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이상하게도 남의 단점들은 쏙쏙 들어오는데 자신의 단점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근담(菜根譚)》 105장에 <남의 허물을 들추지 마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남의 작은 허물을 꾸짖지 말고, 남의 비밀을 밝히지 말며, 남의 지난날 악을 마음에 두지 말라」 정말로 지난날의 우리 허물을 뒤돌아보는 좋은 경구(警句)가 아닐까요? 《채근담(菜根譚)》은 중국 명(明)나라 말기에 문인 환초도인(還初道人) 홍자성(홍응명(洪應明)이 지은 책입니다.

책의 구성은 전편 222조, 후편 135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전편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말하였고, 후편에서는 자연에 대한 즐거움을 표현 하였지요. 그리고 인생의 처세(處世)를 다루었습니다. 또 유교, 도교, 불교의 사상을 융합하여 교훈을 주는 가르침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채근’이란 나무 잎사귀나 뿌리처럼 변변치 않은 음식을 말합니다. 그럼 채근담 105장의 내용을 살펴볼까요?

「불책인소과 불발인음사 불염인구악(不責人小過 不發人陰私 不念人舊惡)

삼자 가이양덕 역가이원해(三者 可以養德 亦可以遠害).」

‘남의 조그만 허물을 꾸짖지 말고, 남의 사사로운 비밀을 들추어내지 말며, 지난날 남이 저지른 잘못을 마음에 두지 말라. 이 세 가지를 실천하면 덕(德)을 기를 수 있고 또 해(害)를 멀리할 수 있다.’

가끔 주위를 돌아다보면, 심술궂은 호기심으로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아픈 상처와 같은 말을 떠들어대고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우월감을 만족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남의 소소한 과실을 들추어내고, 개인적인 비밀을 폭로하며, 지난날의 상처를 캐내는 짓 등은 스스로 품격(品格)을 떨어뜨리고 남으로부터 원한을 사게 되는 짓이 아닐 수 없지요.

특히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여론을 이끌어야 하는 정치인들이 막말을 일삼는 것을 보노라면 여간 불쌍해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남의 약점을 건드리며 비난하는 것은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왜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요? 이렇게 남의 허물을 잘 발설하는 사람은 적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치고 남이 자신에게 저지른 악을 잊는 사람은 드뭅니다. 남의 비방을 마음에 새겨 두고 복수를 꾀하면, 자신도 같은 유의 사람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작은 허물을 꾸짖지 말고, 다른 사람의 비밀을 들추어 내지 말며, 남의 지난날 악을 마음에 두지 말라’ 고 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 가지를 실천하면 덕을 기를 수 있습니다. 또 해(害)를 멀리할 수 있으며, 고매(高禖)한 인격을 지닐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지키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큰일이라면 집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 서로 이해해 줄 수는 없을까요?

이렇게 서로 뒷 담화 하지 말고, 비밀을 지켜주며, 복수의 칼 대신 오히려 인격으로 감화(感化)시키면 인간관계에 참으로 맑고 밝고 훈훈한 바람이 불어 올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성경에서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보면서 자기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라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대인(大人)은 남을 비난하거나 비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허공처럼 텅 빈 마음으로 사람을 대합니다. 은혜는 가슴에 새기고, 원한을 물처럼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포용하고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아량(雅量)이 있습니다. 또한 미운 감정, 남의 허물들을 저 허공에 날려 버리는 것이 대인의 심법입니다.

옛날에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화창한 날에 기분 좋게 언덕을 올라가던 소년은 길에 튀어나와 있던 돌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돌덩이가 왜 사람들 다니는 길에 있지?” 소년은 삽으로 돌부리를 캐내기 시작했습니다. 파헤치자 점점 돌의 크기가 드러났습니다. 땅 위에 보이는 돌은 사실 큰 바위의 일부였던 것입니다.

소년은 놀랐지만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이 이 돌부리에 걸리지 않도록 파내겠어!” 소년은 분한 마음 반, 정의감 반으로 거대한 돌에 달려 들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은 삽을 놓았습니다. “안 되겠다, 포기하자.” 소년은 파놓았던 흙으로 돌이 있던 자리를 덮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소년이 걸려 넘어졌던 돌부리도 흙에 덮여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년은 중얼거렸습니다. “왜 처음부터 이 방법을 생각 못했지?”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이 혹 있는지요? 우리를 넘어지게 했던 인생의 돌부리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나로 인한 것이든 남으로 인한 것이든 파헤치지 말고 덮어 주면 좋겠습니다.

원만생활 보다는 감사생활을 하는 것이 더 쉽고 온전한 방법입니다. 모든 일이 <네 덕이고, 내 탓입니다> 이것이 불보살(佛菩薩)의 심법(心法)입니다. 우리 파헤치는 삶 보다는 덮어주는 삶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가꿔 가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1월 2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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