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만에 주가 약 20% 급등 … 시가총액 4위 올라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 발표에도 증권가 희망 섞인 분석 쏟아져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스크린에 현대차 주가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스크린에 현대차 주가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현대자동차와 애플이 '썸'을 탄다? 애플이 전기차, 소위 '애플카' 개발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접촉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현대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8일, 2027년 차세대 배터리 기반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애플이 현대자동차에 문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대차 측은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을 요청받고 있으나, 협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지만, 8일 현대차그룹(현대차 +19.4%, 기아차 +8.4%, 현대모비스 +18.1%, 현대위아 +21.3%)의 주가와 부품주(한온시스템 12.8%, 만도 14.3%, 에스엘 +15.3%, S&T모티브 +10.9% 등) 주가가 대거 상승하며 높은 기대치가 드러났다.

이간현 현상은 다음주인 월요일(11일)에도 이어졌다. 11일 현대차는 전장보다 8.74% 상승한 26만 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째 급등으로 57조 1562억 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밀어내고 시총 순위 4위에 올랐다.

키움증권 김민선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애플의 자동차 사업 계획은 2014년 Project Titan를 통해 최초 공개된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사업을 총괄했던 스티브 자데스키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고, 엔지니어 해고, 조직 재편이 이어지며 계획이 가시화 되지 못했다.

그러나 CEO 팀 쿡은 2017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에 기반한 자율주행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애플은 2016년 이후 중국의 승차 공유 기업 디디 추싱(Didi Chuxing)의 지분을 확보하고, Drive.ai, Xnor, Pullstring 등 인공지능, 자율주행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인수했다. 또 전기차, 자율주행에 관련된 특허를 지속적으로 출원하며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애플이 자율주행 차량을 지속적으로 테스트하는 장면도 드러났다. 2015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A123 Systems가 "애플이 자사 핵심 엔지니어를 불법으로 채용해 자신들의 기술을 훔쳤다"며 법원에 제소하는 사건이 있었고, 2018년에는 테슬라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더그 필드 부사장 등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김민선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인공지능(AI) 등 자사 소프트웨어 역량을 미래 모빌리티에 구현하겠다는 비전이며, 이번 협업을 통해 향후 출시 일정이 가시화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접촉은 애플이 먼저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협업이 성사 된다면 전기차 완성품을 위한 전동화 핵심 기술과 생산은 현대차가, 자율주행, 커넥티드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기술은 애플이 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민선 애널리스트는 "공동 개발 파트너로서의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경쟁력은 빠른 전동화 대응을 통한 미래 기술 역량, 그룹 내 완성차 제조에서 부품 공급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의 수직 계열화를 통한 공급 안정성"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파트너십 관계 속에서 수익성 등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테슬라의 수익성 전환 시기가 10년 이상이 걸렸던 점 등을 감안하면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기성 업체로서의 지위가 존재한다"며 "현대차그룹과 전장 부품에 대한 강점을 보이는 협력 부품사들의 역량이 이러한 변화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역량에 대한 기업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투자증권 측은 '현대차 사과(Apple)하세요'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에 대해 "우호적 경쟁 환경과 우월한 품질, 안팎으로 경쟁력 회복 확인 중"이라고 평가한 뒤, 애플과의 접촉에 대해 "차세대 배터리 기반 전기차 출시를 목표하는 애플의 협업 문의 보도로 e-GMP 경쟁력이 주목된다"고 호평했다.

또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Apple과도 썸 타는 사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와 동일한 평가를 내린 뒤 " e-GMP 3차 발주 기대감과 Apple의 협업 문의 사실이 전해지며 현대차 및 시장과의 Valuation gap(평가 차이)을 빠르게 해소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현대차 분기별 실적 전망(단위 : 10억 원, %, %P)/ ⓒ현대자동차, 현대차증권
현대차 분기별 실적 전망(단위 : 10억 원, %, %P)/ ⓒ현대자동차, 현대차증권

하나금융투자 송선재 애널리스트는 좀 더 상황을 확대 해석했다.

그는 "주목할 점은 애플뿐만 아니라 다수의 업체들로부터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라며 "연 700만대 규모를 다룰 수 있는 글로벌 생산능력과 부품 공급망 및 판매망 관리능력, E-GMP 플랫폼 구축을 통한 전기차 설계/제조 기술력 입증, 그리고 다양한 제휴/인수를 통한 자율주행/모빌리티 대응력(모셔널 JV,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다양한 지분투자 등) 향상 등으로 독립 사업자로서뿐 아니라 제휴 대상으로서의 현대차그룹의 위상과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또 애플에 대해 "기계 기술이 필요한 완성차 제조 경험이 적고, 저마진 생산/판매 사업을 위해 연구개발/시설투자에 비용을 집행하면서 자본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완성차 제조업체와의 제휴 가능성이 있다"며 애플의 제휴 문의 가능성에 대해 높게 점친 뒤 "(테슬라와의 격차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충족시켜줄 수 있는 완성차는 글로벌 생산능력과 전기차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애플의 IT/SW/사업화 능력에 대한 상호 필요성이 있는 업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대차의 애플 등과의 협업에 대해 "전기차 하드웨어 플랫폼의 판매 다각화로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 인지도 개선을 꾀할 수 있고, 상대적 보완점으로 평가받는 IT/소프트웨어 능력과 서비스 개발 면에서 업그레이드해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좋은 기회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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