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방해로 5개월째 '간판만' 있던 공수처, 개정안 통과로 연내 출범 가시화됐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 게슈타포'라며 마치 '대국민 사찰기관'으로 몰아갔지만. 정작 그들의 과거는?
16년전 총선 한나라당 '공수처 설치' 공약, '이명박 오른팔' 이재오는 줄곧 '찬성'하며 법안 대표발의까지
유승민은 대선 후보시절 "공수처 반드시 만들겠다", 주호영도 여당 시절엔 "검찰 견제할 기구 없다"면서~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 한나라당 17대 총선 공약: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2004.4)
- 이재오 의원: 공수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공직사회 투명성 높이자(2012.12.3)
- 주호영 의원: 전 세계에 우리나라처럼 검찰권이 비대한 곳 없다. 견제할 기구도, 조직도 없다. 공수처 수년째 이야기되는데 이번 기회에 정비되리라 본다(2016.7)
- 김종인: 2016년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5·18 특별법, 공수처를 중점 추진법안으로 선정(2016.8.11)
- 조선일보 사설: 대통령에서 독립된 공수처 설치, 이제 피할 수 없다(2017.1.5)"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9일 페이스북 인용)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뜨거워진 '검찰개혁'이라는 과제, 이를 위해선 죄를 지은 판검사도 처벌할 수 있는 공수처 설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수없이 양산해내는 '전관예우'로 포장된 '전관비리'를 방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며, 수사권-기소권 등을 모두 독점하는 '요술방망이' 권력을 분리시키는 검경수사권 조정도 필수적이라 하겠다. 판사를 처벌하기 위해선 판사 탄핵이나 특별재판부 설치도 필요할 것이다.
공수처 법안은 지난해 말 통과됐음에도, 국민의힘에서 법의 허점을 이용해 계속 반대를 놓아 본래 출범기일(7월 15일) 다섯 달 가까이 지나고도 출범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를 뚫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됐고, 10일 오후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전날 오후 9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을 벌였으나 자정이 지나 정기국회가 끝나면서 3시간 만에 자동 종료됐다. 사실 개정안 통과를 하루 늦춘 것에 불과할 뿐, 막을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국민의힘에선 지난해에 이어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면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느니 허세가 가득 섞인 발언까지 하며, 공수처를 독일 나치 시대의 비밀경찰이었던 '게슈타포'에까지 비유하기까지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많은 의석을 준 것은 자기들의 부정과 비리를 캐는 검찰을 무력화하기 위한 공수처를 함부로 만들고 공수처장에 자기들 사람을 갖다 놓으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젠 완전히 게슈타포 공수처를 만들려는 것이냐"라고 목소릴 높였다,
이처럼 고위공직자의 비리혐의를 수사하는 공수처를 마치 대국민 사찰기관처럼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 수사대상은 전국민 5천여만명 중 7천여명에 불과하며, 일반 시민들과는 전혀 무관하다. 공수처 수사대상에 오르는 이들은 판검사 그리고 대통령 및 고위공무원들, 국회의원 등이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 중 공수처 수사대상은 국회의원 103명 그리고 광역자치단체장 3명(이철우·권영진·원희룡), 총 106명에 불과하다. 전체 대상자 중 1.5% 가량에 불과한데 왜 침소봉대하며 '가짜뉴스'까지 퍼뜨리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언론과 더불어 이렇게 왜곡하는 모습은, 과거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종부세 도입'에 대해 마치 월세살이하는 사람들에게도 '세금폭탄' 떨어지는 것처럼 왜곡하던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또 재산을 각종 편법으로 무려 2300배나 불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가 "과도하다"며 월급 200만원도 받기 힘든 사람한테 "재벌 총수 일가 걱정하라"고 부추기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국민의힘에서 언급한 '게슈타포'와 같은 대국민 사찰기관은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유사하다.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을 만들어내고, 시민들의 일상을 마구잡이로 통제하고 탄압하던 군사독재정권을 지탱해주던 정보기관들이다. 특히 중앙정보부에는 당시 야당 정치인은 물론, 여당 정치인들까지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는 일제강점기 시절 벌어진 잔혹한 고문을 능가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군사독재정권의 후신 정당이 이를 언급하지 않으니, 자승자박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과거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이 '공수처'에 찬성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시했던 것이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사례들을 짚었다. 실제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 정당인 한나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냈었다.
"과거로부터 결별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였다.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이 분야 공약을 가장 많이 내걸었으며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하는 동시에 특검제 상설화를 약속했다." (2004년 4월 15일자 서울경제 인용)
이명박 정권 때도 공수처 설치 논의는 계속 제기돼왔다. 지난 2010년 4월 이재오 당시 국민권익위원장(현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권익위원장에 취임하면서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아직도 똑같은 생각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다음달 '스폰서 검사' 파문이 터진 뒤, 정부 간행물 <위클리 공감>과의 인터뷰에서도 "(검찰 말고) 별도의 사정기관이 필요하다"며 공수처 설치에 힘을 실었다. 당시 故 정두언 전 의원이 '스폰서 특검 수용', '공수처 필요성'을 언급하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등 친이계가 가세했고, 정몽준 당시 당 대표도 '적극 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2012년 12월 '공수처 설치법'을 당시 대표발의한 바 있으며, 고희선·김성태·김영우·김정록·신성범·심재철·이군현·이만우·정의화·조해진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인재근·전순옥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등 12명이 동참했다.
해당 법안을 보면,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국회의원과 차관급 이상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법관·검사, 장성, 사정기관의 국장급 이상 공무원이며,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가족도 포함된다. 공수처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공수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아울러 공수처 특별수사관이 작성하는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해 수사권을 확보했으며, 처장 산하에 특별검사를 둠으로써 기소권도 확보토록 했다. 이와 함께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키 위해 시민단체와 검찰총장, 대법원장, 국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복 수사·기소 남발 등의 우려를 막기 위해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에 한해서만 공수처의 기소권을 발동시키며 이 역시 감사위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법안 내용을 보면, 현재 공수처법과 큰 차이가 없다.
요즘 가장 앞장서서 '공수처 반대' 목소릴 높이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경우에도 지난 2016년 7월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교통방송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검찰권의 비대를 우려해 왔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검찰권이 비대한 곳이 없다”며 검찰개혁을 주문했다. 그는 “검찰을 견제할 기구나 조직이 별로 없다. 공수처 이야기가 수년째 논의되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것들이 정비되리라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 설치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도 동의 표시를 했다. 그러면서 “정의의 여신은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는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해야만 권력기관이 부패하지 않고 제대로 작동이 된다. 청와대 민정실이나 검찰이나 모두 검찰 출신의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이라고 공수처 신설을 주장했다.
그는 최근 '말바꾸기' 논란이 지속되자, “공수처가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공수처 신설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공수처장 임명권이 야당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며 자신이 몇 가지 '단서'를 달았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당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2016년 7월 새누리당은 분명 '집권 여당' 위치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그해 8월 11일 열린 정책의총에서 5·18 특별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주요 법안으로 선정한 바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공수처 법안 반대입장을 계속 표출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도 입장을 바꾸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17년 대선 당시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출마하면서 “수사-기소 권한을 가지는 공수처 설치”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등 주요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공약과 같다.
그는 그해 4월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3차 TV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는 “검찰 개혁에서는 공수처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경우 당시 바른정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었으며, 당시 유승민 대선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까지 맡은 바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앞서 새누리당 의원 시절인 2016년 9월 7일 춘천 한림대 특강에서도 당시 야권의 공수처 신설 요구에 대해 “안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는 17대 국회 때 우리 당이 찬성하던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부패비리 사건은 검찰에 그대로 맡겨두는 게 한계에 왔다”며 공수처 설치에 찬성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역시 공수처 설치에 대해 반대입장을 대놓고 표출하는 <조선일보>도 2017년 1월에는 사설을 통해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그토록 주장해왔었다. 당시는 박근혜가 국회에서 탄핵당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중이었던 시기였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수많은 인파가 추운 날씨에도 매주 토요일 촛불을 들며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기다. 당시 <조선일보>의 칼럼 내용은 아주 놀랄 정도로 검찰을 "지리멸렬하다"며 찰지게 꾸짖고 있다. 그해 1월 5일자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대통령에서 독립된 공수처 설치, 이제 피할 수 없다>다.
"더불어민주당이 2월 국회에서 검찰 개혁 방안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작년 8월 공수처 설치법을 공동 발의했었다.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법관과 검사, 정부 고위직 공무원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개혁보수신당도 공수처 설치를 약속한 상태여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수처 설립안은 노무현 정부 이후 여러 차례 검토됐으나 검찰과 정치권 일각의 반대로 무산됐다. 검찰은 지금도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밉보인 사람 수사는 지독하리만큼 밀어붙이면서 최순실씨 비리에는 눈감아 오늘의 이 대혼란을 초래한 게 검찰이다. 지금의 검찰 제도를 그대로 두고는 정권이 몇 번 바뀌어도 똑같은 문제가 터질 것이다.
이 정권 들어 검찰의 지리멸렬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넥슨에서 주식 뇌물을 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 비리는 처음엔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최순실 관련 비리는 작년 7월 언론에 첫 보도가 났는데도 눈감고 있다가 3개월이 지나서야 압수 수색에 들어갔다. 급기야 비리 혐의로 소환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조사받다 검사 앞에서 웃는 사진까지 공개됐다. 결국 우 전 수석에 대해선 125일간 수사하고도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수사팀을 해체했다.
많은 요인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검찰이 자신들 승진시켜주는 대통령 외엔 다른 누구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검찰을 두려워하지만 검찰은 대통령만 빼고는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검찰이 이럴 수 있는 것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저지른 범죄도 사실상 검찰밖에 수사할 곳이 없으니 누구를 겁내겠는가. 공수처처럼 검사들을 감시하고 수사할 기관을 만들어 이를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 지금 검찰이 또 하나 마나 한 자체 개혁안을 내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데 국민이 또 속지 않는다."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으로 촉발된 '검찰개혁'을 목높여 외치는 시민들의 생각을 이토록 명쾌하게 짚어준 게 <조선일보>였다. 결국 그들이 과거에 그토록 바래왔던 '공수처 설치'는 10일 오후를 기점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안이 중심이 된 개정안은 10일 오후 2시 28분 재석 287석 중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공수처장후보추천위(추천위)의 의결정족수를 추천위원 7명 중 6명에서 5명(전체 재적위원 중 3분의2에 해당)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국민의힘의 단독 방해만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5개월가량 미뤄졌는데, 이를 뚫을 수 있게 되면서 연내 공수처 출범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교섭단체(국민의힘)가 추천위 구성을 지연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천기한을 10일로 정해 기한 내 추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했다.
공수처 검사의 임용요건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개정안은 현행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 조건에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변호사 자격 7년 이상 보유'로 공수처 검사 자격을 완화했다. '재판·수사·조사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 조건은 삭제하기로 했다. 기존 법안에는 전관변호사들만 공수처 검사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보다 다양한 인재들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직 판검사들과 '이해관계'에 얽혀있을 가능성이 적어져 보다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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