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하다 좌천됐던, 정말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던 '정의로운' 검사인줄 착각했다.
3년전 윤석열의 답변 "아무리 우병우가 논란이 많다 해도, 구속하기 위한 수사를 할 수는 없고요"
박지원 "우병우와 (함께 근무하며)굉장히 신뢰하고 높이 평가하는 사이였다는데?", 尹 "그렇다"
세월호 특별수사단장에 '우병우 사단' 앉힌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대체 하는 게 무엇인지요?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의원(현 국정원장) : 저는 이것이 윤석열 검사장이 사실상 촛불혁명을 일으킨 동기를 부여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국정원 댓글수사)그로부터 4년간 윤석열 검사장은 인고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조은석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 1차장 모두가 세월호 사건 수사를 하려고 했다가 마찬가지로 그 후 인고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4년 전 그때의 기개로 우병우 왜 척결 못 하는가? 혹시 우병우에게 신세진 적 있습니까?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 없습니다.
박지원 의원 : 저하고의 악연 생각납니까? 직접적 악연은 없지만 저도 많이 당한 사람이에요. 그렇지만 그건 검사니까 그랬을 거예요. 그러면 우병우 왜 검찰에서 구속 못 하느냐 이거지요. 제가 추명호 국정원 국장 2014년도에 정보위원회 들어가서 ‘추명호 국장 일어서’ 해 가지고 추궁을 했을 때 국정원에서 절대 아니라고 비호했습니다. 제가 만만회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그 사람들을 수사하지 않고 저만 기소해 가지고 재판 과정에서 중앙지검 검사들이 만만회 사람들 증인 신청도 안 하고 우리가 해도 거절하고 이따위로 수사를 해 가지고… 지금 만약 추명호와 만만회(박근혜 동생 박지만,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최순실의 전 배우자 정윤회) 사람들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고 하면 박근혜 탄핵 이런 불행한 일이 안 나왔어요. 왜 우병우 못 하세요? 최근에 나타난 것도 추명호가 우병우한테 비선 보고를 숨기려고 노트북을 폐기했다, 아시지요?
윤석열 지검장 : 예.
박지원 의원 : 추명호가 우병우에게 이석수 동향 보고했다, 아시지요? 최순실, 우병우, 국정원 3각 커넥션도 드러났지요?
윤석열 지검장 : 예.
박지원 의원 : 태블릿 PC 그게 뭐, 신혜원인가 그분 거예요? 누구 거예요? 최순실 것 아니에요? 이런 것들을 명확하게 4년 전 그 기개로 얘기를 하라 이겁니다. 직속상관인 중앙지검장 앞에서 ‘수사하지 말라고 했다’ 이런 기개가 어디로 가고 우병우를 왜 그대로 두느냐 이거예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윤석열 지검장 :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 아무리 논란이 많다 해도 우병우라는 사람을 구속하기 위한 수사를 할 수는 없고요. 저희가 여러 가지 다양한 첩보를 가지고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결국 드러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2017년 10월 23일,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 중)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일주일쯤 지나 윤석열 현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파격 발탁된다. 그가 '박영수 특검'팀에 파견돼 수사팀장으로 근무하며 많은 성과도 내 시민들의 찬사도 받았고, 또 과거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까지 집행하는 기개를 보여줬기에 그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매우 좋았다. 특히 그는 국정원 수사팀에서 배제된 뒤, 국정감사에 출석해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헀던 것은, 그가 이토록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가 정의로운 검사로서 남은 국정농단 사건도 추가로 철저하게 파헤칠 줄 알았고, 이명박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파헤치고 재벌이나 언론 등에 대해서까지 적폐청산을 매듭지을 줄 알았다. 그만큼 그에게 걸었던 기대가 컸었던 것이며, 아마도 적폐청산의 적임자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그가 검찰총장 자리에 임명됐을 때만 하더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박영수 특검팀의 활동에서 사람들이 '아쉬웠던 점'으로 꼽았던 것 중의 하나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었다. 우병우 전 수석이 받는 의혹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공모·방조 ▲자신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해임 ▲정윤회 문건 은폐 ▲세월호 수사방해 ▲변호사 시절 수임비리(몰래 변론 등) 등 다양하게 걸쳐 있다. 그렇게 많은 의혹들이 있지만, 시민들이 그를 굉장히 괘씸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그의 시종일관 '건방진' 태도 때문이었다.
특히 자신에게 질문하는 취재진을 향해 레이저 눈빛을 쏜 데 이어,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고도 한동안 나오지 않고 잠적 상태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그의 무례함을 알려주는 일화들이 박영수 특검팀은 활동이 끝날 무렵인 2017년 2월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그해 4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또 기각됐다. 그러면서 그에게 '법꾸라지'라는 호칭까지 붙었다.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하자,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특검팀이 잡아넣지 못한 우병우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파헤칠 줄 알았던 것이다. 당시 우병우에 대한 질문을 받은 윤석열 총장의 답변은 어떠했을까? 3년 전인 2017년 10월의 서울중앙지검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 내용이다.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의원(현 국정원장)은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4년 전 그때의 기개로 우병우를 왜 척결하지 못하나, 혹시 우병우에게 신세진 적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당시 윤석열 지검장은 "없다"고 답했다.
박지원 당시 의원은 "제가 추명호 전 국장, 2014년 정보위 때 추궁했을 때 국정원에서 절대 아니라고 비호했다. 제가 만만회 문제제기를 했을 때 서울 중앙지검에서는 그 사람을 수사하지 않고 저만 기소해서 재판과정에서 중앙지검 검사들이 만만회 사람들 증인신청도 안하고, 우리가 해도 거절하고, 이따위로 수사를 했다"며 "만약 추명호와 만만회 수사를 검찰에서 제대로 했다면 오늘의 국정농단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거다”고 지적했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국정원의 '우병우 라인'이라 할 수 있으며, 우 전 수석을 감찰하던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불법사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위 '만만회'란 박지원 원장이 지난 2014년 6월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지칭한 박근혜 청와대 비선라인의 명칭이다. 박근혜의 동생 박지만씨,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전 비서관, 최순실의 전 배우자 정윤회씨를 지칭한다.
박지원 당시 의원은 “최근에 나타났던 것도 추명호가 우병우에게 비선보고를 숨기려고 노트북을 폐기했다는 사실 아시지 않나. 추명호가 우병우에게 이석수 동향보고 했다는 사실 아시지 않나. 최순실·우병우·국정원 삼각 커넥션도 드러났지 않나. 태블릿 PC 그게 누구 껀가. 최순실 꺼 아닌가. 이런 것들을 명확하게 4년 전 그 기개로 얘기하란 말이다”며 “(2013년 국감 당시) 직속상관인 중앙지검장 앞에서 ‘수사하지 말라고 했다.’ 이런 기개가 어디로 갔고 우병우는 왜 그대로 두냔 말인가. 어떻게 하시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윤석열 당시 지검장은 “제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 아무리 논란이 많다 해도 우병우라는 사람을 구속하기 위한 수사를 할 수는 없다”고 답한 뒤 "저희가 여러 가지 다양한 첩보를 가지고 사건을 수사하다보면 문제가 있는 사람은 결국 드러나지 않나 생각한다"며 원론적 답을 했다. 그는 이처럼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선 "아무리 논란이 많다해도, 구속하기 위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자신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된지 한 달 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을 당시,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 개시하자마자 탈탈탈 털었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할까? 그리고 이명박 정권 당시 주어졌던 '동양대 표창장'에 대해 그렇게 집착하며 수사 개시 한 달 동안에만 70여곳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던가. 조국 전 장관 딸이 중학교 때 썼던 일기장이나 어린 시절 쓰던 휴대폰까지 압수수색하지 않았었는가.
그리고 조국 전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가 1심 구형을 받기까지는 무려 34번이나 공판을 받았다. 군사반란, 광주학살, 천문학적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노태우보다(공판 27번)도 훨씬 더 많은 공판을 받았으니. 얼마나 끔찍한가, 그리고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검찰은 '국정농단'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목소릴 높였다. 이건 아마도 기네스북에도 남을 것이며, 오랜 기간 한국의 흑역사로 남을 게 분명하다.
이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심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수석에겐 "구속하기 위한 수사를 할 수 없다"니. 이후 박지원 원장과 윤석열 총장 사이에 오간 질의내용을 보면, 윤 총장과 우병우 전 수석 간의 깊은 인연이 드러나곤 한다.
박지원 의원 : 우리 검사장께서 과거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근무하신 적이 있어요?
윤석열 지검장 : 있습니다.
박지원 의원 : 당시에 범정기획관이 누구셨지요?
윤석열 지검장 : 그때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기획관이었습니다.
박지원 의원 : 두 분이 서로 굉장히 신뢰하는 그런 관계였다고 그러던데, 높이 평가하고.
윤석열 지검장 : 예, 그렇습니다.
박지원 의원 : 지금도 우병우 당시 범정기획관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까?
윤석열 지검장 : 우병우 전 수석의 일에 대한 능력과 책임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의원 : 도둑놈이 도둑질 잘하면 그건 안 좋은 거예요.
윤석열 지검장 : 그러나 적어도 검사 시절에는 제가 보기에는…
박지원 의원 : 그 사람은 나쁜 짓을 잘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까 물은 거예요, 혹시 신세진 것 있느냐.
윤석열 지검장 : 신세진 건 없습니다. 제가 거기 갈 때도 총장님이 발탁해서 갔고, 그러나 같이 근무하면서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고 했겠지요.
박지원 의원 : 천하의 윤석열 검사장께서 도대체 특검에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해 가지고 안 되고 또 그전에는 다른 검사가 했다고 하더라도 중앙검사장으로 해서도 안 되고 하는 것이 밖에서는 두 분의 사적 인연이 작용하고 있다.
윤석열 지검장 : 그런 건 없고요, 저도…
박지원 의원 : 아니 웃으면서 답변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윤석열 지검장 : 그분 뵌 지도 오래됩니다. 지난번에 특검에서 조사할 때 한번 보고 서로 전화연락을 하거나, 본인도 청와대 가서 바쁘고 하다 보니까 저도 뭐…
예전 기사를 검색해보면 지난 2010년경 윤석열 총장과 우병우 전 수석은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현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우병우 전 수석이 대검 수사기획관을 맡았고, 윤석열 총장은 대검 중수부 2과장을 맡았다. 박지원 원장은 "두 분이 서로 굉장히 신뢰하고 높이 평가하는 그런 관계였다고 하는데"라고 물었는데, 윤 총장은 "그렇다"고 시인했다.
박지원 원장이 "당시 우병우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있는가"라고 묻자, 윤 총장은 "우병우 전 수석의 일에 대한 능력과 책임감에 대해선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이에 박지원 원장은 "도둑놈이 도둑질 잘하면 안 좋은 것"이라고 지적했으나 윤 총장은 "제가 보기엔 검사 시절에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고 했다.
박지원 원장은 "(우병우에게) 혹시 신세진 것 있느냐" "사적 인연이 작용하는 것 아닌가"라고 거듭 물었는데 윤 총장은 "그런 거 없다" "만난지도 오래 됐다"고 답했다.
박지원 원장은 "우병우 기획관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지 말고, 그 나쁜 사람을 잘했다고 하면 문제가 있다"고 계속 다그쳤으나, 윤석열 총장은 "검사때 함께 근무했던 경험을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우 전 수석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러했다. 국정농단의 핵심이었던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윤석열 총장의 모습. 그의 진짜 속마음은 아마 이러했을 듯하다. 지난해 윤석열 검찰이 출범시킨 '세월호 특별수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는 임관혁 현 서울고검 검사인데, 그는 대표적 '우병우 사단' 일원이다. 우병우 전 수석이 세월호 수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데, 그의 측근을 수사단장으로 앉히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일까? 특수단이 실제로 무언가를 한다는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유가족들은 "검찰 특수단이 세월호 참사를 단순 사고로 위장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임관혁 검사는 국정농단의 전주곡이었던 '정윤회 문건' 사건 수사를 담당한 바 있는데 이를 허위로 결론낸 바 있고, 천문학적인 국고 손실을 일으킨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담당하면서도 고작 전직 공기업 사장 2명만을 기소한 바 있다. '박근혜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이 매우 짙은 '입법 로비' 사건(신계륜-김재윤 전 의원 등 기소)도 성완종 리스트(박근혜 불법대선자금 의혹 사건) 사건 등도 그가 담당했었다. 모두 당시 정권의 입맛에 맞게 결론을 내왔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윤석열 총장이 외압에 맞서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됐던, 정말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던 정의로운 검사였던 것으로 착각했었다. 그러나 그가 알려준 것은 있다. 얼마나 검찰개혁이 사법개혁과 함께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인지를, 또 이것부터 해결하지 않고서는 언론개혁, 재벌개혁, 사학개혁, 종교개혁 등의 과제도 절대 어림도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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