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一長春夢)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바탕 꿈을 꿀 때처럼 흔적도 없는 봄밤의 꿈이라는 뜻으로, 인간 세상의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옛날 송(宋)나라 시절의 전집인 <후청록(侯鯖錄)>에 적혀있는 내용에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소동파(蘇東坡 : 1037~1101)가 벼슬을 버리고 귀향한 이후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산책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아낙네가 “벼슬자리에 앉아있던 지난날은 한바탕의 봄 꿈이셨습니까?”라고 물은 것에서 유래된 고사성어(故事成語)라고 하네요.

「인생을 헤아리니 한바탕 꿈이로다./ 좋은 일 궂은 일이 한바탕 꿈이로다./ 꿈속에 꿈을 헤니 이 아니 가소로운 가./ 어즈버 인생 일장춘몽을 언제 깨려하느뇨」

옛날 중국의 당(唐)나라에 노생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큰 부자가 되는 것이 원이요, 출세하여 이름을 날리는 것이 원이며, 예쁜 아내를 얻어 아들 딸 낳고 영화롭게 사는 것이 원이었지요. 어느 날 노생은 한단지방으로 여행을 가다가, 신선도(神仙道)를 닦는 여옹(呂翁)을 만나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이 일을 묵묵히 듣고 있던 그 여옹은 바랑 속에서 목침을 꺼내주면서 잠시 쉬기를 권하였지요. “고단할 테니 이 목침을 베고 잠깐 눈을 붙이게. 나는 밥을 준비할 테니.” 목침을 베고 누운 노생은 금방 잠이 들었고, 그 순간부터 그의 인생은 새롭게 전개됩니다.

그의 소원 그대로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을 얻고, 절세미모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여 아들딸을 낳고,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참으로 행복하게 살았던 것입니다. 그것도 무려 80년의 세월이나 말이지요. 그런데 누군가가 ‘여보게 밥 먹게’하는 소리에 눈을 번쩍 떠보니 모두가 한바탕 꿈이었습니다.

80년 동안의 부귀영화가 잠깐 밥 짓는 사이에 꾸었던 한바탕 꿈이었지요. 하지만 꿈이라고 하여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바로 ‘꿈’이라는 이 단어 속에 행복과 평화로운 삶의 비결이 간직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꿈과 같이 무상(無常)하고 허망한 인생이라는 것을 알 때, 새롭게 눈을 떠 꿈을 깬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찍이 이 일장춘몽의 이치를 깨쳐 ‘재산 99%, 9조원’을 기부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억만장자 ‘찰스 척 피니(1931~)’는 지난 9월14일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평생의 목표를 이뤘다고 합니다. 척 피니는 1960년에 면세점 그룹 DFS(Duty Free Shoppers)을 창립한 사업가입니다.

면세점 사업으로 큰돈을 번 피니는 평소 살아있는 동안 재산을 모두 사회에 내놓겠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자선재단 ‘애틀랜틱 필랜스로피’에 남은 돈을 모두 기부하고 재단을 해체한 것입니다. 그가 지난 40년 동안 기부한 금액은 총 80억 달러(9조3600억 원)에 달합니다.

아내와의 노후를 위해 200만 달러(23억4000만원)만 남겨놓고 평생을 모은 전 재산의 99%를 기부한 것이지요. 그는 재단 해체 문서에 서명하면서 “빈털터리가 됐지만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생전에 목표를 이룰 수 있어 만족스럽고 좋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전 재산을 기부할지 궁금해 했던 사람들에게 ‘해봐라, 정말 좋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피니는 두 얼굴의 억만장자로 불렸다고 합니다. 사업 성공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돈에 유달리 집착해 비난받기도 했지요. 심지어 1988년 미국의 한 경제지는 그를 향해 “돈밖에 모르는 억만장자”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97년 그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면세점 매각 법정 분쟁에 휘말렸고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밀 회계장부가 발견된 것입니다. ‘뉴욕컨설팅 회사’라는 이름으로 15년간 약 2900회의 지출내용이 발견된 것이지요. 지출 금액이 총 4조5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알고 보니 모두 기부에 쓰인 돈이었습니다.

그가 1982년 기부재단을 설립해 몰래 기부를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큰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동시에 그의 검소한 생활 습관도 화제였습니다. 피니는 자신의 명의로 된 자동차나 집도 없이 부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15달러(1만7000원)짜리 플라스틱 시계를 차고 다녔다고 합니다. 또 비행기도 이코노미 클래스만 탔습니다. 그리고 “죽어서 하는 기부보다 살아서 하는 기부가 더욱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진정한 부자는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허공처럼 텅 비운 사람입니다. 마음을 비우면 부자입니다. 마음을 비우면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귀영화, 재색명리 다 한바탕 일장춘몽입니다. 영원한 것은 허공처럼 텅 빈 마음과 그 마음을 단련한 마음의 힘입니다. 우리 그 마음 그대로 그대로 간직하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11월 1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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