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phers 배우들 /ⓒAejin Kwoun
Ciphers 배우들_수니타/아누쉬카(황순미), 카림/카이(조형래), 코블러/피터(권정훈), 저스틴(조혜안), 캐리(조수연) /ⓒ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즐거운 불확실성을 그리며 현대사회의 조직, 사회계층 간의 갈등이 무엇으로부터 오는지 들여다 보는 작품 연극 <Ciphes-암호문>이 지난 29일부터 8월 2일까지 대학로 씨어터 쿱에서 관객들과 함께 독특한 스파이 스릴러의 감성을 만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작품은 '2020 두산 아트랩'으로 선정되어 올해 초 두산아트센터에서, 그리고 6~7월 경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로 2번이나 취소되던 중 '서울문화재단 창작활동지원 선정작'으로 짧은 기간이나마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공연사진_저스틴(조수연) /(제공=극단 비밀기지)
공연사진_저스틴(조혜안) /(제공=극단 비밀기지)

러시아계 영국인 여성 저스틴은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을 하다 해고되었다. 그 후 회사에 취직을 하기 위해 우연히 신문 구직광고를 보고 영국의 보안 요원으로 입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저스틴은 영국 정보장교가 된다. 그녀는 영국에서 살고 있는 테러 용의자에 관한 정보를 파헤치는 임무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인도청년 카림을 찾아낸다. 자기 일을 잘 수행해 나가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의문사를 하게 된다.

공연사진_수니타(황순미), 저스틴(조혜안) /ⓒAejin Kwoun
공연사진_수니타(황순미), 저스틴(조혜안) /(제공=극단 비밀기지)

보안업체의 우두머리인 '수니타'는 그녀의 직업과 자신의 회사정보를 숨기기 위해 그녀의 죽음을 자살로 덮고, 수사를 종결시킨다. 그녀의 언니인 캐리는 그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공연사진_캐리(조수연), 조형래 (/제공=극단 비밀기지)
공연사진_캐리(조수연), 조형래 /(제공=극단 비밀기지)

'동시대 사회시스템에 놓인 수많은 선택들에 대한 연극'이라고 작품을 이야기하는 신진호 연출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연을 하고자 선택을 한 자신들과도 같았다며 공연을 올리기까지 많은 고민의 시간을 지나왔다. 배우와 스텝진들 모두 많은 고민 속에 무대 위에 올린 작품 <Ciphers>는 작가 던 킹(Dawn King)의 'the Spy in the bag'이라고 명명되던 M16출신 스파이 'Gareth Williams'가 욕실 안 여행가방에 갇혀 시체로 발견되었던 일이 여러 추측들로 회자되던 점에 의문을 갖고 시작되었다.

'니콜라이 고골: 운명의 메커니즘', '우주에 가고 싶어 했으니까', '모지리들' 등을 함께 공동작업한 인연으로 신진호 연출과 최호영 연출이 연출과 드라마터그로 참여한 이번 작품 속 장소와 시간은 순차적거나 공간적이지 않고, 작품 속 배우들은 대사톤의 변경만으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저스틴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쉬이 답을 주지 않도록 배치하였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생각 변화는 시간 흐름을 이어가지 않기에, 일부 관객들은 공연 후반에서야 공간과 시간의 배치를 알아채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 쉽지 않은 흐름을 배우들이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연기해 냈기에 무대 위 작품이 끝나고 나서야 시공간을 다시 짜맞추며 퍼즐맞추기를 다시 이어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저스틴은 처음에는 자신의 일이 사람들을 돕는 중요한 일이라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멸을 느끼는 듯 하지만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카림의 행방, 갑자기 처음 사랑을 만나는 듯 바뀐 카이, 동생의 죽음 이후 갑작스레 동생의 자취를 쫓으며 미쳐가는 언니 캐리, 영국과 러시아 정보국 수장의 결정, 아누쉬카의 정체 등 시간 속 문제들의 퍼즐을 맞추어 보려 해도 퍼즐의 조각은 너무 많이 부족하기에, 원작을 쓰게 된 사고처럼 작품 또한 밝혀진 진실은 어쩌면 아무것도 없다.

무대사진 _집, 작업실이 되기도 나라를  넘나들며 사무실이 되기도 하는 무대는 경계가 모호하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누군가'에 대한 경계 또한  알고보면 모호할는지 모른다... /ⓒAejin Kwoun
무대사진 _집, 작업실이 되기도 나라를 넘나들며 사무실이 되기도 하는 무대는 경계가 모호하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누군가'에 대한 경계 또한 알고보면 모호할는지 모른다...(무대감독 Shine_od) /ⓒAejin Kwoun

국가나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소위 비밀기관에서 수행되는 일들 중 이데올로기로 나뉘는 흑백논리나 권력을 잡기 위한 희생양이 되는 일이 과연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떠난 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는 것은,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얼마나 덜어주는 것일까? 

이제까지 작품과는 조금은 다른 시도를 하는 듯한 연출의 결과 색깔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예전 작품의 연출에 익숙해 있었을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런 색깔이라고 규정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새로운 색깔로 시도를 하고 있는 신진호 연출과 최호영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다음 행보도 궁금하고 궁금해진다. 

'Ciphers'를 함께 만든 사람들_조명(박준규), 조연출(정우성), 기획(이은지), 수니타/아누쉬카(황순미), 카이/카림(조형래), 코블로/피터(권정훈), 연출(신진호), 드라마투르그(최호영), 캐리(조혜안), 저스틴(조수연), 무대감독(김준광), 진행(정지훈)  /ⓒAejin Kwoun
'Ciphers'를 함께 만든 사람들_조명(박준규), 조연출(정우성), 기획(이은지), 수니타/아누쉬카(황순미), 카이/카림(조형래), 코블로/피터(권정훈), 연출(신진호), 드라마터그(최호영), 저스틴(조혜안), 캐리(조수연), 무대감독(김준광), 진행(정지훈) /ⓒAejin Kw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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