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추모제를 찾은 시민의 눈으로 본 현장

[연합통신넷=박정익기자]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일반승객 476명 가운데 29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을 재차 확인한 날이었고, 현재까지 9명의 실종자를 남겨두고 있는 잊을 수 없는 대형참사였다.

2015년 4월 16일은 세월호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은 이 날 시청광장에 모여 추모제를 시작했다. 주최측 추산 5만여명(경찰 추산 900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고, 9시 15분쯤 세월호 유가족이 선두에 서서 '세월호를 인양하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폐기하라', '박근혜는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청 앞에서 광화문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 와중에 경찰은 동아일보 앞을 기점으로 청계천, 종로 등지에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시민들의 행진을 막아섰다.

서울시 시청광장에서 시작된 추모제는 종각역 사거리 근처에서 경찰의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며 대응한 경찰에 의해 오후 11시 30분 경 시민들은 해산되었다.

한편 유가족 50여명을 포함한 시위대 100여명은 광화문 앞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오후 7:00 ~ 오후 9:15분 경 세월호 1주기 추모제


사진=서울 시청광장서 열린 세월호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

오후 7시쯤 시작된 추모제는 유가족의 참여와 추모영상, 가수 이승환 및 합창단의 문화행사로 추모제를 진행되었다. 주최 측 추산 5만여명(경찰 추산 9000명)의 시민들이 발 디딜틈 없이 운집해 있었고, 행사 후에 발생된 쓰레기를 치우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습도 보였다. 

▶오후 9:15 ~ 오후  9:50 시민들과 경찰의 1차 충돌


사진=광화문으로 향하는 시민들(위)과 동아일보 앞 차벽을 설치한 경찰(아래)

추모제가 끝난 후 시민들은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동아일보 앞, 청계천 입구를 둘러싸고 차벽을 설치하여 시민들의 행진을 막았다. 이에 시민들은 "평화행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차벽의 철수를 주장했고, 경찰 측은 불법집회임을 경고하며 시민들의 자진해산을 촉구했다.

경찰의 차벽은 동아일보 앞에서 교보생명, 광화문 4거리 양방향을 경찰의 차벽으로 시민들의 행진을 막았다.


사진=아시아나 본관 쪽부터 광화문 양방향 종각역까지 경찰버스 차벽이 이어져있다.


사진=청계천을 따라 세워진 차벽



사진= 동아일보 앞 차벽 뒤의 모습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소녀가 소망이 적힌 종이를 차벽사이에 집어넣고 있다.

한편 격분한 일부 시민은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경찰버스의 앞문이 부숴졌다

시민들은 청계천로를 따라 행진을 계속했고, 종로 3가 방향으로 이동 후 종각역 쪽으로 행진을 하였다.

▶오후 9:50 ~ 오후 11:20경 시민들과 경찰의 2차 충돌
청계천을 따라 종각역 사거리로 모인 시민들은 종각역 사거리 방향에 설치된 차벽에 가로막혔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의 차벽에 올라 "세월호 특별법 폐기하라", "진실을 인양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를 제지하려던 경찰이 경찰버스로 올라서려다 시민들에게 제지당했다.

또한 현재 연행된 시민들의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종각역 앞에서 경찰과 대치 중인 시민들

경찰은 시민들에게 3차례 해산 명령을 내리고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는 경고 방송을 한 뒤 오후 11시쯤 캡사이신 최루액을 수차례 살포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캡사이신 살포액에 격하게 반응하며 경찰에 대응을 하였고, 일부는 연행되었으나 이 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해산했다.
한편 추모제에 참여한 한 시민에 따르면 일부의 시민들은 경복궁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종각역 사거리의 모든 방향이 경찰의 차벽으로 가로막혔다.


사진=많은 수의 경찰병력이 경복궁 쪽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었다.

▶이 후 몇 안되는 시민들은 현장에 계속 남아 시위를 이어갔다. 문제는 시민들의 해산 이후 경찰의 차벽은 철수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종각역 4거리를 비롯해서 청계천 쪽 거주하는 지역민들까지 통행이 제한되는 상황이었다. 경찰의 차벽과 경찰병력은 통행을 허락하지 않았고, 시민들은 곳곳에서 격렬하게 경찰에 항의하였다. 후에 종각역에서 종로3가 방향은 통행이 되었다.

사진=통행을 제지하는 경찰에게 항의중인 시민들

명령에 움직이는 경찰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명령에 앞서 보호해야 할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시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세월호 1주기 추모제를 취재하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추모제인가'라는 생각을 계속하였다.  온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 그리고 1년 후 1주기 행사는 경찰의 캡사이신 최루액으로 마무리 되었다. 유족들을 비롯한 추모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분노하고 울부짖었다. 취재를 하면서 일부 경찰 병력들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고개를 숙인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유가족들도, 추모제 참여한 시민들도, 그리고 경찰들도 모두 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어찌하여 이런 상황이 오는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 추모제였다.

16일 오전 진도 팽목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9명의 실종자들을 이야기하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내 세월호의 선체인양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선체의 인양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건 박 대통령과 더불어 여야 정치권, 국민 모두가 세월호에 희생된 유가족들의 아픔, 대한민국 국민들의 슬픔을 이해하고 함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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