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임은희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제가 처한 상황과는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는 옥중 메시지를 남겼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전 계열사 사내 게시판을 통해 “흔들림없이 한마음 돼 달라”며 이같이 당부했다.

이는 지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지 사흘 만인 지난 21일 변호인을 통해 “앞으로도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을 계속 지원할 것이며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달라”고 전한 이후 두번째 메시지다. 

이 부회장은 재상고 시한 마지막 날인 전날 재상고를 포기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재상고를 포기해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개월 형이 확정됐다. 이로써 특별사면이나 가석방과 같은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내년 7월까지 징역을 살아야 한다.

이 부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총수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삼성그룹 임직원에게 옥중 메시지를 남긴 이유는 현실을 인정하되 흔들림없이 자신들이 가야할 길을 가야한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의 메시지를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3인인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고동진 사장을 통해 전달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총수 부재라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경영진이 건재하고 이들이 경영 공백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읽혀진다. 또한 다른 계열사인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들 명의로 각 사 사내망에 이 부회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을 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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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삼성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구속 상황에 대한 솔직한 심정과 사죄 마음을 전했다. 그는 “삼성 가족 여러분, 저의 부족함 때문에 다시 걱정을 끼쳐드리게 됐다”며 “너무 송구하고 너무 큰 짐을 안겨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수년간 삼성은 안팎으로 많은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여러분께서는 묵묵히 일하며 삼성을 굳건히 지켜주셨듯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한마음이 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대로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이래 삼성은 총수 구속과 이건희 전 회장 별세 등 최고 경영진과 관련된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전 세계 경제와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최고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구속 사태는 삼성으로선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다.

또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착잡하다. 아무리 삼성이라도 위법행위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시각과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고 기업 총수부재라는 위기를 고려해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상존한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재상고를 포기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삼성이 가야할 길을 가자는 옥중 메시지를 남겼다. 시의 적절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부회장은 메시지로 그치지 말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자신의 말대로 국민에게 한 약속인 준법경영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남은 수형 기간에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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