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용서와 대통합의 정치인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DJ만큼 탄압을 받고 생명의 위협을 받은 정치인도 드물다. 하지만 그는 인동초처럼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노력했다. DJ가 아니었다면 유신 본당 김종필(JP)와 손을 잡고 헌정 사상 최초로 수평적 정권 교체를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집권세력인 YS계는 자신들이 개혁의 화신인양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집권 초기 군부정치의 본체인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전격 시행 등 반짝 개혁에 성공하자 통합의 정치보다는 분열의 정치를 펼쳤다.

YS도 3당합당 당시 야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유신본당인 김종필의 공화계, 5~6공 세력인 민정계와 손을 잡고 호남계를 배제하는 극단적인 지역주의의 수혜를 얻고자 했다. 그 결과가 14대 대선 승리였다. YS의 승리는 호남을 배제한 극단적 지역주의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문민정부는 초반 기세와 달리 헌정 사상 초유의 경제국난인 IMF체제를 맞이했고, 제2의 국채보상운동이 펼쳐지며, 뼈를 깎는 기업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 문민 정부는 실패한 정부가 됐다.

DJ는 JP와의 연합을 통해 호남과 충청을 원팀으로 묶는 새로운 묘수를 보여줬다. 극단적 지역주의 희생자였던 호남의 恨이 해소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지난 40여년 가까운 TK 중심의 영남 패권주의가 막을 내렸다.

아울러 DJ는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갔던 전두환과 노태우를 사면 건의하며 용서하는 대화합의 진수를 보여줬다. DJ의 용서는 조건이 없었다. 무조건적인 용서였다. DJ는 제3자가 아닌 피해자 그 자체였지만 자신을 죽이고자 했던 적을 용서하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 이 시대의 거인이었다.

어제 박병석 국회의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통합’을 화두로 제시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영상으로 공개된 간담회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2021년의 시대적 요구”라며 “진영 논리를 걷어내고 이념의 과잉을 털어 내고 실사구시의 정치로 국민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입법부 수장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말이다. 하지만 실천에 옮길 때 말은 생명력을 얻는다. 박병석 의장도 DJ에게 정치를 배운 정치인이다. 박 의장이 DJ처럼 국민통합을 실천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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