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흔히 일어나지만 인식은 낮아

[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최근 대전 YMCA 성폭력상담소가 대전지역 대학생 6백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담조사결과가 흥미롭다. 면담 참여자 중 14%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음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성폭력을 비일상적이고 예외적인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성폭력에 대한 대학생들의 오해가 많고, 상식이 부족한 실정을 알 수 있는 조사결과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성폭력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성폭력에 대한 개념과 대처방법을 알아보고, 성폭력 이인희상담원(성폭력상담센터)을 만나 성폭력 예방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본다.

▷ 강간, 성추행만 성폭력으로 인식하는가

성폭력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어나는 성적행위를 포괄하는 말로, 성폭력이 발생하는 공간과 유형에 따라 다양하고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육체․언어적 성폭력으로는 강간, 성추행, 수치심을 느끼는 언어적 희롱과 음란전화 등이 있으며, 시각적 성폭력에는 외설물이나 자신의 신체부위를 노출시키는 일명 '바바리맨' 등이 해당된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 채팅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사이버 성폭력도 최근 부각되고 있는 성폭력의 하나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수와 학생, 선후배 등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학내 성폭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평소 친분이 있고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성폭력으로 인식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어려운 면이 있다. 이처럼 학내 성폭력은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뿐만 아니라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로, 공동체 내의 적극적인 해결과정을 필요로 한다.

▷ 성폭력에 대한 오해

성폭력은 낯선 사람들에 의해서만 발생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괴한, 밤길 등을 조심하라고 강조하지만, 실제 성폭력 피해사례의 70%가 지인들에 의해 발생한다.

또 성범죄자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일 거란 통념과 달리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충분히 성적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남성 가해자들이 여성들의 야한 옷차림을 문제 삼아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가해사실을 정당화하는 경우 또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단 소리다.

피해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성폭력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은데, 실제 상황에서는 저항할 경우 오히려 더 심한 폭력행위가 동원될 가능성이 높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 1월에 발생한 군포 여대생 사건에서는 성폭행 도중 저항하다 살해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스스로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정조의무와 범죄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표현일 뿐이다.

▷ 생소해보이나 흔히 일어나는 데이트폭력

데이트성희롱. 데이트 폭력은 대학생들이 가장 흔히 겪을 수 있는 유형의 성폭력이다. 특히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발생하기 때문에 성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후유증도 심각하다.

데이트 폭력은 주로 상대방의 질투, 의심과 집착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러한 데이트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가진 대표적인 유형은 질투심과 소유욕이 강한 사람으로, 이성친구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며, 모든 여유시간을 자신과 보내길 바라는 경향이 강하다. 상대방의 행동에 간섭하거나 타인을 원망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고 의견을 무시하며, 갈등을 모두 이성친구에게 돌린다면 자연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술․기타약물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술을 권하는 정도를 넘어 강요하는 음주문화가 형성돼있다. 실제로 폭력의 사례를 살펴보면 많은 경우 술이 결부돼있다. 급하게 스킨십을 요구하거나 성관계를 강요하는 사람도 성폭력의 가능성이 크다. 그 외에 폭력적인 경험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거나 헤어지자는 제의에 말도 안된다며 강하게 부정하는 사람도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

한번 폭력적 관계가 발생되면 외부의 도움 없이는 치료될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으니 반드시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 신고와 상담은 어떻게 하나

성폭력 피해신고는 피해자 본인과 대리인 또는 사건을 목격한 제3자가 할 수 있으며, 신고는 경찰서나 성폭력 상담센터에서 할 수 있다. 성폭력이 발생한 날짜와 시간, 장소 등 객관적인 사실들을 육하원칙에 따라 정확히 기술하고, 자신의 느낌과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정리하는 것이 좋다. 목격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육체적인 성폭력을 당했을 경우, 당장은 처벌할 의사가 없더라도 추후 가능성을 고려해 증거물이나 변호해줄 증인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증거확보를 위해서는 샤워나 목욕, 질 세척, 손씻기, 양치 등을 하지 않고 24시간 이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한다.

학생생활연구소 내에 있는 성폭력상담실에서 성폭력, 성희롱 등의 피해신고 접수와 이에 관한 상담을 하고 있다. 교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거나 이성문제로 상담을 원할 경우 언제든 전문 상담원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상담내역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피해자는 처리과정에서 특정인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신원노출의 위험이 있는 자료는 피해자나 대리인의 동의 없이는 절대 공개되지 않는다.

▷ 성폭력 예방&대처요령

① 상대방의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② 평소 자신과 상대방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의사소통을 한다.

③ 음담패설을 하지 않고, 상대방이 그러한 언행을 할 경우 문제를 제기한다.

④ '예'와 '아니오'가 뒤섞인 애매모호한 대답이 아닌 정확한 의사표현을 한다.

⑤ 차단된 공간에서는 서로 주의한다.

⑥ 성폭력에 대한 충분한 예비지식과 대처방법을 숙지한다.

⑦ 가해자와 직접 마주하기기 힘들 땐, 편지나 내용증명을 이용한다.

⑧ 가해자의 증거를 수집한다.

⑨ 가까운 사람과 상담하거나 성폭력 상담센터에 가서 도움을 요청한다.

⑩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거나, 자신의 몸이 더러워지고 가치 없다는 식으로 비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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