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안타까운 택배 기사들의 죽음

요즘 일이 많습니다. 원래 가을엔 아직 아날로그 세상을 살고 있는 이 미국 사람들 중 카탈로그를 이용해 쇼핑하는 이들도 많은데다, 올해는 이른바 대선 특수도 있고, 또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 구매를 한 이들이 많아 이들이 주문한 물건들도 날라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코로나 상황은 저 같은 이들에겐 더 많은 노동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바쁜 일 때문에, 아버지를 여읜 슬픔은 어느 정도 잊으면서 일에 묻혀 열심히 뭔가를 들고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겐 가끔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시애틀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고, 노랗고 붉은 물이 들어가는 나뭇잎들을 보며 우리 아버지 참 좋은 시절에 가셨네… 하는 우수에 젖을 수 있는 여유도 있습니다.

이 가을 길을 걷고 있는 저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제게 주어진 일이 있고, 이 팬더믹의 상황에서도 일할 수 있으며, 그런 와중에서도 아버지의 장례를 제대로 치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일을 하는 이들이 고통받는다는 아픈 뉴스들이 들려옵니다. 이른바 ‘택배 갑질’로 불리우는 사건들, 그리고 택배 노동자가 새벽에 힘들다는 문자를 남기고 과로사했다는 뉴스를 듣고 가슴이 많이 먹먹했습니다. 이곳에서 만일 우체부들에게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일을 시킨다면 바로 주정부 노동산업부에서 조사가 들어옵니다.

제가 일하는 시간은 아침에 우편물 및 소포 정리와 배달 과정이 포함돼 최소 8시간이지만, 그 8시간이 넘어가면 오버타임이 적용되고, 열 시간 일을 시키는 날은 그 초과 시간만큼 열 시간 넘어가는 부분부터 본봉의 두 배가 적용됩니다. 이런 것 때문에 매니지먼트에서는 예산 절감을 위해서도 과도한 노동을 시키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이 코로나 상황에서도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직종이 ‘필수 직종’으로 분류돼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름 우리들에게 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주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며, 또 휴식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체국에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이들은 1년에서 1년 반 정도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되는 것이 보장됩니다.

인간의 목숨이 갈릴 정도로 일을 시키면 안 됩니다. 특히 판데믹의 상황에서 어느 업계보다 불황을 타지 않았을 분야인 택배 산업에서 이윤을 만들겠다고 사람을 갈아 넣는다는 건 더더욱. 이럴 때면 고용 인원을 늘리고 더 많은 이들이 보다 합리적인 양의 노동을 하고, 스스로 재충전할 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사람이 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이런 억울하고 아픈 죽음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오래전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국회의원이 되어 한 말이 생각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꼴 좀 안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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