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러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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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유심 심수무성(靜水流深 深水無聲)’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요즘 소위 논객(論客)이라는 사람들과 여야정치인들이 방송에 나와 서로 떠들고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여간 안쓰럽고 측은(惻隱)한 것이 아닙니다.

본래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 줍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은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만 흘러 늘 겸손의 철학을 일깨워 주고 있지요. 중국 전국시대의 의학자 ‘편작(扁鵲)’은 명의(名醫)로 전설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그의 일화 중에 ‘편작불능 육백골((扁鵲不能 肉白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천하의 명의 편작도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충신도 망하는 나라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비유한 고사성어이지요. 그런 그에게 중국의 위(魏)나라 왕(王) 문후(文侯)가 전설적인 명의 편작에게 물었습니다.

“그대 형제들은 모두 의술에 정통하다 들었는데 누구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가?” 편작이 솔직하게 답합니다. “맏형이 으뜸이고, 둘째형이 그 다음이며, 제가 가장 부족 합니다.” 그러자 문왕이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지요. “그런데 어찌하여 자네의 명성이 가장 높은 것인가?”

편작이 대답 합니다. “맏형은 모든 병을 미리 예방하여 발병의 근원을 제거해 버리지요. 환자가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표정과 음색으로 이미 그 환자 에게 닥쳐올 큰 병을 알고 미리 치료합니다. 그러므로 환자는 맏형이 자신의 큰 병을 치료해 주었다는 사실 조차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최고의 진단과 처방으로 고통도 없이 가장 수월하게 환자의 목숨을 구해 주지만 명의로 세상에 이름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비해 둘째형은 병이 나타나는 초기에 치료합니다. 아직 병이 깊지 않은 단계에서 치료하므로 그대로 두었으면 목숨을 앗아갈 큰 병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다들 눈치 채지 못하지요. 그래서 환자들은 둘째 형이 대수롭지 않은 병을 다스렸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둘째 형도 세상에 이름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이에 비해 소신은 병세가 아주 위중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병을 치료하지요. 병세가 심각하므로 맥을 짚어 보고, 침을 놓고 독한 약을 쓰며, 피를 뽑아내며 큰 수술을 하는 것을 다들 지켜보게 됩니다. 환자들은 치료 행위를 직접 보았으므로 제가 자신들의 큰 병을 고쳐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각한 병을 자주 고치 다보니 저의 의술이 가장 뛰어 난 것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것이옵니다.”

이 말을 들은 문후는 편작의 겸손을 보고 크게 깨우친 바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영달을 형들에게 돌리는 편작의 마음씨는 우리에 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명의 편작은 자신이 유명해지기 위해서 병세가 아주 위중한 사람을 치료해 주었을까요? 아닙니다. 자신의 영화를 형들에게 돌린 겸손의 미덕을 보여 준 것입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자기가 잘났다고 큰 소리를 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진실로 속이 꽉 찬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법입니다. 속담에 ‘짖는 개는 물지 않고 물려는 개는 짖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인(大人)은 허세(虛勢)를 부리지 않고, 시비를 걸어 이기거나 다투어 싸우고자 하지 않습니다.

시끄럽게 떠들고 이기고자 함은 속이 좁은 탓에 빗어지는 허세일 뿐입니다. 마음이 넓고 깊은 사람은 알아도 모른 척하며 자신의 재주를 과시해 돋보이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글로써 세상의 옳고 그름을 설파(說破)하는 것이지요.

옛날 어떤 가정에 부산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아이는 아버지가 아끼시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회중시계를 가지고 놀다가 잃어 버렸습니다. 아이는 열심히 찾았으나 찾을 길이 없자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워낙 집안의 보물이라 아버지가 아시면 경을 칠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어머니는 온통 집안을 뒤졌으나 찾을 길이 없자 아버지께 사실대로 고(告)하게 되었지요.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너무 걱정 말거라 찾을 수 있을게다.” 하며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 준 후, 침착하게 모든 하던 일들을 멈추게 하고 조용히 있어 보자고 했지요.

잠시 정적(靜寂)이 흐른 후, 얼마 되지 않아 ‘째깍째깍’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계는 주위 환경이 조용해지자 구석진 바닥에서 자신의 위치를 주인에게 알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얘야! 세상이 시끄러울 때는 조용히 침묵하고 있어 보거라. 그러면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침묵 속에 오히려 참된 가치와 위대함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듯,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참 진리를 찾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누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상처 받지 않고 또 자신을 알리 지 못해 안달하지도 않습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했습니다. 우리, 말을 앞세우기 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는 사람이 되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2월 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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