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둔 커피

▲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 칼럼니스트

여러분께서는 ‘보시공덕(布施功德)’의 중요성을 아시는지요? 요즘 우리사회에도 ‘맡겨둔 커피운동(Suspended Coffees)’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맡겨둔 커피’란 돈이 없어 커피를 사 먹지 못하는 노숙자나 불우한 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맡겨두는 커피를 말합니다.

자신의 커피 값을 지불하면서 불우한 이웃의 커피 값을 미리 지불하는 방식이지요. 커피를 무료로 마시고 싶은 사람이 카페에 들어와서 “맡겨둔 커피 있나요?”라고 물으면 남겨져 있는 커피를 받을 수 는 것입니다. 맡겨둔 커피는 ‘서스펜디드 커피’ 혹은 ‘착한기부커피’ ‘커피기부운동’이라고도 불립니다.

그 ‘착한커피운동’은 약 100년 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지방에서 ‘카페 소스페소(Caffe Sospeso: 맡겨 둔 커피)’라는 이름으로 전해 오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2010년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즈음해 이탈리아에서 ‘서스펜디드 커피 네트워크’란 페스티벌조직이 결성되면서 본격화된 것입니다. 현재 미국 · 영국 · 호주 · 캐나다 등, 세계 전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하네요.

‘맡겨둔 커피운동’은 다른 음식으로도 확산하고 있는 중입니다. 캐나다에서는 ‘서스펜디드 밀(Suspended Meal: 맡겨두는 식사)’이 등장했습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매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노숙 인에게 무료 식사를 대접합니다. 혹 이 ‘맡겨둔 커피운동’을 악용하는 사람들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커피 한 잔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으면 얼마나 나누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그 운동의 참여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어떤 사람이 자그마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 주문을 하고 테이블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곧 두 사람이 카페에 들어와서 주문을 합니다. “커피 다섯 잔이요. 두 잔은 저희가 마시고 세잔은 맡겨 둘게요.” 그들은 다섯 잔 돈을 내고 커피 두 잔만 들고 나갔습니다.

또 다른 세 사람이 카페에 들어오고, 그들은 커피 일곱 잔을 주문했습니다. 세잔은 그들을 위한 것이었고. 네 잔은 맡겨두는 커피였습니다. 얼마 후, 갑자기 거지처럼 보이는 허름한 옷차림의 한 남자가 카페에 들어와 “맡겨둔 커피 한잔 있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맡겨둔 커피운동’은 아주 간단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따뜻한 음료 한잔도 사 마실 여유가 없는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커피 값을 선불을 하는 운동이지요.

공덕 중의 으뜸이 ‘보시공덕’이라 합니다.《잡비유경(雜譬喩經)》에 ‘밥 한 그릇의 보시공덕’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부처님께서 보시공덕에 대한 비유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계율과 가르침을 받들며 청정하게 살아가는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걸식(乞食)을 하시다가 그 여인의 집에 이르렀습니다. 부처님의 바리때에 여인은 경건한 마음으로 밥을 담았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물러나 부처님께 절을 올렸지요. 부처님은 여인을 바라보며 말씀하십니다.

“하나를 심으면 열이 나고, 열을 심으면 백이 생기며, 백을 심으면 천이 생긴다. 그리하여 다시 만이 생기고, 억이 생기며, 마침내는 도(道)를 깨우치게 되느니라.” 그때 뒤에 있던 여인의 남편이 물었습니다. “말씀이 지나친 것 아닙니까? 겨우 한 그릇의 밥을 보시했을 뿐인데, 어찌 그런 복을 받겠습니까?”

부처님이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 하셨지요. “너는 지금 어디서 왔느냐?” “방금 성에서 들어오는 길입니다.” 부처님이 다시 묻습니다. “그럼 너는 성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보았겠구나.” “네 보았습니다.” “그럼 나무의 높이가 얼마나 되더냐?”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높고 그 나무에서는 해마다 수 만 섬의 열매가 맺힙니다.”

부처님은 미소를 머금고 남편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 나무의 씨앗이 얼마만 하더냐?” “겨자씨 만합니다.” “그럼 수 만 섬의 열매를 따기 위하여 씨앗을 한 되쯤 심었겠구나?” 남편은 고개를 저으며 부처님에게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단 하나의 씨앗을 심었을 뿐입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정색을 하고 말씀 하십니다.

“그런데 어찌 너는 내 말이 지나치다고 말하는가? 그 나무도 처음에는 겨자씨만한 씨를 심었는데, 수만의 섬의 열매가 맺지 않더냐?” “땅은 비록 생각할 줄 모르지만 그 갚음이 그러하거늘, 하물며 네 아내가 기뻐하면서 한 그릇의 밥을 내게 보시했는데, 그 복이 어떠할 것이냐?”」

부처님께서는 왜 그렇게 보시공덕(布施功德)을 강조하실까요?

내가 세상을 이롭게 하면 세상이 나를 돕고 이롭게 합니다. ‘선근공덕(善根功德)’은 없는 복(福)도 굴려오게 하고, 사람들이 나를 따르게 합니다. 사랑이 충만하면 모든 일이 저절로 풀리고, 삶에서 일어나는 가지가지 불운(不運)과 고통들이 나도 모르게 사라지게 합니다. 이것이 ‘보시공덕’ 또는 ‘선근공덕’의 중요성이 아닐까요?

선근을 심는 보시(布施)를 하면 나를 변화시킵니다.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이 신기하게도 ‘반야지혜(般若智慧)’와 사랑을 불러옵니다. 그 사랑이 나를 아름답게 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 되게 합니다. 이렇게 남을 돕는 일이 스스로를 돕는 일이 되는 것이지요. 남을 위한다는 마음이 의외로 나를 고통으로 부터 자유롭게 만듭니다. 남을 돕겠다는 서원(誓願)이 강력한 수행 심을 불러 끝내는 깨달음을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보시’에는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이 무한한 진리의 ‘가피(加被)’와 ‘공덕(功德)’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것이라도 나누면 서로 간에 마음이 열립니다. 남을 돕겠다는 이 마음! 이 원력(願力)이 강력한 에너지를 발휘합니다. 그 힘이 우리를 사랑과 지혜가 흘려 넘치게 하는 것이지요.

공덕 중의 으뜸은 보시입니다. 보시를 행하면 행할수록 마음이 정화(淨化)되어 깨달음의 길로 가게하고, 해탈로 이어져 가는 것입니다. 벌써 12월입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소리가 딸랑딸랑 들려오는 세모의 거리입니다. 맡겨둔 커피 한 잔의 공덕! 바로 우리를 불보살의 위에 오르게 하는 무한공덕으로 이끄는 아주 좋은 방법이 아닐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2월 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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