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통]

'역대명장언행록(歷代名將言行錄)'에 나오는 명나라 때의 명장 원숭환(袁崇煥)의 말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튼튼하게 벽을 쌓고 들을 깨끗하게 비워놓는 것을 근본으로 삼고, 기회(틈)를 타서 적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을 활용법으로 삼아 싸우면 비록 수가 모자라도 지키고도 남음이 있다. 지키고도 남음이 있다면 싸워도 모자랄 것이 없다.

이 책략은 빈틈을 노려 적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승간격하’에서 ‘승(乘)’은 ‘이용’의 뜻이며, ‘간(間)’은 ‘빈틈’을 말한다. 따라서 ‘승간’은 ‘기회를 이용한다.’는 뜻이 된다. ‘하(瑕)’는 ‘빈틈’ 또는 ‘취약한 부분’을 말한다. ‘승간격하’의 관건은 언제 어느 곳에 틈이나 취약한 부분이 있는가를 발견하는 데 있다. 『병뢰』 「승 乘」에서 ‘필승 술은 변화에 잘 맞추고 틈을 교묘하게 타는 데 있다. 틈을 탄다는 것은 상대가 미처 손쓸 겨를이 없는 틈을 타 경계하지 않는 곳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틈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잘 예측하여 그 틈을 타면 적을 제대로 제압할 수 있다“고 했다. 제갈량은 틈을 노려 치고 들어가는 것을 필승의 전법이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형식이라고 보았다. 예기치 않게 틈을 타서, 치고 들어가는 것은 진공시기(進攻時期)를 선택하는 기본 원칙이다.

다음은 '정성공수복대만기(鄭成功收復臺灣記)에 기록되어 있는 사실이다. 1661년 4월 하순, 정성공은 몸소 장수 백여 명과 육‧해군 2만여 명 및 군함 백여 척을 이끌고 대만 원정에 나섰다. 4월 말, 대만 남단의 외사선(外沙線)과 녹이문(鹿耳門) 부근에 이르렀다. 녹이문에는 남북 두 갈래의 뱃길이 나 있다. 남쪽 길은 수심이 깊어 배가 드나들기 쉬워 상륙하기에 편했다. 그러나 이곳은 적이 포대를 설치해놓고 지키고 있어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에 북쪽 길은 수심이 얕아 배가 다니기 어려운 데다가 암초가 많아 배가 파손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적의 방비가 허술해서 틈을 탈 수 있는 곳이기는 했다. 정성공은 뜻밖에도 북쪽 항로에 상륙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작은 배로 갈아타고 자신이 앞장서서 맨 먼저 대만 땅을 밟았다. 장병들은 이런 정성공의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하여 용감하게 전진했다.

정성공이 적의 방어가 허술한 곳을 이용하여 상륙한 것은 ‘승간격하’의 구체적인 형식이었을 따름이다. 전쟁터의 상황은 복잡하고 변화무쌍해서, 적과 내가 언제라도 파탄을 드러낼 여지가 많다. 관건은 누가 제때 상대의 빈틈을 발견하여 신속하게 공격하느냐에 달려 있다.

1940년, 독일군 중앙부대는 영국 해협으로 전진한 다음, 마치 솜씨 좋은 백정이 소를 잡아나가듯 한 줄로 좁고 길게 영‧불 연합군 부대의 사이를 신속하게 갈라나가는 공격을 취함으로써 순식간에 영‧불 연합군의 전력 방어를 와해시켜버렸다.

적의 취약점을 파악할 때 공간 개념에만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화력의 타격 거리와 범위가 크게 확대된 현대 전쟁에서 이 점은 당연히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칫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호랑이 입’에 빠지거나 적군의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꼴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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