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典疏通]
人物論(31)중국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장사꾼

크게 한탕하고 목숨까지 잃은 것이 잘한 것인지는 영원한 수수께끼다.

그녀는 화양부인을 만나 여불위가 가져온 선물을 전하고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동생을 설득했다. 화양부인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던 차에 순순히 언니의 말에 동의했다.

화양부인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태자 안국군에게 이인의 귀환을 간청했고, 안국군도 이에 동의하여 여불위에게 그를 데려올 방법을 연구하라고 했다. 화양부인은 몰래 여불위에게 안국군이 이미 이인을 데려다 적자로 세울 것을 결심했다고 전하면서, 이인의 형제들이나 조나라가 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당분간 발설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태자는 여불위에게 황금 3백 근을 주었고, 화양부인도 성의의 표시로 금 백 근을 건넸다. 여불위는 황금을 받아들고 조나라로 돌아왔다.

사실 여불위는 군주를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군주가 되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당시의 상황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자식을 군주로 세우면 자신이 군주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은밀하게 ’이화접목 移花椄木‘-꽃을 이식하거나 나무를 접목한다는 뜻으로 남몰래 교묘한 수단을 써서 뜻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의 계략을 꾸몄다.

여불위가 조나라로 돌아가 이인에게 곧 적자로 세워질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자 이인은 정말로 사지에서 다시 살아난 듯한 기분이 들면서 힘이 솟았다. 화양부인이 초나라 사람이라는 점을 헤아려서 이름을 자초(子楚)라고 바꾸고 모든 여건이 구비 되자 결혼을 서둘렀다. 물론 이것도 여불위가 계획한 일이었다. 여불위는 자초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함께 조희(趙姬)라는 여인을 합석시켰다. 절세미인인 데다가 가무에 능한 이 여인의 자태에 자초는 마음이 기울었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곧장 사람을 보내 청혼 의사를 밝혔다. 여불위는 처음에는 화를 내는 척하다가 얼마 안 가서 그의 청혼을 승낙했다.

이리하여 자초는 조희를 아내로 맞아들였고, 1년도 채 안 돼서 아들을 보았다. 아이는 조나라에서 태어난 것을 기념하여 이름을 조정(趙政)이라 지었다. 그가 바로 나중에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다. 사실 조희는 자초와 혼인하기 전에 이미 여불위의 아이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조정은 여불위의 아들인 셈이다.

진나라가 한단을 포위한 상태가 계속되자 여불위는 조왕이 자초를 죽일 것이 두려워 비밀 모략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황금 3백 근으로 한단의 남문을 지키는 장군을 매수하며 말했다.

“저는 양적 사람으로 한단에는 장사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가족이 모두 성안에 갇혀 있는데 계속 성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면 본전을 다 날릴 뿐 아니라 목숨마저 보전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리하여 여불위는 자초와 조희, 그리고 갓 두 살 된 조정을 데리고 한단을 탈출했다.

당시 소양왕은 조나라에서 전쟁을 독려하고 있었다. 이들이 진왕을 찾아가자 진왕은 몹시 반가워하며 이들을 함양으로 돌려보냈다. 여불위는 이들에게 초나라의 복식을 입혀 화양부인을 만나게 했다. 화양부인은 이들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대들은 원래 조나라에 살다가 지금은 진나라로 돌아왔는데 어째서 초나라의 복식을 입고 있는 것이오.”

자초는 즉시 여불위가 사전에 가르쳐준 대로 대답했다.

“소자가 불효하여 두 어른을 제대로 섬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날마다 모친을 생각했고 모친께서 초나라 분이신 것을 알고 자주 초나라 복식을 입곤 했습니다.”

이 말에 화양부인은 크게 감동했다. 안국군은 여불위에게 상을 내렸고 자초는 화양부인의 궁에서 살게 되었다. 이제 다음 단계는 태자로 책봉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자초가 귀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양왕이 병사하고 안국군이 효문왕(孝文王)으로 즉위하여 자초를 태자로 세웠다. 그러나 효문왕도 오래지 않아 병사했고, 자초가 장양왕(莊襄王)에 즉위했지만, 그도 곧 병사했다. 그리하여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조정이 진왕으로 즉위하게 되었다.

여불위의 아들이 군주가 되자 여불위에게도 나라를 쥐고 흔들만한 권력이 쥐어졌고 자신이 애당초 가졌던 구상을 실현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지위는 갈수록 위태로워졌다. 조정은 나이가 들면서 사리(事理)를 알아차려서 여불위가 조정의 모친과 정을 통했다는 사실이 진나라에서는 더는 비밀이 아니었기 때문에 언젠가 이 사실이 조정에게 알려질 때를 대비해야 했다. 보아하니 여불위의 장사도 철저하진 못한 것 같다. 자기 아들이 군주가 되었는데도 이를 인정받을 방법이 없었고 생부로서의 신분이 감춰질 때만이 절대 권력이 유효했다.

게다가 조정을 속이는 것보다 태후가 문제였다. 태후의 성적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불위는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사람이 노애(嫪毐)란 인물이었다.

그 역시 여불위처럼 야심과 지략을 지닌 데다가 약간의 모험도 불사하는 인물이었다. 여불위는 그를 태감으로 변장시켜 궁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의례에 따르면 남자가 궁에 들어오려면 반드시 생식기를 독약으로 부식시켜 잘라내야 했다. 그래야만 비빈이나 궁녀들과의 사통을 막고 황실의 종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불위는 노애를 태후에게 선물할 속셈이라 절대로 거세해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엄청난 뇌물로 궁형을 담당하는 관리를 매수하여 가짜 증명서를 발급받고 노애의 수염과 눈썹을 뽑은 다음 지분을 발라 태감으로 분장시켜 태후에게 선물했다.

노애는 태후의 비위를 잘 맞추면서 크게 만족시켰고 오래지 않아 태후와 정을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태후가 집정하자 대권은 점차 노애의 손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정분이 두터워지면서 태후와 노애는 마침내 부부처럼 행세하기 시작했고, 조정이 태후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낳은 두 아들을 바라보면서 이들의 운명과 장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노애와 태후는 자신들의 아들을 황제로 세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노애가 잠시 방심하는 사이에 이런 계획은 탄로 나고 말았다. 술에 취해 사람들과 다투고 격분한 노애가 큰 소리로 떠들어 댔으니 말이다.

“장차 황상의 대부가 될 사람에게 누가 감히 덤비느냐?”

이 한마디는 궁 안에 떠돌던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노애와 싸움을 벌였던 사람은 즉시 조정에게 달려가 이런 사실을 알렸다. 당시 조정은 이미 스무 살의 청년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친히 정사를 펼 수 있는 자격이 충분했다. 이에 조정은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엄명을 내렸고, 그 결과 노애가 황후와 빈번하게 사통했을 뿐 아니라, 두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당시엔 태후가 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조정으로서는 당장 처리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얼마 후 조정은 진나라의 관습에 따라 성대하게 가관의식(加冠儀式)을 거행했다. 그것은 이제 황후가 대신했던 권력을 조정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의미했다.

이를 본 노애는 조정이 함양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조정이 없는 사이에 진왕과 태후의 옥새를 훔쳐 반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미 대비해두었던 조정은 노애의 반란을 어렵지 않게 평정했다. 노애는 관군과 싸움에 패해 살해되었고 그에게 동조했던 스무 명의 반군 우두머리들은 전부 거열(車裂)형을 당했다. 조정은 모친인 태후를 자신이 소유한 땅으로 쫓아내 함양을 떠나게 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본 사람은 여불위였다. 그는 반란이 평정되고 나면 자신의 소행이 만천하에 드러나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국 역사에서 궁정에서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던 때가 없었는데, 그 추악하고 몰염치함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여불위가 정치를 장사로 여겨 경영하려 했던 것은 실제로 중국의 ’관상일체(官商一體)‘ 체제를 처음 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불위의 경영활동만 놓고 따져볼 때 한 나라의 황실을 쥐락펴락했던 그가 엄청난 이윤을 거둔 것인지 아니면 본전을 다 날리고 목숨마저 잃었던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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