는 세월호의 참사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잊을 수 없는 숫자 일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직권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이 그간 재판에 임했던 태도와 전직 대통령이라는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정농단’이라는 사안의 중요성도 고려 대상이었다”고 했다. 박근혜야말로 이 숫자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때맞춰 터져나온 세월호 사건 보고시점 조작 의혹은 그녀를 더욱 궁지로 몰아 넣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진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드러날 것이다. 도대체 왜 박 전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데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수많은 생명들을 구하지 않고 그렇게 죽게 내버려뒀는지, 그 시간 동안에 신속한 구조와 수습에 나섰더라면 많은 이들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구속연장 사유에는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던 SK·롯데그룹 뇌물 혐의로 추가 구속을 요청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도 제시했다.

한편 세월호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투사로 만들어 버렸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만나게 된 이들이 많다.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분노의 강도는 더 커졌고 많은 이들이 왜 우리가 정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사람들이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그 정권은 시민의 힘에 의해 무너졌다.

세월호의 진실에 하나 하나씩 더 다가가는 이 때, 서울에서 세월호 관련 포럼이 열린다.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포럼은 서울시와 4.16연대, 4.16 가족연대, 4.16 해외연대 소속 회원들이 참석하며, 6월항쟁 30주년 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시행된다. 시애틀에서도 이곳 진보단체인 '시애틀 늘푸른연대' 소속 회원 한 분이 참가할 예정이다. 4.16은 시민혁명의 촉발점이기도 하다. 이 불행하고 가슴아픈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미몽에서 깨어나게 만들었다. 평범한 이들이 거리로 나섰고, 자기의 아이가 바로 세월호 안에서 숨져간 그 아이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됐다. 그리고 진실은 계속해 밝혀져야 한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추가 구속 여부는 재판이 끝난 뒤 법정 밖에서 통보하겠다”고 했다. 당초 재판부가 법정에서 직접 추가 구속 여부를 밝힐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방청석에 모인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발 등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법정 외 고지’ 방식을 택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1시에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친 뒤 약 4시간 동안 구속영장 추가 발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연장되면서 재판부는 심리 일정에도 여유를 얻게 됐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증인만 27명이어서 종전처럼 주 3~4회 집중심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종북 빨갱이'라고까지 몰며 이 사건을 어떻게든 축소하고 은폐하려 했던 세력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도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세월호를 고리로 해서 연대한 수많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들의 삶을 바꾼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치 세월호 사건에 대해 최종 책임자여야 할 박근혜에게 천벌이라도 내리듯, 내년 4월 16일까지 구속이 연장되었다는 것에서 뭔가 저릿거림을 느끼며 뉴스를 더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있는 저 적폐 세력들의 말도 안 되는 저항의 하나하나 모두를 기억해야 한다. 세월호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사회는 우리가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단죄할 수 있어야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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