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현 작가 니체 철학,트로트 화폭에 펼쳐

2~22일 나마갤러리 전시... 전세계 여성들이 보내준 립스틱으로 그린 그림도

립스틱으로 그린 '아모르파티'
립스틱으로 그린 '아모르파티'
풀꽃그림 앞에선 전병현 작가
풀꽃그림 앞에선 전병현 작가

[뉴스프리존=편완식미술전문기자] 전병현 작가의 작업 흐름을 보면 트로트가수 김연자의 노래 ‘아모르파티’가 떠오른다. 풀꽃과 나무꽃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화폭에 펼쳐내는 모습에서 강한 메시지가 읽혀진다. 인간이 자신의 정신력을 강화할 때 비로서 세계는 아름답게 보일 것이란 니체의 말도 겹쳐진다.

사실 김연자의 노래는 니체의 핵심사상 ‘아모르파티’를 집약하고 있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소설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자신에게 실망하지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인생은 지금이야/아모르 파티/아모르 파티/인생이란 붓을 들고 서 무엇을 그려야할지/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말해 뭐해 쏜 화살처럼 사랑도 지나갔지만/그 추억들 눈이 부시면서도 슬펐던 행복이여/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가슴이 뛰는대로 가면 돼/이제는 더이상 슬픔이여 안녕/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가슴이 뛰는대로 하면 돼/눈물은 이별의 거품일 뿐이야/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아/아모르 파티/아모르 파티/말해 뭐해 쏜 화살처럼 사랑도 지나갔지만/그 추억들 눈이 부시면서도 슬펐던 행복이여/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가슴이 뛰는대로 가면 돼/이제는 더이상 슬픔이여 안녕/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가슴이 뛰는대로 하면 돼/눈물은 이별의 거품일 뿐이야/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아/아모르 파티/아모르 파티/아모르 파티.’

니체는 “나는 점점 더 사물에서 필연적인 것을 아름답다고 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그러면 나는 사물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이제 그것이 앞으로 내 사랑이 되자!”라고 했다.

니체에게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공식은 네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였던 것이다.

전병현 작가도 “풀꽃과 나무꽃의 생명력 같이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자”고 화폭으로 설파하고 있다.

“큰 산을 앞에두고 몸과 정신이 약할 때는 ’산을 내가 왜 올라야 하지‘라면 의미를 찾고 목적을 들먹이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몸과 정신이 강할 때는 의미와 목적을 들먹이지 않는다. 그저 오르고 그 속에서 정신이 고양되고 그저 숭고한 이름다움을 봤다고 말을 할 뿐이다. 인생도 그렇다. 풀꽃이 그저 강건하게 피어있을 때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과 같다. 풀꽃의 아모르파티라고 할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도 그렇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어쩌면 있는 모습 그대로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파티다.

전병현 작가는 아모르파티를 회폭에 구현하기 위해 필획과 회폭의 마티에르를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다. 강인한 생명력의 구현이다. 두터운 바탕에 세필을 구사하기도 하고 한지죽을 모양 떠 화폭에 올려 그 위에 채색을 하기도 한다. 한지의 마티에르 위에 목탁으로 채색을 한 화폭은 동양화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작가는 한지의 마티에르를 얻기 위해 곤지암에 직접 닥나무 밭을 가꾸고 있다.

매일 새벽 4시에 서울 자택에서 곤지암 농장으로 간다. 작가는 손수 닥나무를 키우고 채취하여 한지를 만든다. 처음에는 시중의 한지를 구입하여 작업을 하였으나 자신의 작업세계를 구현하기에는 갈급함이 느껴졌다. 고심 끝에 직접 한지를 만들기로 하고 농장을 가꾼지가 벌써 수십년이다. 이젠 한지 공장에서도 기술 공유를 갈망할 정도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아침 10시면 농장일을 정리하고 서울의 작업실로 복귀하여 농장의 온갖 들꽃을 화폭에 담는다.

작가는 수 년전부터 또하나의 프로젝트인 ‘루즈스토리’를 수행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계 여성들에게 립스틱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 립스틱으로 그림을 그려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500여명의 여성들이 안쓰고 집에 보관되어있던 립스틱 2000여개를 선뜻 보내줬다. 색도 붉은 색,분홍색,검정색 등 생각보다 다양했다. 어떤 물감보다 풍성했다.

‘여성들이 립스틱을 짙게 바르는 것은 단순한 욕망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아모르파티다.그걸 화폭에 구현하고 싶었다.“

작가는 립스틱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화폭에 입힌다. 극사실적 묘사는 몽당붓으로 터치를 해준다. 인간의 얼굴에서 눈 못지않게 감성을 드러내는 곳이 입술이다. 하지만 코로나시대 마스크에 가려져 버렸다. 서울 돈화문로 나마갤러리에서 2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전병현 작가전은 니체의 아모르파티를 되돌아 보게 하는 전시다.코로나사태에도 우리의 위대한 존재감은 아모르파티이기 때문이다. 니체의 초인이 그렇다.

전병현 작가는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한국적 정서를 머금은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실험하면서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작업을 해오고 있는 중견작가다. 제1,2회 대한민국미술대전(1982,83)에서 연이어 수상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형식으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있다. 1994년에는 소나무를 주제로 먹의 필체를 연상시키는 표현적인 회화를 선보였다. 2000년에는 민족의 오방색을 현대적으로 표현해낸 적(積)시리즈로  정적인 모노크롬 회화를 구현하기도 했다. 만개(Blossom) 라는 제목의 백자와 꽃이 어루러진 정물 작품과 다채로운 색채와 마띠에르로 야생화를 그린 유화 작품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선보이는 루즈스토리도 매우 특별함으로 주목을 받고있다. 주제와 소재, 재료와 기법 면에서 전작이 담고 있던 한국적 감성의 맥을 유지하면서도 새롭게 변화된 화면을 보여주는 자세는 바로 작가적 아모르파티라 할 수 있다.

키워드
#전병현 작가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