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떡은 어떤 떡일까요? 어느 날 한 선객(禪客)이 절에 와서 스님들을 시험이나 하듯 문제를 냈습니다. “집에 작은 솥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떡을 찌면 세 명이 먹기엔 부족하지만 천 명이 먹으면 남습니다. 그 이유를 아시는 분 있습니까?”

선객의 질문에 대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멀찌감치 앉아 있던 ‘도응 운거선사’가 말했습니다. “자기 배만 채우고 나눠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항상 음식이 모자라는 법이지.” 선객이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서로 다투면 항상 부족하고 사양하면 남는 법이지요.”

이번에는 도응 선사가 그 선객에게 문제를 냈습니다.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큰 떡이 무엇인 줄 아는가?” 선객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도응 선사가 말하기를, “입안에 있는 떡이지.” 자기가 먹을 수 있는 떡, 자기의 깨달음만이 쓸모가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우리들은 흔히 누구는 어떻게 해서 소원을 이루었고, 누구는 또 무엇을 해서 소원을 이루었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남의 떡이지 내 떡일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는 맛있는 떡일 지라도 아무리 보기 좋은 떡일 지라도 내 입에 들어가야만 내 배가 부르고, 그것이 진정 내 떡일 것입니다. 남의 떡을 아무리 보고 또 본들 내 배는 부르지 않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런 것을 불교에서는 ‘화두(話頭)’라 하고, 원불교에서는 ‘의두(疑頭)’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고승 중에서 대학자이자 불교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신분이 원효대사(元曉大師) 이지요. 원효는 당나라유학을 가는 길에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신 뒤, “일체가 마음에 달렸다”고 하면서 크게 깨달아 유학을 포기하고 전국을 방랑하는 유행 승(遊行僧)이 되었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라는 유심(唯心)의 도리를 깨닫게 된 것이지요. 그러면서 원효대사는 미친 듯이 이곳저곳 거리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외치고 다녔습니다.

「수허몰가부위작지천주(誰許沒柯斧爲斫支天柱)」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 줄 것인가! 하늘을 받칠 기둥을 깎으려하네!” 이렇게 동네방네 노래하며 외치고 다녀도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였지요. 그런데 태종 무열왕이 풍문으로 들려오는 그 노래를 듣고 그 뜻을 알아차렸습니다.

무열왕이 말하기를 “원효가 아마 귀한 집 딸을 얻어 어진 아들을 낳으려고 하는구나! 아버지를 닮아 큰 인물이 태어나면 나라에 더 큰 복이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즉 ‘자루 빠진 도끼’는 ‘과부’를 뜻함이요, ‘하늘을 받칠 기둥’은 ‘국가의 인재’를 뜻함 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열왕은 원효에게 줄 적당한 과부를 구하던 중, 마침 오래전 백제와의 전쟁에서 장렬히 전사한 부마(사위)가 생각났습니다. 그러면서 혼인한지 한 달 만에 남편이 전쟁에 나가 죽어 청상과부가 된, 둘째 딸 ‘요석공주’가 떠올랐던 것이지요.

며칠 후, 무열왕은 궁중 내관을 시켜 원효를 불러들이라고 명했습니다. 마침내 요석공주는 달콤한 신혼생활에 빠졌습니다. “하늘을 받칠 기둥을 깎으려 하는데 자루 빠진 도끼가 어디 없을까요?” 그러자 요석공주가 웃으며 말하였지요. “대사님은 불심만 깊으신 줄 알았는데 대목(목수)일도 잘 하시나 봐요?”

그리고 그 후, 단 3일간의 사랑이었지만, 요석공주는 배가 불러오고 열 달 만에 아들 ‘설총(薛聰)을 낳았습니다. 후일, 신라10현의 한사람이며, 우리 옛 문장 <이두(吏讀)>’를 완성시킨 설총이 바로 원효의 아들이지요. 요석은 아들을 낳아 원효를 바라보듯 훌륭하게 키우며, 먼발치에서 몸을 숨기며 소식을 듣고 보곤 했는데,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후, 원효는 새롭게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인적이 드문 소요산에 들어가 초막을 짓고 용맹정진의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요염하게 생긴 심마니 아가씨 한명이 한밤중에 나타나 하룻밤 묵어가기를 간청하며 수행중인 원효대사를 유혹 합니다.

“마음이 생하면 옳고 그르고, 크고 작고, 깨끗하고 더럽고, 있고 없는 모든 법이 생기는 것이요. 마음이 멸하면 상대적 시비의 법이 없어지는 것이니 나 원효에게는 무애자재(無碍自在)의 힘이 있노라” 하며 한 생각이 일어나면 만법이 일어나고, 한 생각이 멸(滅)하면 만법이 멸한다는 진리를 역설했습니다.

그러자 요염한 심마니 아가씨는 빙긋이 웃으며 사라졌습니다. 이에 원효대사는 심마니 아가씨 관세음보살의 현신(現身)임을 알아차리고, 그곳에 정사(精舍)를 지은 뒤 무애자재의 수행을 쌓는다는 뜻에서 정사 이름을 ‘자재암(自在岩)’이라 했습니다.

불교에는 이렇게 수많은 화두가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하가에 그 모든 진리를 연마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원불교에서는 단 21개의 ‘의도요목(疑頭要目)’을 정해 진리를 연마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화두’나 ‘의두’를 연마해 진리를 활연대오(豁然大悟)하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1월 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키워드
#선객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