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도나 도둑놈의 존재 그 자체로 화가 나지는 않는다. 세상살이 강도나 도둑은 늘 있는 것이고 그저 우리는 담을 높이고 문단속을 철저히 하거나 그래도 강도를 만나면 싸워 물리치거나 잡아서 처벌 혹은 교화하려 노력할 뿐이다.

정작 내가 화가 나는 건 이웃이 칼을 든 강도를 만나 치열하게 싸우는 광경을 보고도 못 본 척 외면하거나 고작 “적당히 내주고 그만 싸우라”거나 심지어 “시끄러우니 다른데 가서 싸우라”는 사람들 때문이다.

“강도는 자숙하고 강도 만난 이는 점잖아야 한다”고 ‘점잖게’ 충고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기야 “강도가 비록 칼을 들었으나 주인이 몽둥이를 든 건 더 나쁘다”고 아우성치거나 처음부터 (장물에 탐을 내어) 노골적으로 강도 편을 드는 놈들도 있으니 저런 점잖은 이들만 탓할 일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십 수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 때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짧은 (시같은) 글을 보고 감탄하며 외웠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

둘이 싸우고 있을 때 둘 다 잘못이라고 말하는 거
그러면서 자기는 둘 같지 않은 채 하는 거

세상에서 제일 용기있는 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사람과 같이 싸워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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