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限界)란 무엇인가요? 힘이나 책임, 능력 따위가 다다를 수 있는 범위를 말합니다. 여러분은 한계를 느껴 좌절을 겪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지옥은 스스로 세운 것이다.’라는 글을 쓴 미국의 여류작가 ‘텔마 톰슨’의 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작가가 되기 전, 그녀는 군인이었던 남편을 따라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 사막 훈련소로 가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직장에 나가면 섭씨 45도로 오르내리는 지독한 무더위 속에 오두막집에 달랑 혼자 남았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모래바람이 불어 닥쳐 입안에서 모래알이 씹히고, 음식을 해두면 금방 쉬어버렸지요.
뱀과 도마뱀이 집주변에 기어 다닙니다. 몇 달 만에 심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마침내 고향 부모에게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더 이상 못 견디겠어요.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게 나아요. 정말 지옥이에요.” 그러나 아버지의 답장에는 다음과 같은 두 줄만 적혀 있었습니다.
“감옥 문창살 사이로 밖을 내다보는 두 죄수가 있다. 하나는 하늘의 별을 보고, 하나는 흙탕길을 본다.” 이 두 줄의 글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입니다. 그로부터 그녀는 기피했던 인디언들과 친구가 되었고, 그들로부터 공예품 만드는 기술과 멍석 짜기를 배웠지요.
사막의 식물들도 자세히 관찰해보았습니다. 선인장, 유기식물, 여호수와나무 등을 살펴보니 그것들이 너무나 매혹적이었습니다. 발갛게 저무는 사막의 저녁노을에도 신비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기쁨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사막을 배경으로 한 소설가로 변신한 것이지요.
“사막은 변하지 않았다. 내 생각만 변했다. 생각을 돌리면 비참한 경험이 가장 흥미로운 인생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막은 지옥이 아니라 온갖 경이로움과 평화가 가득한 천국이었습니다. 지옥은 스스로 세운 것이었지요.
불안(不安)도 쓸모 있다고 합니다.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는 “부정적 감정 역시 욕망의 한 형태며 따라서 생의 에너지다.”라고 간파했습니다. 삶의 완성을 위해 불안은 필수 요소라는 것입니다. 그는 인간이 불안하기 때문에 절망할 수도 있지만, 불안하기 때문에 도약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키에르케고르의 이러한 예지(叡智)는 한 러시아 과학자들의 동물 실험 결과에서 간접적으로 입증되었다고 합니다. 두 그룹의 실험 대상이 있었습니다. 첫째 그룹의 동물들에게는 어떤 위험 요소 없이 풍성한 음식과 상쾌한 공기, 안락한 환경이 주어졌습니다. 둘째 그룹에게는 걱정과 기쁨이 공존하는 공간을 제공했지요.
동물들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놀다가도 가끔 맹수의 습격을 받았고, 먹이를 얻기 위해서는 직접 노력해야 했습니다. 연구 결과, 안락한 환경에서 살던 동물들이 훨씬 빨리 병들어 죽어갔습니다. 반대로 긴장과 불안, 노력을 요하는 환경에서 동물들의 건강과 장수가 보장되었던 것이지요.
인간이라고 다를까요? 불안이 도약으로 이끈 최근의 예가 바로 ‘두바이(Dubai) 프로젝트’입니다. 국토의 90%가 사막이고, 연평균 기온이 40~50도를 넘나드는 나라가 두바이입니다. 그런데 왜 세계는 이곳을 주목하며 앞 다투어 진출하려고 기를 쓸까요?
두바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업들은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초대형 실내스키장, 사막 위에 골프장을 건설하는 한편, 바다를 매립하여 면적을 21배나 늘리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국왕 ‘세이크 모아메드’는 말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내가 계획한 것의 10%에 불과하다. 두바이가 세계 그 자체라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 그의 호언장담을 들어보면, 앞으로 입이 더 떡 벌어질 사건들이 즐비할 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폭발적 에너지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바로 한계(限界)에 있는 것입니다. 한계가 경쟁력을 만들었다는 역설적인 말이지요. 그 한계란 바로 ‘50년 내에 석유가 고갈된다.’는 사실적이고도 치명적인 불안이지요. 사정이 비슷한 쿠웨이트가 돈을 쌓아놓고 있는 데 반해, 두바이는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우리를 도약에로 이끄는 것입니다. 불안은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가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정상적인 생존 반응이자 자연적인 감정인 것입니다. 곧 어떠한 위기에도 나의 몸과 마음을 그 상황에 맞게끔 준비하도록 돕는 ‘필수 정보기’와 같은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불안에서 도망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불안이야말로 삶에서 나를 지켜 주는 믿을 만한 방패가 아닌가요? 이렇게 불안도 쓸모가 있는 것입니다. 아니 우리는 차라리 ‘불안 대환영!’을 외쳐야 하지 않을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12월 1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