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 "웬만한 용기없이 쓰기 쉽지 않은 검찰의 환부에 대한 고발성 글"

"'검찰권·사법권도 국민을 배반하고 민주주의를 찬탈하는 도구’ 끔찍한 사례”

[정현숙 기자]= 징계 여부와 수위를 판단할 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절차 등을 문제 삼아 언론을 끼고 징계위원들을 지속적으로 때리고 있다. 검언동일체로 주말 내내 공격도 모자라 지금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을 가장한 쿠데타'란 제하로 글을 올렸다.

지난 9일 추미애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의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밑줄까지 그으면서 정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9일 추미애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의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정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 장관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인천지검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의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읽고 "웬만한 용기없이 쓰기 쉽지 않은 검찰의 환부에 대한 고발성 글"이라며 "중간 중간 숨이 턱턱 막혔다. 아직 검찰이 일그러진 자화상 보기를 회피하는 한 갈 길이 멀다는 아득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넷플릭스에서 브라질 다큐멘터리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를 본 소감을 이 변호사의 책 내용과 교차하면서 답답한 속마음을 토로했다. 추 장관은 '검찰권과 사법권도 국민을 배반하고 민주주의를 찬탈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 검언동일체로 무너진 브라질의 정치 상황을 짚었다.

추 장관은 "룰라 대통령에 이어 브라질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된 지우마가 경제개혁을 단행한 이후 이에 저항하는 재벌과 자본이 소유한 언론, 검찰의 동맹 습격으로 탄핵을 당하게 된다"라고 했다. 이어 지우마가 물러나면서 남긴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하면서 자신의 심경을 대변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죽음입니다."

추 장관은 "모로 검사는 전 대통령 룰라를 증거가 없는데도 부패혐의로 기소한다. 룰라는 '이것은 쿠데타'라고 항변하지만 투옥된다"라며 "군부의 권력을 밀어내고 간신히 쟁취한 민주주의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 미래가 암울한 브라질은 시지프스의 돌처럼 나락에 떨어진 민주주의의 돌을  들어올리기 위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추 장관은 "민주주의는 두 눈 부릅뜬 깨시민의 언론에 길들여지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냉철한 판단과 감시가 계속되지 않는다면 검찰권과 사법권도 국민을 배반하고 민주주의를 찬탈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끔찍한 사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밤이다"라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일독을 꼭 권한 이연주 변호사의 이 책은 일부 내용만 봐도 세상의 가장 사악한 집단은 검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적나라한 내용으로 채워져 지금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 책에서 "검찰에 근무할 동안 검찰이라는 조직의 불합리와 폐쇄성, 어두운 이면을 목격한 후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감에 시달렸다"라며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음 날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랄 정도였다"라고 검찰에서의 쓰라린 기억을 돌이켰다.

이 변호사의 장문의 글을 부분적으로 발췌해서 살펴 봐도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전관예우, 언론플레이, 상명하복, 선택적 기소권 남발, 범죄 조작, 표적 수사, 권력 중독, 인사보복 등 검찰권이라는 공적 완장을 차고 벌어지는 추악한 이면이 드러난다. 특정인을 찍어 죽이려는 기획수사의 패륜적 단면도 보여준다. 이른바 '기우제 수사', '먼지떨이 수사'란 말이 나온 배경이다.

조국 전 장관의 동생 조권 씨의 디스크 수술 일정까지 봐주지 않은 수사에 대해 "너무한 거 아니냐"는 친구의 말에 이 변호사는 "(검찰에게) 이건 사냥이니까. 언론은 몰이꾼 역할이고"라는 말을 들려줬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검찰에게 정의나 공익은 없다. 오직 자신들의 전리품을 위해 움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송요훈 MBC 기자는 자신의 SNS에서 "검사와 기자. 동업자인가, 하수인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소설이 아닌 리얼 다큐, 이연주 변호사의 책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위해 전 국민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라며 "기자들은 언론의 행태를 되돌아보며 성찰하는 마음으로 정독해야 하고. 읽다보면 몹시 창피하고 부끄러워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기자가 아닐 것이고..."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이연주 변호사가 쓴 책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중에서 발췌한 일부다.

"윤 총장은 검찰 안팎에서 알아주는 조직론자다. 이건 조직을 자기와 동일시한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검찰의 권한을 축소한다는 건 윤 총장에게 손발이 잘리는 고통일 것이다. 순순히 자기 '나와바리(영역)'를 내준다면 검찰 가문의 선조와 후배들을 볼 낯이 없기 때문이다. (중략) 그 나와바리는 바로 검사들에게 재산 축적의 원천이다. 변호사 개업을 목전에 둔 검찰 간부들은 (공수처나 검경수사권 분리 등) 검찰 개혁에 결사 항전할 수밖에 없다."

"특수부는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거기에 맞는 조각을 맞춰가는 수사다. 안 맞는 조각이 나타나도 밑그림을 버리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게 된다"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것에만 온몸의 감각이 집중된 탓에 인간의 마음을 느끼는 능력이 퇴화하여 괴물이 되어버린 검사들은 조직을 사랑한다는 핑계를 대며 인간을 향해 오만한 칼날을 찍어 누른다."

"전관 변호사는 검찰의 안과 밖,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의 구분을 지워버리고, 검찰의 비선이 된다. 그렇다면 윤석열 총장은 뭘까? 조직을 걸고 도박하다가 검찰 선조가 대대로 지켜온 땅을 잃은 간 큰 검찰총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법조 출입 경력이 오래된 기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기자가 대부분의 검사들이 패륜아로 취급하는 조 모 검사를 아주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면 조 모 검사는 왜 기자들에게 인기 폭발일까. 일단 기자들에게 입안의 혀처럼 군다고 한다. 신선한 기삿거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종일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기자들과 통화하며, 수사 상황을 실시간 중계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관계를 맺는 기술도 남다르다"

"기자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등산을 하는데, 등산에서 단 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어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본인을 정말 친하게 생각해서 이런 사적인 이야기까지 털어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안 그래도 친해지고 싶던 기자들이 껌벅 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검사들과의 친분 자기장에 걸려 기자들의 시각과 혀는 오염되는 것이다"

"일간신문의 형사사건 보도에서 재판 전 단계를 다룬 기사 비율이 80퍼센트에 이른다는 건 수사기관의 흘리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이 과정에서 진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편파적으로 보도되어 피의자는 대중에게 부정적으로 각인된다"

"당연히 법관들에게도 예단을 주는데, 그런 의미에서 검사들에게는 그것이 일종의 수사 기법이 된다. 언론에 크게 다뤄진 사건이면 발부에 대해 자신 없어 하며 구속영장을 쳤는데도 영장이 쉽게 나온다는 게 검사들이 경험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법관이 무죄 판결을 내리고자 할 때도 심리적 압박감을 많이 느낀다. 또한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보도된 극장형 수사는 검사에게도 압박이 된다. 관심이 고조된 만큼 용두사미를 만들 수는 없기에 결국 무리한 수사로 나아가기 쉽다"

"어떤 검사들은 자기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특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게다가 동료들은 묵인, 방조한다. 검찰 조직이란 허가 받은 범죄단체다. 개미는 곰팡이의 숙주가 된 동료 개미를 갖다버리는데 검찰은 개미보다 덜 진화된 단체인가. 도덕 불감증은 전염력이 뛰어나다. 그 전 단계가 방임이고 방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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