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형의 기업에세이]

호사다마, 창업성공의 성으로 가는 길에는 험난하고 때로는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를 함정이 여기저기에 패여 있다.
어릴 적 강가에서 모래성을 쌓고도 대견해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하물며 한 기업을 창업한다는 게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가는 새삼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모래성을 완성시킨 성취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애써 쌓아 만든 모래성이 일순간에 무너질 때 그 허망함이 안타까워 발을 구르고는 했다.

창업은 결코 몇 번이고 다시 할 수 있는 ‘모래성 쌓기’가 아니다.
운명을 걸고 승부를 겨루는 건곤일척으로 인생을 거는 모험적인 도전이다. 성공하면 공중을 나는 양탄자(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실패하면 돈과 시간과 이상 같은 투자한 모든 게 수포화됨은 물론 때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도 한다.

미국의 보물섬이라는 실리콘밸리는 억만장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이상향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루 평균 수십 명 꼴로 백만장자가 탄생한다니 그런 선망의 대상이 될 만하다. 그러나 창업자들은 그런 성공의 이면에 무려 아홉 배나 되는 실패자들의 주검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는다. 실인즉슨 거긴 창업(자)의 거대한 공동묘지이기도 한 것이다.

창업은 미지 세계의 개척이라는 매우 불확실한 모험이다.
그것이 지향하는 목적지는 젖과 꿀이 넘치는 신천지인 <가나안복지>이지만 그곳까지는 멀고 먼 험산애로여서, 마치 모세가 이끈 이집트 탈출 대이동처럼 무수한 곤경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성공적으로 그 장정을 끝마치려면 행복의 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신념으로부터 온갖 곤경과 위험을 이겨낼 수 있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거기에 한 치의 허술함이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창업 예비단계의 두 가지 주요 핵심 업무란, ‘사업계획의 수립’과 ‘사업성 검토’라 할 수 있는데, 전자가 창업을 설계하는 일이라면, 후자는 창업의 실현 가능성을 요모조모 따져보는 일이다. 판매생산계획, 손익계획, 자금계획 등 주요 기본사업계획을 창업자의 실력에 알맞고 합리적으로 짜려면, 판매 경쟁력을 측정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한다거나 원가계산을 해 봐야 한다.

그런 준비 작업을 거치지 않고 짠 사업계획을 믿고 창업을 추진한다면 그 계획 자체가 일순간에 쓸모없어지거나, 창업자로 하여금 방향 분간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건 마치 항해에 나선 배가 가야할 항로를 벗어나 엉뚱한 뱃길로 가는 위험과 같은 것이다. 여러 가지 필요한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기본사업계획을 수립했다 해도 그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그러하지 않고서는 창업이 짝사랑에 끝날 공산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업성 검토는 우선 판매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모든 기본 사업계획이 판매계획을 기초로 하여 짜지고 운영되므로 판매라는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질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 두 가지 일을 제대로 해 내면 창업 준비가 거의 마무리 된 것이나 마찬가지일 뿐만 아니라, 창업자가 뜻하지 않게 어떤 함정에 빠지는 위험부담을 미리 상당히 제거했다는 의미가 된다.

창업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란 주로 창업 준비단계에 숨어 창업자의 무모함과 허술함을 노리고 있다. 창업자가 전문지식이 부족하거나 주먹구구식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면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비용을 아끼려고 혼자서 적당히 창업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부분 창업자들이 독자적으로 창업을 꾀하면서도 보좌할 참모 한 사람을 동반하지 않는 것은 실속 없는 배짱으로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다.
무지나 무모함이나 허술함 때문에 창업을 망쳐 각고의 노력이 허사가 되고 일신과 가정을 함께 파탄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는 것은 창업자의 수치로 창업자 스스로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교훈은 창업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창업의 실패는 곧 불행이고 재기불능의 실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함정에 빠져 애석하게 요절하는 창업자가 이외로 많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창업 함정이란 건 아무한테나 쉽게 눈에 띠지 않으며, 적당히 피하거나 용기만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겸손과 신중함에서 나온 철저한 준비와 강한 인내심이 떠받치는 열정과 신념에다 위험으로 가득 찬 함정을 두려워하고 대비하는 조심성이 곁들여져야 지혜로운 창업이라 할 수 있다.
창업자는 창업 준비를 얼마나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할 것인가에 못지않게 창업추진과정에 패인 함정을 얼마나 미리 발견하고 지혜롭게 피할 것인가를 대비하여야 한다.

저 불세출의 영웅 나폴레옹을 몰락 시켰던 것은 다름 아닌 러시아 원정에서 복병으로 만난 ‘동장군’이었으며, 그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는 데 사단이 있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한 그의 저 유명한 말은 러시아전쟁에서 동장군을 만나기 이전에 쓰였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나폴레옹 식 자만’이란 창업에서는 금물이다.
창업이라는 어려운 싸움엔 러시아 동장군 같은 숨겨진 함정이 한둘이 아니어서 언제 창업자를 빠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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