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疏通]

이 말은 본래 남의 양을 슬그머니, 그리고 아주 쉽게 끌고 간다는 뜻이다. 즉, 남의 손에 있는 물건을 쉽게 가져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말이 군사에서 쓰일 때는, 틈을 타 적의 약한 곳을 공격하여 이익을 얻거나 주요 임무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역량이 비교적 약한 적을 손쉽게 공략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주요 공격 방향에 대해 영향을 주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 계략은 ‘양을 끌고 오는’ 목적이 ‘순조로울’ 것을 요구한다. 만약 순조롭지 못하거나 주요 공격 임무에 영향을 주게 되면 전체 국면이 불리해져 ‘양’을 순조롭게 끌고 오지 못하게 된다.

『36계』에서는 이 계략을 제12계에 놓고, “미미한 틈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타야 하고, 미세한 이득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얻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적의 소홀함을 나의 승리로 바꾼다. 여기에는 지적하지 않은 하나의 전제가 있는데, 그것은 주요 작전 목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 전제하에 적의 빈틈을 포착하여 순조롭게 손을 쓴다. 『36계』에서 말하는 ‘미미한 틈’이란 일반적으로 갑자기 드러난 것을 가리키며, ‘미세한 이득’이란 원래의 작전 계획에서는 계산하지 못했는데 부담이 안 가는 방법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면서도 주요 목표의 실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득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기원전 658년, 진(晉) 헌공(獻公)은 우(虞)의 길을 빌어 괵(虢)의 하양(下陽)을 점령했다. 기원전 655년, 헌공은 또, 다시 우에게 괵을 정벌하기 위한 길을 빌려 괵을 멸망시켰다. 헌공이 이끄는 진의 군대는 돌아오는 길에 우에 주둔하게 되었는데, 우의 경계가 허술한 것을 보고 돌연 우를 습격, 아주 손쉽게 우, 마저 멸망시켜버렸다. 우나라의 멸망은 진 헌공이 ‘순수견양’을 활용한 전형적인 본보기였다

『좌전』(기원전 637년 회공 23년조)에는 이런 사례도 기록되어 있다. 진(秦) 목공(穆公)이 군대를 일으켜 정(鄭)을 습격하면서 활(滑) 나라를 지나다가 정나라 상인 현고(弦固)를 만났다. 현고는 진군을 위로하는 척하면서 몰래 사람을 정에 보내 진군의 습격을 알리도록 했다. 진의 정나라 정벌은 이 때문에 무산되었다. 그러나 진의 대장 맹명(孟明)은 정을 멸망시킬 가망이 없어지자, 손쉬운 상대인 활을 어렵지 않게 멸망시킨 다음 군사를 되돌렸다. 진군이 활을 멸망시킨 것 역시 ‘순수견양’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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