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 부인·책임 회피일본 정부 입장 대변하는 것과 다름없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독일대사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등 의원들이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서한을 전달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이수진(비례), 윤준병, 이규민 의원.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독일대사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등 의원들이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서한을 전달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이수진(비례), 윤준병, 이규민 의원. Ⓒ연합뉴스

[서울=뉴스프리존] 김정현 기자= 독일 베를린 미테구가 지난 9월 25일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오는 14일까지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 여야 국회의원 113명의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13일 주한독일대사관에 전달됐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윤준병·이규민·이수진(비례) 의원은 이날 주한독일대사관을 방문, 페터 빙클러 부대사를 만나 서한을 전달했다.

이 항의 서한에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송영길·우원식·권인숙 의원, 정의당 강은미·류호정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총 113명이 참여했다.

서한을 전달하기에 앞서 4명의 의원들은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지켜지기를 열망하는 세계의 여성, 시민들과 함께 온전히 평화와 인권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어제 하루동안 113명의 여야 의원들이 참여했고 소식이 알려지면 더 많은 참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세계적인 여성인권 운동이 미테구로부터 한-일 양국의 이해관계 사안으로 치부되고, 축소되며, 폄하되고 말았다"먀 "이는 그동안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책임을 회피함에 따라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켜 온 일본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평화와 인권의 메시지를 보편적 인권의 문제가 아닌 외교적 갈등과 분쟁으로 바라보는 미테구의 시각은, 그동안 독일 사회가 과거를 부단히 반성하며 국제사회에서 평화 실현에 앞장서 온 노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베를린이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을 기억과 교훈의 역사로 승화시키며 반전과 평화의 상징이 돼 온 것과 모순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의 시민들이 인권과 평화의 염원을 담아 피해자들의 고통에 연대하며 이뤄온 성과가 다시 일본 정부의 외교적 압박 앞에 좌절된다면, 이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의 역사를 베를린에서 쓰게 되는 안타까운 일인 것"이라며 "미태구의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저희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평화의 소녀상이 지켜지기를 열망하는 세계 여성, 시민들과 함께 온전히 평화와 인권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서한을 전달한다"며 "독일과 베를린 미테구의 현명한 결단이 있기를, 여성이 더 이상 전쟁에서 성폭력의 피해자가 돼서는 안된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끝을 맺었다.

페터 빙클러 부대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윤미향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인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시 일본군‘위안부’ 피해를 입은 아시아의 수많은 소녀와 여성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그들의 30여 년의 투쟁을 기리며,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무력분쟁 하에서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참평화가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 땅에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독일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 정부와 시민들의 보호 속에 지켜지기를 요구한다”라고 했다.

이수진 의원(비례)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113명의 참여는 상황을 상당히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이라며 “일본의 압박으로 독일이 영향력을 행사해 미테구청의 철거 명령이 이루어진 것으로 국제사회에 비춰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준병 의원도 “전후 처리에 있어 일본과 다르게 모범국으로 인정된 독일이 이번 일로 과거청산에 대한 모범행위가 손상될까 우려된다”라는 말했다.

이규민 의원은 “지방정부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적으로 비춰져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그간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신중히 처리해주길” 당부했다.

이에 페터 빙클러 부대사는 “독일은 인권이라는 동일 가치를 수호하는 한국의 파트너이고, 한일 간에 역사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것도 알고 있어 잘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며 "독일 외무부는 미테구의 소녀상 허가, 건립 절차에 참여한 바가 없고 철거 요청도 미테구청이 한 일이며 독일 정부 관할은 아니지만, 표현과 예술의 자유는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오늘 우리가 동일 가치를 수호한다는 데 동감하고, 받은 서한은 외무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메르켈 총리가 유태인들에게 끊임없이 사과하고 반성하며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본 적이 있다. 독일은 이제 전시성폭력을 겪은 수많은 아시아 여성들을 위한 평화운동을 압박하는 이중적인 이미지로 기억될지도 모른다”며 “인권과 평화 실현의 입장에서 어떻게 소녀상을 지키고 연대할지 신중히 고려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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