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역사가 긴 만큼 의식(儀式)도 복잡한 것 같습니다. 그 의식을 거행하는데도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하지요. 그 중에도 ‘불전사물(佛殿四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불전사물’도 저마다의 의미와 역사가 있어 오늘은 이 ‘불전사물’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불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알아봅니다.

첫째, 목어(木魚)입니다.

나무로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걸어 두고 쳐서 소리를 내는 불교의식 용구의 하나입니다. 목어고(木魚鼓)·어고(魚鼓)·어판(魚板)이라고도 불리지요. 중국에서 유래된 이 법구(法具)는 물고기의 배 부분을 비워 나무막대기로 물고기 배의 양쪽 벽을 쳐서 소리를 내게 한 것입니다.

물고기 모양을 취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유래가 전합니다. 『백장청규(百丈淸規)』에 의하면 물고기는 언제나 눈을 뜨고 깨어 있으므로 그 형체를 취하여 나무에 조각하고 침으로써 수행자의 잠을 쫓고 혼미를 경책했다고 하였습니다.

또, 사찰에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옛날 한 승려가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고 옳지 못한 행동을 하다가 죽었다고 합니다. 그 승려는 곧바로 물고기의 과보(果報)를 받았는데, 등에는 나무가 한 그루 솟아나서 풍랑이 칠 때마다 나무가 흔들려 피를 흘리는 고통을 당하곤 하였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그 스승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물고기로 화현한 제자가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고 ‘수륙재(水陸齋)’를 베풀어 물고기를 해탈하게 하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현재 사찰에서는 새벽예불과 저녁예불, 큰 행사가 있을 때 범종 등과 함께 목어를 치게 됩니다. 이는 물속에 사는 모든 중생들을 제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둘째, 운판(雲板)입니다.

범종·금고·목어와 함께 불전사물의 하나이지요. 형태는 구름 모양으로 맨 위에는 매달 수 있도록 2개의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아래에 당좌가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주로 청동이나 철을 얇게 만들어 소리를 내는 것으로 문양의 장식에 따라 단면식과 양면 식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침·저녁 예불을 드릴 때 사용하며, 특히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와 같은 동물을 위해 치는 의식법구(儀式法具)로 알려져 있습니다.

셋째, 범종(梵鐘)입니다.

이 범종은 다른 불구와 달리 그 규격이 크기 때문에 흔히 종루(鐘樓)나 종각(鐘閣)을 짓고 매달아칩니다. 범종의 기원에 대하여는 중국 은(殷)나라 이후에 악기의 일종으로 사용되어 왔던 고동기(古銅器)의 종을 본떠 오늘날 불교사원에서 볼 수 있는 범종의 조형이 비롯되었다고 하는 설입니다.

넷째, 풍경(風磬)입니다.

‘풍령(風鈴)’ 또는 ‘풍탁(風鐸)’이라고도 합니다. 요령(瑤領)이 손으로 흔들어서 소리를 내는 데 반하여, 풍경은 바람에 흔들려서 소리를 내는 것이 다르지요. 특히, 풍경은 경세(警世)의 의미를 지닌 도구로서, 수행자의 방일(放逸)이나 나태함을 깨우치는 역할을 합니다.

풍경의 형태에도 그와 같은 의미가 담겨 있는데, 풍경의 방울에는 고기 모양의 얇은 금속판을 매달아두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습니다. 즉, 고기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행자는 잠을 줄이고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럼 왜 절 추녀 풍경엔 물고기를 달아 놨을까요? 먼저 풍경 끝의 물고기를 올려다보십시오. 그리고 그 물고기 뒤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그려 보십시오! 그 푸른 하늘은 곧 푸른 바다를 뜻합니다. 그 바다에 한 마리의 물고기가 노닐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삼아 한 마리 물고기를 매달아 놓으므로 써 그곳은 물이 한없이 풍부한 바다가 됩니다.

그 풍부한 물은 어떠한 큰 불도 능히 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나무로 지은 사찰 목조건물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상징성을 담고 있답니다.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물고기는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나 눈을 감지 않을 뿐 아니라, 죽어서도 눈을 감지 않듯, 수행자도 물고기처럼 항상 부지런히 도를 닦으라는 뜻을 상징합니다.

“눈을 떠라! 물고기처럼, 항상 눈을 뜨고 있어라! 깨어 있어라! 언제나 번뇌(煩惱)에서 깨어나, 일심으로 살아라! 그러면 너도 깨닫고, 남도 능히 깨닫게 할지니….”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를 들을 때마다, 깨어 있는 수행의 중요성과, 큰 바다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물고기의 참 소식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불교는 이렇게 역사도 오래 되었고, 의식도 복잡합니다. 중세 때 천주교를 개혁해 개신교가 생긴 것과 같이 불교를 개혁한 종교가 바로 원불교입니다, 원불교는 새 종교라 의식도 간단명료합니다. 범종대신 좌종(坐鐘)과 목탁을 치는 것으로 불전사구를 대신합니다. 새 불교인 원불교의 의식을 한 번씩 참관해 신선함을 맛보시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11월 2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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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전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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