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손상철기자] 30대의, 80년대 학번이며 1960년대에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386세대’라는 말이 처음 쓰여지던 때를 회고하면, 그 말은 상당한 자긍심과 패기가 포함된 말이었다. 기존 ‘4·19세대’나 ‘6·3세대’와 달리 이들의 이름은 특정 사건과 얽혀있지 않았고, 그런 의미에서 과거가 아닌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이름이었다. 세대를 지칭하는 이름에 유례없이 학번이 들어있었던 것은 이들의 정신적 젖줄이 생물학적 어버이가 아닌 대학이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이전 세대와 결정적 단절을 했다는 선민의식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달 29일 국민의당은 전국청년위원회를 발대해 청년정치인 육성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년후보를 대거 배출할 것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지난달 18일 청년층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각 대학교에 대학생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처럼 정당들이 청년들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이유는 2030세대들의 높아진 투표율 탓이 크다. 올해 19대 대선의 20대 투표율은 76.1%로 지난 18대 대선의 70.2%보다 큰폭으로 상승했다. 이렇듯 청년들의 높은 정치 참여율의 배경으로는 사상 최악의 청년취업난이 꼽힌다. 지난달 청년체감실업률은 21.7%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5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와 같은 가혹한 취업난에 따라 청년층이 힘든 현실에 분노한 유권자를 의미하는 ‘앵그리 보터(angry voter)’로 참여해 투표율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또한 촛불집회를 계기로 청년들이 정치의 중요성을 느껴 투표율이 상승했다는 분석도 따른다. 본교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연구원은 “이슈에 민감한 청년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일들이 최근 많이 생겼다”며 “이 과정에서 정치의 중요성을 자각해 정치 참여가 늘어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들의 높아진 정치 참여에도 불구하고 청년정치는 갈 길이 멀다. 기성 정당들이 청년정치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작년 정당 국고보조금의 10%를 청년정치 발전에 쓰도록 하는 청년정치발전기금 법제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결국 법제화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고 말았다. 이벤트성으로 청년정치인을 발탁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작년 국제의회연맹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30 국회의원은 총 3명으로 전체의 2.3%만을 차지해, 조사국 128개국 중 120위로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졌다. 이에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현출 교수는 “기성 정당들은 전체 유권자 중 청년의 비율을 생각해 그들의 표를 의식하기 때문에 구색 맞추기로 공천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정치 활성화를 위해선 비례대표제 활성화가 그 대안으로 꼽힌다. 20대 청년의원 비율이 10%가 넘는 노르웨이의 경우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비례대표 중심 정치다. 이에 반해 지역구 중심인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정치인 당선에 필요한 청년유권자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당선되기 어렵다. 한 사람이 국회의원을 연달아 하는 현 체제에서는 정치적 약자 중 하나인 청년들이 정치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청년정치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유난히 엄격한 인식도 개선사항으로 지적된다. 바른정당 이준석 전 청년최고위원은 “청년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유별날 정도로 각각 달라서 어떠한 행동을 해도 비판한다”며 “이처럼 청년정치인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너무나 많아 활동할 수 있는 정치공간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청년은 국가의 미래지만 정작 정치현실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청년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88만원 세대’ 등 최악의 실업난으로 청년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지금, 청년정치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이 말은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용서하자는 말이 아니다. 진영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의 선의를 성찰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민주당 지지자니까 내가 하는 정치적 판단은 옳아, 나는 국민의당 지지자니까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것에 동의해야해 라고 생각하기보다 한 번 더 우리 각자의 생각을 돌아보고 호흡을 골라야 한다는 경계의 말이다. 우리 모두는 선의에 의해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처럼 한 인간의 어마어마한 오판을 통해서도 우리는 보다 나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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