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통]

‘가벼운 정예병으로 적을 시험(탐색)해본다’는 뜻의 이 말은 『오자병법』 「논장 論將」 제4에 나온다. 거기에서 무후(武侯)와 오기(吳起)가 나눈 대화를 들어보자.

무후 : 양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데 적장에 대해 전혀 모를 경우, 이를 외형으로 알아내는 좋은 방법은 없겠소?

오자 : 신분이 낮더라도 용기가 있는 자에게 몇몇 정예 부하를 딸려 보내 탐색전을 전개해야 합니다. 이때 적이 쳐들어오면 싸우지 말고 도망을 치도록 일러둡니다. 그러면서 적의 태도를 살피는 것입니다. 뒤쫓아 오는 적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도망치는 우리 탐색 대를 추격하면서도 일부러 힘이 없는 듯한 시늉을 하고 싸움에 깊이 말려들지 않으며, 또한 전투가 적에게 유리하다는 듯이 보여주어 유인하려고 해도 모르는 척하며 결코 미끼에 걸려들지 않으면, 그 대장은 반드시 지혜로운 장수가 틀림없습니다. 그럴 때는 섣불리 상대하여 싸우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와 반대로 적병이 왁자지껄 떠들며, 깃발을 난잡하게 흔들고, 상부의 명령 계통이 서 있지 못하여 병사들이 개인행동을 하며, 일부러 쫓기는 우리 정찰 대의 뒤를 무작정 추격하고, 눈앞의 전리품을 보고 앞을 다투어 뛰어들려고 한다면, 이들을 지휘하는 자는 어리석은 장수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럴 때는 적의 병력이 아무리 많아도 쉽사리 무찌를 수 있습니다.

이 책략은 양군이 대치하고 있을 때 적장의 본 실력을 판단하기 위해 싸움을 걸어본 다음 승산이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먼저 지위는 좀 낮지만 용감한 자로 하여 날래고 싸움을 잘하는 소부대를 이끌고 공격하게 함으로써 적의 실력을 탐색해본다. 그 임무는 패배하여 후퇴하는 것이지만, 목적은 적이 추격해오도록 유인하는 데 있다. 그런 다음 적의 추격 행태를 관찰한다. 그 행태가 질서정연한데도 마치 추격하지 못하는 것처럼 꾸미거나, 패배한 소부대가 일부러 버린 재물이나 병기를 보고도 못 본 척한다면, 그런 적군을 이끄는 장수는 현명한 장수다. 이럴 때는 싸움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추격해오는 적군의 행태가 소란스럽고 깃발 따위가 어지럽고 병사들이 제멋대로인 데다가, 흘린 재물을 보고 서로 주우려 한다면, 그런 부대를 이끄는 장수는 아둔하게 마련이다. 이런 적군은 숫자가 많아도 싸워 이길 수 있다.

적장을 관찰하는 이런 방법은 서로 마주 보고 싸우던 냉병기 시대에는 대단히 유용한 책략이었다. 그러나 전쟁 형태가 근본적으로 변해버린 근‧현대 전쟁에서는 적장을 관찰할 때 이 방법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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