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 계획적 유포' 김재련 주장에 박기사 "유족의 절박한 심정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호도 유감"

"나의 남편 박원순 그런 사람 아냐, 끝까지 믿고 신뢰"

"인권위 성희롱 결정?..아직 진실 안 밝혀져"

[정현숙 기자]= 온라인상에 유포되면서 가짜설까지 떠돌았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가 작성했다는 육필 편지 2장과 지난달 성희롱 판단이 나기 하루 전 직접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던 탄원서 1장이 모두 강 여사가 직접 작성한 글이 맞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의 육필편지와 인권위에 보낸 탄원서.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박기사) 에 전달해 온라인에 공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의 육필편지와 인권위에 보낸 탄원서.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박기사) 에 전달해 온라인에 공유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 후 결성된 추모사업 단체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박기사) 측은 7일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당 편지는 강 여사가 작성한 게 맞다"라며 "박 전 시장 가족 측이 박기사에 직접 전달해왔고 일부 관계자들이 온라인에 공유하며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강 여사는 6일 작성한 손편지 첫 장에서 "우리 모두 끝이 없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힘겨운 시간이다"라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도 저희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다"라고 서두를 열었다.

두 번째 장에서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성희롱을 한) 사람이 아니다. 저는 박원순의 삶을 끝까지 믿고 끝까지 신뢰한다"라고 적었다.

이어 "40년을 지켜본 내가 아는 박원순 정신의 본질은 도덕성"이라며 "저와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박원순 추모에 있어서는 근간이 되고 이러한 추모를 통해 우리는 박원순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우리의 꿈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인권위의 '성희롱'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도 있었다. 강 여사는 "박기사의 입장문에는 '성희롱 판결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이 있다"라며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한다"라고 속내를 토로했다.

인권위의 성희롱 판단 전 직접 제출한 강 여사의 탄원서에는 "최근 법원의 무참한 판결 앞에 저희는 또다시 무너져 내리고 암흑 속에 갇혔다"라며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거듭 호소했다.

그는 "박원순은 평생을 온전히 인권과 공익을 위해 자신을 바치고 여성 인권에 주춧돌을 놓은 분"이라며 "인권의 역사를 함께 써오신 인권위원 여러분 나의 남편 박원순의 인권을 존중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달 25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라는 내용의 직권조사 결과를 내놨다. 검찰도 지난해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수사 결과에는 박 전 시장이 성폭력 의혹 일부를 인정하는 것으로 읽히는 취지 발언도 포함됐다.

한편 가장 슬픔이 클 박 전 시장 배우자 강 여사의 억울함을 호소한 자필 편지 공개를 두고서도 여성계에서는 "2차 가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이에 일각에서는 법적 결정이 안 난 상황에서 고인의 유족에게 이들이 자행하는 행위 자체가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가족들도 할 말이 있으면 당연히 발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소인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인 가족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윤김지영 교수의 과거 워마드 옹호 발언에서 극단적 페미니즘 사고를 엿볼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관련 기사를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7일 '머니투데이' 통화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폭력)피해가 발생했다고 확인했음에도 이같은 내용이 번졌다"라면서 "피해자가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할 시점에 다시 끄집어내는 아주 뿌리 깊은 2차 피해 유형"이라고 했다.

그는 "안 전 지사 사태에도 있었던 전형적인 2차 가해"라면서 "유가족 여성과 피해자 여성 간 대립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를 피해자로, 성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재련 변호사와 박 전 시장 고발에 앞장섰던 여성 관련 사건 전문 이명숙 변호사도 강 여사의 편지에 대해 "부적절하다"라고 했다. 그는 "인권위와 재판을 통해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실이 인정된 상태"라면서 "진위 여부를 떠나 박 전 시장의 측근들이 이같은 내용의 편지를 유포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관련 기사에서 '자신의 남편에 대한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글이 2차 가해인가?' '민주사회가 뭔가?' '박원순 가족의 인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건가?'라는 네티즌 댓글이 높은 공감을 얻고 있다. 또한 고소인이 박 전 시장에게 쓴 손편지를 두고서 '그게 4년 동안이나 지속해서 성폭력을 당한 사람의 필력이라고? 참 뭐라고 해야 할까'라고 꼬집기도 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여성계의 '선택적 2차 가해' 발언을 두고 장문의 글을 올려 일침을 가했다. 그는 "별장에서 성 접대받은 남편을 위해 피해자를 협박한 부인보다, '남편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호소하는 부인이 더 크게 비난받는 이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고 직격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평소 그의 동지를 자처했던 사람(이명숙 변호사 등) 중에서도, 심지어 그에게 큰 은혜를 입은 사람 중에서도, 그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나왔다"라며 "'그’에게 받기만 한 사람들의 ‘신뢰’란 그런 것인가 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하지만 그에게 주기만 하고 받은 것은 거의 없는 사람의 신뢰는 꺾이지 않았다"라며 "박원순의 평생동지 강난희 여사의 삶에 한없는 경의를 표한다. 더불어 남편이자 동지였던 사람에 대한 신뢰를 꺾지 않는 것조차 비난하는 잔인하고 비정한 세태에, 가슴이 시리다"라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강난희 여사의 손편지 공개를 응원한  전우용 역사학자  7일 페이스북 글

한편 이번 강난희 여사가 배우자의 무고함을 호소하는 자필 편지 공개를 두고 고소인 측 김재련 변호사가 사전에 의도하고 계획적으로 유포했다는 취지의 주장에 박기사는 7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유감을 표했다.

박기사는 “강난희 여사가 작성한 편지글과 그 전파가 마치 사전에 기획된 것처럼 (김재련 변호사)가 몰고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사는 “언론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강난희 여사의 편지는 어제 가족을 통해 ‘박원순을기억하는사람들’ 측에 전달되었고, 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외부로 전파되었다”라며 “‘박원순을기억하는사람들’은 이 편지가 널리 공개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강난희 여사의 뜻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유를 자제해줄 것을 지지자들에게 요청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박 기사는 “그럼에도 김재련 변호사는 편지 공개가 사전에 의도하고 계획적으로 유포한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감내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가 손편지로나마 호소할 수밖에 없는 유족의 절박한 심정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인 바 심히 유감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라고 덧붙였다.

SBS 보도에 따르면 김재련 변호사는 "(박원순 지지자들)이 믿고 싶은 어떤 것을 위해서 아마 이런 것을 공개하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싶으면 박 시장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굳이 가족이 원하지 않는 고인의 휴대폰을 여는 것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성희롱을 당했다는 고소인의 휴대폰을 열면 일거에 해결될 일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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