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47년만에 이뤄져, 5만여명 지방직→국가직 전환되며 처우 개선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및 처우개선, 이재정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안에 이은 文대통령 '대선 공약' 
그러나 국힘 전신 자유한국당 사사건건 발목 잡아 3년 넘게 국회서 계류, 나경원 "자치경찰제하고 논의해야"
2019년 4월 강원 산불 진화 이후 시민들의 '국가직 전환' 뜨거운 열망, 그러나 7개월이나 지나서야 겨우 통과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설 명절 첫날, 서울 은평소방서를 찾았습니다. 평상시에도 늘 긴장을 늦추지 않고 도시의 평온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 공무원들은 코로나19 환자 이송도 책임져주고 계십니다.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과 인력 확충은 우리 모두의 중요한 숙제입니다. 저는 원내대표 시절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하고 통과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 바 있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 11일 페이스북)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은 설연휴였던 지난 11일 서울 은평소방서를 찾아 선거 행보에 나섰다. 그는 "원내대표 시절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하고 통과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 바 있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은 설연휴였던 지난 11일 서울 은평소방서를 찾아 선거 행보에 나섰다. 그는 "원내대표 시절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하고 통과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 바 있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은 설연휴였던 지난 11일 서울 은평소방서를 찾아 선거 행보에 나섰다. 그는 이곳을 방문한 뒤 페이스북에서 "평상시에도 늘 긴장을 늦추지 않고 도시의 평온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공무원들은 코로나19 환자 이송도 책임져주고 계신다"라며 소방공무원들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과 인력 확충은 우리 모두의 중요한 숙제"라며 "저는 원내대표 시절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하고 통과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 바 있다"고 자찬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서울시장이 될 경우, "소방공무원들과 그 가족들이 자긍심, 만족감을 갖고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 과중한 업무와 희생만 떠넘기지 않고, 그 땀과 노력에 보답하겠다"고 적었다.

나경원 전 의원의 주장대로, 그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시절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적극 나섰던 것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통한 처우 개선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과거 대부분이 지방직 공무원 신분이었던 소방공무원의 처지는 매우 열악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로는 지자체 대부분의 재정상태로 인해서다. 특히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갈수록 재정이 매우 열악한 만큼, 인력과 장비·처우 등이 천차만별이었다. 

많은 소방관들이 열악한 장비만을 가지고 화재현장에 출동하는 일들이 흔했으며, 사비를 털어 장갑을 마련하는 눈물겨운 일까지 벌어지곤 했다. 가용인력도 부족한 경우도 많아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도 힘들었다. 그을은 소방복을 입은 채 컵라면을 먹는 그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등, 지켜보는 시민들 마음을 아프게 했다. /ⓒ 연합뉴스
많은 소방관들이 열악한 장비만을 가지고 화재현장에 출동하는 일들이 흔했으며, 사비를 털어 장갑을 마련하는 눈물겨운 일까지 벌어지곤 했다. 가용인력도 부족한 경우도 많아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도 힘들었다. 그을은 소방복을 입은 채 컵라면을 먹는 그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등, 지켜보는 시민들 마음을 아프게 했다. /ⓒ 연합뉴스

그래서 많은 소방관들이 열악한 장비만을 가지고 화재현장에 출동하는 일들이 흔했으며, 사비를 털어 장갑을 마련하는 눈물겨운 일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게다가 가용인력도 부족한 경우도 많아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도 힘들었다. 그을은 소방복을 입은 채 컵라면을 먹는 그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등, 지켜보는 시민들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들은 화재진압이나 응급구조뿐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이들을 담당하고 있어, 격한 업무에도 시달리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공무원들의 경우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알콜성 장애 등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몇 배 이상 겪고 있어 그들을 적극 치유해줘야 함에도, 열악한 지자체 입장에선 이를 해주기조차 어려웠다. 그렇게 고생하는 소방공무원의 평균 수명은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서도 수년 이상 짧았다. 가장 시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직업이라는 소방공무원의 처지가 이토록 열악했던 만큼, 반드시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했던 것이다.

이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6년 7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과 행정자치부 소속의 소방청 설립을 위한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법'을 대표발의(의원 21명 공동발의)한 바 있다. 그는 “대한민국 소방관은 언제나 국민이 존경하는 직업 1위로 꼽히지만 정부의 소방관에 대한 대우는 국민의 인식수준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며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처우 개선을 넘어 국가직 전환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던 이유는, 효율적으로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특히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이 일어났을 경우,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지 않겠는가. 

지난 2019년 4월 다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됐다. 인제, 고성, 강릉 등 강원 동해안 지역 상당수를 집어삼킨 산불을 전국의 소방관들이 모여들어 만 하루만에 진화한 일로 인해서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산불을 조기진화할 수 있었기에 이들의 처우를 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 KBS
지난 2019년 4월 다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됐다. 인제, 고성, 강릉 등 강원 동해안 지역 상당수를 집어삼킨 산불을 전국의 소방관들이 모여들어 만 하루만에 진화한 일로 인해서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산불을 조기진화할 수 있었기에 이들의 처우를 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 KBS

해당 법안은 시민들의 많은 공감을 샀고, 문재인 정부도 대선 공약으로 역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걸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자유한국당 측의 반대로 번번이 가로막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재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법'은 계속 국회에 계류중이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18년 11월 국회 통과를 예정에 뒀으나, 관련 법안심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정족수가 미달되며 무산된 사건도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재정 의원은 지난 2019년 4월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관련) 현안 논의를 충분히 했던 그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자유한국당) 위원한테 엉뚱한 곳에서 전화가 왔다”며 통화를 마친 해당 의원이 회의장을 나가면서 정족수가 무산됐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가 전화로 해당 위원에게 퇴장을 권고해 법안 처리가 무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만큼 자유한국당은 사사건건 소방관 처우 개선에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그러다 지난 2019년 4월 다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됐다. 인제, 고성, 강릉 등 강원 동해안 지역 상당수를 집어삼킨 산불을 전국의 소방관들이 모여들어 만 하루만에 진화한 일로 인해서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산불을 조기진화할 수 있었기에 이들의 처우를 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고, 나흘 만에 서명 20만을 돌파하는 등 뜨거운 공감을 얻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됐던 2019년 4월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소방관의 국가직화에 부정적 입장은 아니지만, 자치경찰제하고 논의해야할 부분이 있다"며 국가직 전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 MBC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됐던 2019년 4월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소방관의 국가직화에 부정적 입장은 아니지만, 자치경찰제하고 논의해야할 부분이 있다"며 국가직 전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 MBC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는 "소방관의 국가직화에 부정적 입장은 아니지만, 자치경찰제하고 논의해야할 부분이 있다"며 국가직 전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경찰공무원은 지자체직으로 가는데, 소방공무원은 국가직으로 가면 역행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두 직군을 관련짓는 것은 억지에 불과해보였다. 자치경찰제는 경찰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주목적인데 비해,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재난에 대한 빠른 대처와 시민 안전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던가.

더불어민주당은 그해 4월 국회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을 최우선 처리하겠다고 했으나,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발목을 잡으면서 무산됐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툭하면 국회를 보이콧하며, 문재인 정부 정책에는 무조건 반대만을 놓은 바 있다. 그래서 시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 문재인 정부 업적이 될까봐, 이것까지 방해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진 바 있다. 이들로 인해 쟁정법안이라 할 수도 없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은 계속 늦춰졌고 수개월째 제자리만 맴돌았다. 

지난해 4월부로 5만여명의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지난 1973년 2월 지방소방곰무원법 제정으로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됐던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47년만에 전환된 것이다. /ⓒ 연합뉴스
지난해 4월부로 5만여명의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지난 1973년 2월 지방소방곰무원법 제정으로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됐던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47년만에 전환된 것이다. /ⓒ 연합뉴스

결국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그해 11월 국회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면서 이듬해(2020년) 4월부로 5만여명의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지난 1973년 2월 지방소방공무원법 제정으로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 됐던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47년만에 전환된 것이다. 그만큼 오래전에 처리됐어야할 법안이 국민의힘 전신 정당의 지속적 반대로 인해 계속 미뤄졌던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원내대표 임기 당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이 통과된 것은 맞다. 하지만 그가 법안 통과에 있어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시민들의 열망이 뜨거웠던 2019년 4월 법안 통과에 협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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