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실패한 ‘고용과 임금 유연화’ 노동환경 개악 왜 다시 꺼내 들었나

김종인 '대기업 편들기' 시동…박근혜 숙원사업 '노동시장 개편' 제안

"해고도 쉽고 임금도 유연하게".. 민주당 "재벌에 선물" 비판

"야당이 거론하는 노동법 개정은 부적절합니다. 수많은 노동자들께서 생존의 벼랑에 내몰리고 계십니다. 노동의 안정성이 몹시 취약하다는 사실도 아프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을 유연하게 하자는 것은 노동자들께 너무도 가혹한 메시지입니다. 지금은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더 두텁게 포용할 때입니다."  -6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정현숙 기자]=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3법'에 대해 공감을 보였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엔 역제안을 내놨다. 경제3법과 함께 기업이 고용과 임금을 유연화 할 수 있는 노동관계법을 함께 손보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사진: 김종인 국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김종인 국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다 실패한 低성과자 일반해고와 성과연봉제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생각은 기업의 고용과 해고를 지금보다 쉽게 하고 임금도 깎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시 친재벌로 돌아가겠다는 취지와 다름없다. 뻔한 노동환경 개악이라는 데서 민주당과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5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사회 전 분야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공정경제 3법뿐만 아니라 노사관계 노동법도 함께 개편해야 할 것을 정부에 제의한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노동법 개정은 고용 유연성 확보와 노사관계 선진화 등을 담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관계 5법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지목한 개정 방향은 특히 고용과 임금의 유연화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를 보면 우리 고용률은 141개국 중 102번째, 노사관계는 130번째, 임금의 유연성은 84번째”라며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는 4차 산업 전환 과정에서 엄청난 마찰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과 일맥상통한다. 박근혜 정부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과 임금피크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허용하는 2대 지침(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통해 노동 유연화를 추진했다.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를 강행하면서 공공기관 노사갈등이 극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대 지침은 폐기됐다.

노동계는 김종인 위원장이 편향된 자료를 근거로 노동개악을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이날 “김 비대위원장이 근거로 댄 자료는 세계경제포럼(WEF)이 각 나라 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로 공정성에 문제가 있고, OECD 발표와도 관계가 없다”라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을 개혁이라 불렀던 ‘도로 박근혜당’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노동관계법도 손보자는 김 위원장의 제안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경제3법 대신 노동 유연성을 재벌에 선물해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국제노동기구, ILO 협약 비준을 위해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최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여당인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저성과자 해고와 임금의 유연성에 대한 노동법 개정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상식을 넘지 않는 선에서 조정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교환조건으로 노동시장 개편을 제시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3법에 당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노동 문제를 건드리면서 당과 기업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동시에 여권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돌연한 노동법 개정 제안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강도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6일 오전 11시 국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를 빙자해 '경제 위기와 국난 극복' 요설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말라"면서 "TV 토론이든, 라디오 토론이든, 공개적으로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대로 이야기 하자. 요구에 응할 자신이 없다면 그 입 다물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공정거래 3법으로 재계도 많은 것을 잃고 양보하니 이에 대한 대항으로 국제기준에도 현격히 미달하는 노동관계법을 함께 논의해 공평하게 다루자라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라며 "김 위원장이 언급한 지표의 출처도 너무 허무맹랑하거니와 반대로 국제노동기구(ILO)나 OECD의 여러 지표가 증명하는 대한민국의 노동지표는 최악 가운데 최악"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거대야당인 국민의힘 내부와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찬성의 입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다음 수순이 뭔지 뻔히 알고 있었다"면서 "민주노총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이든 재벌, 자본의 배를 불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국민의힘 김 위원장과의 만나서 얘기할 용의가 있다"라고 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이 벼랑 끝 궁지에 몰린 국민의 힘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국민의 당 혁신방안과 몇 가지 정책으로 개혁 코스프레를 했지만 왜 대다수의 국민들이 국민의당을 ‘국민의 짐’이라 부르는지 되돌아보길 권한다"라고 꼬집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사관계법, 노동법 개정은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법, 공정경제 3법과 거래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이 6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규탄했다. 사진/프레시안
민주노총이 6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규탄했다. 사진/프레시안

이어 "우리나라는 1년 2600명, 하루 평균 6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나라"라며 "국회청원 10만 명을 넘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게 21대 국회의 야당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선정적인 발언으로 입장만 밝히지 말고 노동법과 관련해 공개 토론하자"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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