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 바이든 후보와 독대한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박진 의원”이라며 “박진 의원은 외통위원장 시절에 바이든 후보와 워싱턴에서 장시간 독대하며 농담까지 주고받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정 의원은 “이런 인적 네트워크에 주목해 외교 환경이 급변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그 옆에서 장본인 박진 의원이 미소짓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인재를 발견했다는 기꺼운 마음보다 섬뜩한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

말인즉슨 맞다. 한반도 문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지닌 미국에 새 대통령이 탄생했으니 한국의 정치권은 국민(민족은 차지하고라도)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한반도 문제에 있어 미국의 새 행정부에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대처할 것인가이다.

지난해 2월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과 함께 ‘초당적으로’ 미국을 방문한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 미 정치권 인사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남북 경협 안 된다.” “종전선언 안 된다”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이에 대해 펠로시 하원의장은 “북한이 노리는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의 무장해제”라고 화답했다.

이것이 당시 활발하게 전개되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쳤냐면 후에 문정인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당시의 회동이) “미국 정가의 (대북 강경) 분위기를 만들어 하노이 회담 결렬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나경원 전 의원은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막말을 하는 등 특히 대북문제에서 일본의 아베와 결을 같이 했던 인물이다.

태영호 옆 동네에서 당선돼 오랜만에 국회로 돌아온 박진 의원 역시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청문회 등에서 틈만 나면 대북 강경대결론자의 진면목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초당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짜야 한다는 이야기도 맞고, 여야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대미관계에서 ‘2인3각’으로나마 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맞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갈 사람들이다. 차라리 없는 것이 더 좋은 마이너스(-) 인적자원이라는 말이다. 같은 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

사족: 바이든 당선자와 친하다는 또 다른 인물 반기문이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파리 기후협약에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건 바이든과 친해서 나올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상식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내가 누구와 친한데…”라는 설레발에 혹했다가는 사기 당하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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