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돌봄의 공적 기능 강화를 위한 재정 투입 노력 등 정부 차원의 책임을 다하며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과 돌봄전담사 근무시간 확대를 연계해 돌봄전담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학교돌봄 운영 개선 대책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

교육부가 연대회의의 초등돌봄 파업을 앞두고 초등돌봄 운영 개선 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던 ‘지자체-학교 협력모델’ 마련을 쏙 뺀 합의문이다. 초등돌봄 질적 개선을 내세워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 시도교육감협의회, 교원단체, 돌봄노조, 학부모 단체 등에 제안한 초등돌봄운영개선협의회(협의회)에서 논의 중인 내용을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뒤집어 교원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 31조 ⑤항은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고 했다. 교육이 ‘상품인가 아니면 공공재인가’라는 철학에 따라 국가의 책무가 달라지지만 이제 2021년부터 전면시행될 초·중등 완전 무상교육을 앞두고 있다. 「유아교육법」 제24조제1항 및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29조에 따르면 ‘초등학교 취학 직전 3년의 유아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헌법 제31조는 “①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③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과정에 명시한 시간 외 저소득층, 한 부모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초등학고 1~2학년 학생들의 돌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초등돌봄’ 학교와 지자체 중 누가 맡을 것인가?>

문제의 핵심은 「‘초등돌봄’을 학교가 감당하는가, 아니면 지자체가 감당하는가’」라는 문제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도 “국회에 계류 중인 온종일 돌봄 특별법은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이해 당사자와 충분히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초등돌봄의 공적 기능 강화를 위한 재정 투입 노력 등 정부 차원의 책임을 다하며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과 돌봄전담사 근무시간 확대를 연계해 돌봄전담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학교돌봄 운영 개선 대책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는 결과발표에는 핵심을 빼고 ‘눈가리고 아웅’식이다.

수업과 돌봄의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대도시 과밀학교의 경우에는 수업과 돌봄교실 겸용 문제, 돌봄전담사 없이 돌봄 업무를 고스란히 교사가 감당하는 작은 학교 상황 등 개별학교의 역량에 기대어 운영하는 돌봄으로는 질 높고 안정적인 돌봄 운영이 불가능하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연대회의와 국회 교육위원장과의 합의에서 교원단체들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지자체-학교 협력 모델 사업’ 운영을 쏙 빼고 합의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합의에 대해 전교조는 “협의회를 통해 초등돌봄의 공적 기능 강화와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성실하게 협의에 임해왔던 교원노조와 교원단체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됐으며 구색 맞추기용 소품이 되었다.”면서 “돌봄 문제 해결의 핵심은 법적 근거도 없이 학교에 내맡겨진 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결국 돌봄전담사 처우개선을 넘지 못했다.”고 ‘초등돌봄 철학도, 전망 제시도 없는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교사와 돌봄전담사 대립으로 몰고 가서는 안돼>

이낙연 더불이민주당 당대표는 지난 달 20일 진행된 확대간부회의에서 “온종일돌봄특별법은 포용과 상생의 장치이며 노동과 소득이 불안정해지는 시대에 꼭 필요한 법안”이라며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초등돌봄 지자체 이관 관련 정부 법안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여기에 국회 교육위원장의 ‘이해 당사자와 협의를 거친 온종일돌봄특별법안 추진’ 발언으로 정부의 의지 없음을 확인한 셈이다.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 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가 해야 할 일… 그것도 지금까지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평생교육의 의무를 지자체가 아닌 학교가 해왔다. 문제가 드러나니까 정부는 ‘초등돌봄문제’를 마치 학교와 지자체 간의 대립, 초등교사와 돌봄교사간의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 전교조가 밝혔듯이 “공적 돌봄은 모든 학생들의 방과후 생활을 지원하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재설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온종일돌봄 특별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봄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하루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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